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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그리움을 부르는 겨울의 맛 동치미

시어머니가 해주시던 정갈한 맛을 흉내내며

등록 2022.11.14 17:29수정 2022.11.1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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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떨어지는 계절이다. 나무도 동물도 그리고 우리도 월동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시어머니가 건강하게 살아 계실 때는 배추김치며 동치미며 직접 농사지은 채소들로 김장을 해 주시곤 했다. 그 중에서도 동치미는 얼마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었는지, 이맘 때가 되면 항상 생각난다.


그래서 나는 시어머니가 해주시던 동치미 맛을 기억하며 그 맛을 흉내 내보려고 동치미를 담는다. 마침 어제는 오일장이 서는 날이어서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김장철이라 아침 일찍부터 시장은 장꾼들로 넘쳐 났다. 장날마다 트럭으로 물건을 한 가득 싣고 와서 싸게 파는 채소 장사 아저씨에게 동치미 무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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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무 물로 씻은 세 다발의 동치미 무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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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고 있는 동치미 무 소금에 절이고 있는 동치미 무 ⓒ 임명옥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싱싱한 무는 세 다발에 만 원이라고 한다. 동치미에 넣을 대파와 양파까지 구입해 왔다. 동치미 국물에 넣을 삭힌 고추와 마늘과 생강, 사과와 배는 미리 준비를 해 놓았다. 

밭에서 뽑은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싱싱한 무를 우선 손질했다. 칼로 무의 밑동을 자르고 무청은 말려서 시래기로 만들려 한다. 비타민과 칼슘과 철분이 많은 시래기는 겨울철 든든한 영양 만점 반찬이 될 것이다. 

동치미를 만들려면 우선, 무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물로 깨끗이 씻는다. 그 다음에는 쟁반에 굵은 소금을 가득 담아 무를 굴려준다. 무의 모든 부분에 소금이 다 묻도록 야무지게 굴려준다. 나는 아침 10시쯤 절이기 시작해서 6시간 정도 절였던 거 같다. 사실 시어머니에게 레시피를 전수받은 것이 아니고 그 맛을 기억하며 만들기에 나는 다른 사람들의 동치미 만드는 방법도 참고를 한다. 

어떤 블로거는 하루나 이틀 정도 절이기도 하고 다른 블로거는 살짝 절이기도 한다. 무의 크기나 집안의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다른 레시피를 갖고 있는 듯한데 나는 아침에 무를 절이기 시작해서 오후에 동치미를 완성할 수 있는 6시간 정도면 적당한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절여지고 있는 무를 한 번 뒤집어줬다. 그리고 뉴슈가도 반 스푼 정도 뿌렸다. 뉴슈가는 무김치 담글 때 시원한 무에 감칠맛을 주는데 돌아가신 친정엄마에게 배운 방법이다. 달게 먹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므로 조금씩 사용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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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청 말리기 동치미 무청 말리기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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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무 김치통 두 개에 나누어져 있는 동치미 무 ⓒ 임명옥


이제 무가 절여지는 동안 동치미 국물 만들 재료들을 준비한다. 양파를 썰고 마늘과 생강을 편으로 썰어 놓는다. 면보는 두 개를 준비해서 썰어 놓은 양파와 마늘과 생강을 나누어 담는다. 세 다발의 무는 29개가 나와서 김치통 두 개로 나눠 담으려 한다.


사과와 배는 각각 하나씩 준비해 깨끗이 닦아서 껍질째 큼직하게 썰어 놓는데 가운데 씨 부분은 도려낸다. 각각의 통에 3개씩 들어갈 대파는 통째로 물에 깨끗하게 씻어 놓는다. 동치미의 국물 맛을 더 깊이있게 만들기 위해 나는 동치미에 삭힌 고추를 넣는다. 삭힌 고추가 집에 없으면 재래시장이나 반찬가게에서 삭힌 고추를 살 수 있다. 

동치미 국물용 재료가 다 만들어졌으면 이제 김치통에 넣으면 된다. 우선 절여진 무를 통에 집어넣는다. 통의 반 쯤  무를 담고 생강과 마늘과 양파가 들어간 면보를 넣는다. 큼직하게 썬 사과와 배도 집어넣고 삭힌 고추도 푸짐하게 넣어준다. 무청도 몇 개 넣으면 나중에 무와 함께 먹기에 좋다. 깨끗하게 잘 씻은 대파도 통째로 세 개 정도 넣어준다.

무를 절였던 절임물은 버리지 말고 동치미 국물로 사용하면 좋다. 소금기가 배어 있는 물이므로 간이 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김치통에 절임물을 먼저 붓고 마지막으로 무와 동치미 양념들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주면 된다. 국물 간은 집집마다 다르므로 국물을 먹어보고 싱거우면 소금을 더 치고 달게 동치미를 먹고 싶으면 설탕을 기호에 맞게 더 넣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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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담기 동치미 국물 만드는 중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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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담기 대파와 무청까지 들어간 동치미 ⓒ 임명옥

 
어제 담가 놓은 동치미를 열어 국물 맛을 보았다. 하루만에 벌써 맛이 들어 사과와 배와 삭힌 고추와 대파의 향이 고르게 배어 맛이 좋다. 김치 냉장고에 넣었다가 긴 겨울 내내 찐고구마와 같이 먹고 밥 반찬으로 시원한 국물이 땡길 때 먹게 될 것이다.

시어머니와 같은 정갈하고 깔끔한 맛은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시어머니를 추억하며 정성들여 만들었다. 엄마의 김치가 그리울 남편에게도 할머니의 동치미를 그리워하는 딸에게도 좋은 겨울 반찬이 되었으면 좋겠다. 겨울 동치미는 우리 가족에게 돌아가신 시어머니와 살아서 당신을 그리워하는 우리를 이어주는 추억의 음식이 되었다.
#김장 #동치미 #시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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