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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10년 안에 당 대표 재도전하겠다"

[페미니스트 여성청년의 정치활동 보고서⑥]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등록 2022.11.10 12:02수정 2022.11.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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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리부트와 미투운동의 흐름 속에서 청년여성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이에 호응해 ‘페미니스트’를 내세우는 여성청년 정치인들의 도전과 실패도 가늘지만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다. 여성혐오에 기초한 반페미니즘 백리시가 기승을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6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명명하며 출마한 후보들이 50여 명이나 존재했고, 이들 중 절대 다수가 여성청년이었다. 이들 여성청년에게 페미니즘과 성평등은 자신이 하고 있는 그리고 지향하는 정치를 설명하는 핵심 가치이자 키워드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여성청년 정치인에게 한국정치의 구조와 문화는 페미니즘/성평등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보다는 반대와 배제, 억압의 장이며, 희망보다는 절망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는 공간이다. 이로 인해 정치를 떠난 페미니스트 여성청년 정치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계속 활동을 이어가는 페미니스트 여성청년 정치인들도 있다. 현재 한국정치에서 ‘여성, 청년, 페미니스트’는 정치인으로서 최악의 조건이고, 페미니스트 여성청년 정치인은 이 모두를 갖고 있다. 반대로, 이들은 여성, 청년, 페미니스트를 모두 포괄하고 대표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배제의 정치가 아닌 포용의 정치가 가능한 사람이다. 이들이 해왔던 하고 있는 정치가 페미니스트 정치를 구성하는 주요내용이 될 수 있다. 이에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지금 여러 정당에서 페미니스트 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여성청년 정치인 9명을 만나 이들이 생각하는, 만들고 싶은 페미니스트 정치의 내용을 기록해 소개하고자 한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월 10일 인터뷰했다. [기자말]
* 박지현의 정치활동경력 : 20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타임지(The Times) 올해 떠오르는 인물 10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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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박지현 ⓒ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 민주당에서 대선캠프 활동과 비상대책위원회 모두 경험했다. 두 활동에 차이가 있었을 듯하다.

"대선캠프에서는 활동가로서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었다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정당체계에서 활동하는 것이라서 당 내부에서 수용되지 않은 이야기는 밖에서 하면 안 되는 제약이 많았다. 그리고 대선캠프 때는 제 분야의 이야기만 하면 됐다면, 비대위원장 때는 더 많은 주제를 다뤄야 했다. 또한 대선캠프 때는 이재명 후보와 관련된 조카 변호 문제나 형수 욕설 문제 등에 대해 피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비대위원장 때나 그 이후에는 굳이 피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제가 비대위원장이 됐을 때 주변에서 두 가지 상반되는 조언과 반응이 있었다. 한쪽은 절대 젠더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다른 한쪽은 니(네)가 아는 이야기, 젠더만 하라고 했다. 그리고 젠더문제를 이야기하면 너 그 이야기하려고 왔냐고 했고, 다른 문제를 이야기하면 너무 깊숙하게 이야기한다고 했다.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어려웠다."

- '박지현 효과'에 대한 생각은.

"대선 결과와 관련해 '박지현 때문에 0.73%p 차이로 진 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혐오와 차별을 내세웠고 이것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분들이 민주당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2030 여성들도 마찬가지인데 무엇보다 2030 여성이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해왔고, 디지털성범죄나 불법촬영에 대해서는 엄청난 위협과 불안을 갖고 있는데 제가 얼굴을 드러내면서까지 이야기를 하니 공감을 더 많이 하면서 투표를 했던 게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박지현밖에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 않았을까."

"당 대표, 출마 안 하고 싶었지만... 당내 지지 8~9% 나와"

- 비대위원장 하면서 외롭지는 않았나.


"민주당에서 젠더의제가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젠더의제를 이야기하는 의원들은 당내에서 힘이 없었다. 젠더의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한계를 많이 느꼈다. 가장 외로웠을 때는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사건 때였다. 증언과 정황을 볼 때 성희롱 사건이 분명한데 그때 남성의원만이 아니라 여성의원도 말 한마디 보태지 않았다.

내가 여성의원한테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 여성의원이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사건은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의원이 거짓말을 함으로써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들이 자기검열을 하게 만든 것도 문제였다. 이 문제에 대해 의원 한두 명이라도 목소리를 내줬다면 사건이 이렇게 처리되지는 않았을 듯하다."

- 당 대표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지방의원 공천할 때 제가 당 대표 출마하면서 언급했던 당헌·당규의 단서조항(예외조항)을 통해 공천받은 분들을 수없이 봤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게 엊그제 일인데 저한테만 안 된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부 상황을 모르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뻔뻔하고, 예외적으로 무엇인가를 바라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단, 저는 저를 당 대표 후보로 인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단서조항에 따라 후보가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이고 그것조차 민주당이 거부해서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출마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당내 여론조사를 해보면 제가 8~9% 정도 지지가 나왔다. 민주당의 세대교체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를 통해 민주당 내부의 모순적이고 문제적인 모습들을 보여줌으로써 민주당이 변화할 수 어떤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생각이나 입장은.

"2020년 6월에 만났을 때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줬던 이재명 후보를 생각하고 대선캠프 합류를 결심했다. 그리고 대선 직전 여성의날 행사에서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말씀을 해서 기대를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강욱 의원 성희롱 사건에 대해 피해와 증언이 있음에도 지금은 전쟁 중이니 공격하지 말고 넘어가자고 했다. 의원이 된 후에 인천 계양을 의원임에도 인하대 사건에 대해 한마디도 안 했고, 당 대표가 된 이후에 신당역 사건에 대해서도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이 커졌다. 이재명 의원의 장점이 분명 있지만 당 대표가 되는 건 이재명 개인에게도 민주당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무대포다? '임시직' 비대위원장이라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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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6일에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는 모습 ⓒ 박지현

 
- 정치인은 누구보다 '말'이 중요하다.

"저는 정치인들이 실언했다는 말을 안 믿는다. 실언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던 말이 나온 거다. 논란이 됐던 586 용태론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내용이기는 했다. 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그 내용만 기사화됐고, 너무 많은 공격을 받아 무서웠다. 말 한마디의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알기에 말하는 게 두려운 순간도 있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제 모토이기도 하고 내야 하는 목소리는 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전달될 수 있는 방향으로 말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 공고한 양당체계가 페미니스트 정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다당제로 가기 위해서는 양당의 동의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거대정당에서 내가 정치를 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여성의 판을 키워서 페미니즘 정치를 할 수 있는 판을 재구성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 민주당 내에서 여성의 판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제가 비판을 받는 부분 중 하나가 '어떻게든 당 안에 버티고 있어야 되는데 저렇게까지 무대포로 밀어붙이냐'는 거였다. 맞는 말이긴 한데 비대위원장이 임시직이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어 밀어붙였다. 당장은 민주당 내에 어떤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지만 시간을 두고 바꿔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10년 안에는 당 대표 선거에 다시 도전하려고 한다. 지금은 힘이 약하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말고 세력화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려고 한다."

- 대선 이후 민주당에 가입했던 2030 여성은 어디에 있을까.

"민주당에 가입했던 2030 여성 모두가 '개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딸 집회에 가보면 4050 여성이나 아저씨가 더 많다. 강성 지지자들이 개딸 이름 뒤에 숨어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을 응원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치인의 이름으로 실현하려고 하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혐오하는 힘으로 결집한다. 이런 모습이 계속되니 2030 여성이 남아있을 수가 없다.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여성이 더 많지 않을까."

- 민주당은 왜 차별금지법에 미온적인가.

"교회 눈치를 보는 사람이 너무 많다. 검찰개혁은 반대하는 사람이 있어도 당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라도 밀어 붙이는데 차별금지법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미루고 있는데 사회적 합의를 만들려는 노력도 안 한다. 다수 의원들이 차별을 받고 있지 않고, 이미 기득권화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두 활동가가 단식을 한 지 30일이 정도가 다 되어가는 시점에 당내 회의에서 제가 '사람이 죽어가는 거 안 보이냐'고 했더니 고위직 한 분이 '굶는다고 다 들어줍니까?'라고 대답하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다르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의제인데 지역 교회 목사와 신도 때문에 안 한다는 건 직무유기이고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 윤석열 정부가 결국 여성가족부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여성가족부(아래 여가부) 폐지 공약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고, 법안이 나올 것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실제로 법안이 발의된 것을 보니 화밖에 나지 않았다. 동시에 여가부 폐지 법안이 발의된 이후에야 이것을 막을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민주당 소식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태도를 볼 때마다 국민의힘과 무슨 거래를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성범죄 사건에 있어 여성가족부가 없어지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은 분명하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국민의힘도 문제지만 여기에 적극적이지 않은 민주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민주당이 앞장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아야 하는데 당내 남성의원들은 젠더이슈를 여성이슈로 보고 여성의원들에게 떠밀어 버린다. 그러면 여성의원들은 우리가 무슨 힘이 있냐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출간 예정... 여성정치세력화 구체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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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3일에 열린 성평등추진기구 강화를 위한 국제토론회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 박지현

  
- 남성의원이 젠더의제를 여성의원에게 떠맡기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한 유튜버가 제 집 앞에 찾아왔을 때 강훈식 의원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 여성의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당 대표 후보라면 스스로 메시지를 내야지, 그걸 왜 여성의원들에게 떠넘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이 민주당 남성의원 다수의 인식이다.

성인지 교육이 필요한데 현재는 하더라도 1년에 두어 시간밖에 안 되고 이것도 절대 다수가 안 듣는다. 의원뿐 아니라 당직자나 보좌관 수준도 비슷하다.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것이 '한 번 실수할 수도 있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와 정당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 청년과 여성이 대립관계로 프레임되고 있다.

"이겨야 한다는 대의 앞에서 여성과 청년 공천은 후순위로 밀린다. 민주당 텃밭에서는 여성과 청년을 공천하려 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지역에 여성과 청년을 경쟁시켜 서로 대립하게 만드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작은 파이 안에서 여성과 청년이 싸우게 만드는 구도였다. 여성을 이야기하면 청년을 무시한다고 하고, 청년을 이야기하면 여성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청년여성인 저를 궁지로 몰고 가는 듯했다. 여성과 청년 간 연결고리를 찾아 경쟁 또는 대립 관계를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

- 정당을 넘어서는 여성 정치인들의 연대는 가능할까.

"여성의원 중에 성별만 여성인 의원도 많아서 젠더의제에서조차 협치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원들이 연대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한데 이것 또한 권력을 가져야 할 수 있는 일이라. 그럼에도 정당을 넘어 청년여성 정치인들과 연대해 활동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런데 지금 정치에서 청년여성 정치인은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누군가 앞장서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 청년여성의 정치세력화는 가능할까.

"2030 청년여성을 결집시키는 건 제일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의제를 포괄해 결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여성 내 다양성을 포괄하면서도 결집이 가능한 모임, 특히 정치를 바꾸려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고 싶은데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는 계속 고민 중이다."

- 책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대위원장 활동 이야기만 쓰려다가 당대표 출마나 정치를 하게 된 계기, 정치인 박지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담기로 했다. 책이 나오면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이 자리나 책을 통해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다양한 실천을 구체화해보려고 한다."
#페미니스트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여세연
댓글22

여성의 정치적 역량과 연대를 강화하고 사회 전반에서의 성평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일조하고자 하는 여세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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