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신당역 살인' 첫 공판서 드러난 전주환, 그날 행적

"정말 잘못, 속죄하며 살겠다"고 했지만... 계획 범죄 뒷받침 정황 증거 수두룩

등록 2022.11.22 18:15수정 2022.11.22 18:15
4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9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가해자 전주환(31)씨의 살인 혐의를 심리하는 첫 공판에서 그의 계획 범죄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들이 확인됐다. 전씨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일회용 교통카드를 이용했고 동선 추적을 방해하는 어플리케이션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그는 범행 이유를 묻는 수사기관에 "'너 죽고 나 죽자'는 마음이었지 살해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5-1부(부장판사 박정길, 배석판사 박정제·박사랑)는 22일 오후 2시 전씨의 보복살인 등 혐의에 대한 1회 공판을 열고 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0월 18일 공판준비기일이 한 차례 진행된 후 열린 첫 번째 공판이다.
 
전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 외에도 정보통신망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주거침입 혐의 등도 추가로 적용돼 지난 10월 6일 기소됐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전씨)은 자신의 연락을 거부한 피해자에게 수백 회 반복해 연락해 신고당했고, 이후에도 피해자를 겁박해 경찰에 고소됐으며 이 수사 과정에서 직장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직위해제됐다"며 "이 사건들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된 상태로 선고 기일이 9월 15일로 정해지자 보복을 목적으로 선고 전에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은 "직위해제 상태였음에도 업무 관련 검색을 하는 것처럼 공사 통합정보시스템(SM ERP)에 접속해 8월 18일, 9월 3일, 9월 14일에 피해자 주소지 정보를 열람했고 9월 5·9·13·14일엔 이 주소지 건물에 들어갔다"며 "(사고 당일인) 9월 14일에 반드시 피해자를 살해키로 마음먹고 같은 방법으로 주소지를 열람한 다음 건물 안에 들어가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만나지 못하자 다시 역무실에서 같은 방법으로 정보를 열람해 신당역으로 이동했고 피해자가 신당역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자 헤어캡을 쓰고 과도를 든 채 따라 들어갔다"며 "피해자를 용변칸에 밀고 몸에 올라타 그를 과도로 2회 이상 찔러 과다 출혈로 사망케 했다"고 했다.

사전 계획 정황들 '수두룩'
 
이어 진행된 증거 조사에선 전주환씨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들이 드러났다. 경찰이 압수수색한 전씨의 휴대전화엔 경찰 추적을 피할 용도로 추정되는 위치 추적 방해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었다. 또 휴대전화 초기화로 9월 5일 이전의 내용은 남아있지 않았다.
 
전씨는 사건 당일 일회용 교통카드를 이용했다. 그는 경찰에 그 이유를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다. 범행 도구인 장갑을 준비한 이유로는 "피해자 집에 들어가서 지문을 안 남기려고"라고 답했고, 안경을 소지했던 이유로는 "시력이 좋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른 양면 점퍼를 착용한 이유는 "처음 (집에) 찾아갔을 때 추웠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범행은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피해자를 전씨가 두 번째로 뒤따라 들어갔을 때 발생했다. 신당역 CCTV 기록에 따르면, 범행 25여 분 전 피해자가 여자화장실에 모습을 보였을 때 기둥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전씨가 나왔으나 여자화장실이 아닌 남자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검찰은 이를 '1차 시도'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전씨는 수사과정에서 살해 의도는 부인했다. 전씨는 '피해자를 만나서 무엇을 하려고 했느냐'는 경찰 질문에 "합의를 사정하려고 했는데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고, 이후 수사과정에서도 "피해자를 살해할 생각이었다기보다 '너 죽고 나 죽자'란 생각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전씨는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먼저 기소된 별도 사건 재판에서도 "(수사·재판 때문에) 인생이 다 끝났다 생각했고,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겠다. 피해자가 미워졌다"라거나 "'앞으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죽어야 하나' '너 죽고 나 죽고 해야 하나, 이런 선고를 받아야 하나' 등의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당시 CCTV 기록을 보면 피고인은 오른손에 칼을 들고 있고 피해자에게 다가가는 게 아니라 몸을 숨겼다가 따라가는 등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하는 대화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며 "(범행 도구인) 샤워캡을 산 이유로 '너 죽고 나 죽자는 상황에 대비했다. 머리카락 떨어지는 것에 대비했다'고 수사기관에서 밝혔다"고 말했다.
 
전씨는 또 당일 은행에 들러 1700만 원가량을 인출하려 했으나 은행 직원이 보이스피싱 거래를 의심해 검증 절차를 거치자 인출을 중단했다. 전씨는 수사기관에 "아버지에게 드리기 위해서였다"고 인출 이유를 설명했다. 
 
a

서울 2호선 신당역 지하철 화장실 앞과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는 스토킹 살인 당한 20대 여성 역무원을 추모하는 글이 적힌 포스트잇이 500여개 붙어있다. ⓒ 이주연

 
반성문 10번 제출... 전씨 "혐의 모두 인정, 속죄한다"
 
전주환씨는 검찰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주거침입 혐의와 관련해선 "9월 14일 이전의 주거침입 행위의 동기는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이 아니라 합의를 요구할 의사로 찾아간 것"이라며 "동기 부분을 살펴봐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전씨는 피고인 진술에서 "제가 정말 잘못했음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고, 뉘우치면서 속죄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라며 "정말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재판부에 반성문을 10차례 제출했다.
 
다음 공판은 12월 1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검찰이 신청한 양형 증인과 전씨의 재범 위험성 등을 평가할 전문가 증인에 대한 신문이 열릴 예정이다. 양형 증인은 유·무죄와 관련 없이 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데 재판부가 참고로 삼는 증인이다. 재판부는 이날 심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주환 #신당역 살인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4. 4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