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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서 밤새 심폐소생술한 샤비르씨 "더 많이 못구해 죄송"

파키스탄 간호사출신 무하마드 샤비르, 20여명 심폐소생술... 경남이주민센터, 감사장 전달

등록 2022.11.20 14:50수정 2022.12.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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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때 쓰러진 사람들한테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구조 활동을 벌인 파키스탄 국적의 간호사 무하마드 샤비르씨한테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가 감사장을 전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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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때 쓰러진 사람들한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 국적의 간호사 무하마드 샤비르씨. ⓒ 경남파키스탄교민회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도 있었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아 죄송하고 마음이 속상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자동심장충격기를 달라'고 외쳤지만 없었다. 참사를 겪고 나서 며칠 동안 힘들었다."

10·29 이태원 참사 때 심폐소생술 등으로 여러 생명을 구했던 파키스탄 국적의 간호사 무하마드 샤비르(Muhammad Shabbir, 29)씨가 한 말이다. 경남파키스탄교민회(회장 라시드)가 19일 저녁 창원 마산회원구 합성동 소재 인도식당 '타지마할'에서 샤비르씨를 초청해 감사의 자리를 마련했고, 그는 <오마이뉴스>를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밝혔다.

파키스탄 카라치 인더스병원(INDUS Hospital)에서 8년째 간호사로 일하는 샤비르씨는 휴가를 받아 형(아메드 메무드, Ahmed Mehmood)이 사는 인천으로 여행을 왔다. 그는 동료인 무빈(ul haq mubeen)씨, 그리고 형과 함께 셋이서 핼러윈을 보기 위해 그날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

그의 형은 성공회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고, 지금은 인천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날 셋은 이태원역에 내려 해밀턴호텔 쪽으로 갔는데 인파가 엄청나게 몰려들었다고 한다.

샤비르씨는 "핼러윈 축제가 파키스탄에서는 없어서 (축제를) 어떻게 하는지 경험해보고 싶어서 갔다. 도착하니까 사람이 너무 많았다"며 "역에 내려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계속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일행은 이태원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는 "골목 안쪽에 들어갔다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런 와중에) 갑자기 사람들이 밀고 당기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때가 밤 10시 30분 전후였다.

샤비르씨는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는데, 일어나지를 못했다. 넘어진 사람들 위로 또 사람이 넘어지면서 포개졌다"고 했다. 그와 함께 갔던 무빈씨도 포개진 인파 속에 맨 밑에 깔리는 상황이 되었다.


사람들이 쓰러지는 상황을 본 샤비르씨는, 이후 깔린 사람들 중 일부가 숨을 쉬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간호사인 그는 두 손으로 쓰러진 사람들의 가슴을 압박했다가 떼기를 반복했고, 그래도 호흡하지 않으면 인공호흡을 하기도 했다.

"여러 사람에 심폐소생술, 일부는 인공호흡... 더 많이 구해내지 못해 죄송" 

그가 이날 심폐소생술을 했던 사람은 무려 20명에 이르렀고, 이들 가운데 4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그는 안타까운 장면도 많았다고 했다. 긴박한 상황임에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어려웠고, 무엇보다 자동심장충격기를 요청했지만 현장에서 지원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샤비르씨는 "자동심장충격기를 달라고 계속해서 외쳤다. 제가 한국말을 잘 할 수 없으니까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며 "당시 심장충격기가 있었다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한테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호흡이 돌아오면 '괜찮냐'고 묻고는 다시 다른 사람한테로 갔고, 인공호흡을 하기도 했다"며 "(제가)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지 못했던 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샤비르씨 일행은 이날 오후 10시 30분경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경까지 이태원에 있었다. 샤비르씨 형제는 무려 6시간 30분 동안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도 하고, 소방대와 경찰의 활동을 도왔다.

형제는 사람들을 구급차로 옮길 때 도와주기도 하고, 물을 비롯해 여러 물품을 옮기는 등 지원활동에도 동참했다. 샤비르씨는 같이 갔던 동료가 다쳤으나, 그 상처는 심하지 않다고 판단해 그보다도 한국인을 구하는 데 앞장섰던 것이다.

한편 동료 무빈씨는 넘어진 사람들 밑에 깔려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다행히 얼굴이 밖으로 나와 있어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사람들이 위에서 누르는 바람에 다리가 아파 오래 쓰러져 있었다.

나중에 포개진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 나온 그는 그러나 곧바로 병원에 후송되지는 않았다. 무빈씨가 자신보다 더 심하게 다친 사람들이 먼저 구급차를 탈 수 있도록 양보를 했기 때문이다.

아래 깔려있다가 나왔지만, 심각한 부상자에 구급차 양보... "치료받고 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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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때 여러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 국적의 간호사 무하마드 샤비르(오른쪽)씨와 형(왼쪽). 아래는 쓰러진 동료 무빈씨. ⓒ 경남파키스탄교민회



병원 상황도 쉽지는 않았다. 다음날 거의 새벽 5시경이 되어 병원으로 실려 갔던 무빈씨는 "(병원에서) 처음에는 '외국사람이라 받아줄 수 없다'고 했고, '먼저 돈 계산부터 하라'고 했다. 외국인등록증을 제출하고 나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입원은 하지 않았으며, 다리 부분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인천에 있는 외국인 무료진료소에서 며칠 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거의 다 회복된 상태다. 

다만 그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18일 병원에서 '외국인등록증을 가져가라'는 연락을 해왔고, 치료비 170여만원을 정부에서 부담한다고 했다"면서도 "(처음에) '이태원 참사로 병원에 왔다'고 했는데도 치료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었고, 이후에도 며칠 전 경찰서에서 전화해서는 '이태원에 왜 갔었느냐'는 정도로 물어왔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종교와 국적이 다르지만 의료인으로 생명을 구한 샤비르씨는, 그 날 이후 죄책감 등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못 이룰 정도로 고통 받고 있다. 그는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다, 당시 현장에서 본 여러 안타까운 상황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샤비르씨 형제의 당시 활동은 한 방송사에서 내보낸 영상에서도 담겨 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뉴스의 댓글에도 '고마움'을 나타낸 글들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메드 메무드씨는 "관련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니 한국 사람들이 좋은 글을 많이 남겨 뿌듯하다"며 "당시 현장에서는 우리 모습을 보고 인도 사람인줄 알았는데 뒤에 알고 보니 파키스탄 국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파키스탄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다고 하는 댓글도 있었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담아 깊은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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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때 쓰러진 사람들한테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구조 활동을 벌인 파키스탄 국적의 간호사 무하마드 샤비르(왼쪽)씨한테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가 감사장을 전달했다. ⓒ 윤성효


경남파키스탄교민회가 마련한 감사의 자리에는 경남은 물론, 인근 부산과 울산에 사는 파키스탄 출신 이주민들이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먼저 참사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알리 미르잔 한국파키스탄교민회장은 "감사하다. 한국에서 파키스탄 사람들의 지위를 더 높이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샤비르씨한테 감사장을 전달했다. 감사장을 통해 "비극의 참사를 입은 피해자들의 소생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 귀하께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담아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인류애를 발휘함으로써 인간의 고귀한 품격을 입증한 귀하를 널리 기리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철승 대표는 "샤비르씨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파키스탄의 의료인으로서 참혹한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밤새워 여러 생명을 구조한 사람"이라며 "주변에서는 그를 '유니폼 입지 않은 천사'로 부르거나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는 경전의 말씀을 실천한 사람' 등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샤비르씨의 선행을 확인하고 표창을 하거나 감사를 표했으면 좋겠다"며 "또 생명이 오가는 현장에서 있었던 그가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보상 또는 의료지원도 강구하기를 바란다. 내달 귀국 예정이라고 하니 주무 부처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서둘러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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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때 쓰러진 사람들한테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구조 활동을 벌인 파키스탄 국적의 간호사 무하마드 샤비르(왼쪽)씨한테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가 감사장을 전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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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때 쓰러진 사람들한테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구조 활동을 벌인 파키스탄 국적의 간호사 무하마드 샤비르씨한테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가 감사장을 전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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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때 쓰러진 사람들한테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구조 활동을 벌인 파키스탄 국적의 간호사 무하마드 샤비르씨한테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가 감사장을 전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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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때 쓰러진 사람들한테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구조 활동을 벌인 파키스탄 국적의 간호사 무하마드 샤비르씨한테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가 감사장을 전달했다. ⓒ 윤성효

 
#이태원 참사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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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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