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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100일 회견, 그 다음날부터 '이정근 피바람' 불었다

[사건일지] 노영민까지 연결된 '트리거'... 발 묶인 송영길도 '당혹'

등록 2022.11.25 12:11수정 2022.11.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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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정근 위원장이 구속된다면 민주당에는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사실만은 미리 알려준다. 이 검찰 수사에서 이정근 위원장은 타깃이 아니라 발판이나 교두보일 뿐이다. 민주당은 이 심각한 상황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지난 9월 30일 정철승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정 변호사가 '심각한 상황'으로 표현한 사건은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사업가 박아무개씨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건을 말한다. 이 전 부총장 변호를 맡고 있는 정 변호사는 당시 글에서 "지난 2개월 동안 언론 플레이와 함께 우격다짐으로 진행돼온 이정근 민주당 서초갑 지역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상적인 수사가 아니었다"면서도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의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은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 전 부총장 취업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23일 국토교통부와 CJ 대한통운 자회사인 한국복합물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 3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낙선 후 한국복합물류 상근고문으로 일했다. 그 과정에서 노 전 비서실장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인데, 앞서 JTBC는 이와 관련해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문자 메시지 내용을 보도했다. 검찰에서 확보한 '증거'로 추정된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3차 압수수색 또한 24일 이뤄졌다. 검찰은 노 의원 역시 사업가 박아무개씨에게 불법정치자금 6000만 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박아무개씨는 이 전 부총장 사건 당사자와 동일인이다. 이날 검찰은 노 의원이 20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 시절 사용한 컴퓨터와 당시 기록이 담긴 서버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메일 포렌식을 위해 카카오 본사에도 수사관을 보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 다음날... '압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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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제까지 이정근 전 부총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투 트랙'으로 진행됐다. 우선 이 전 부총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3.9 재보궐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전 부총장이 선거운동원에게 법적 기준 이상으로 돈을 지급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이상현 부장검사)가 지난 9월 2일 소환조사에 이어 9월 8일 불구속기소했다. 지난 10월 18일 첫 공판이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가 진행하고 있는 불법정치자금 수사는 지난 3월 제보로 촉발된 경우다. 3.9 재·보궐선거 직전 사업가 박아무개씨의 수행비서로 알려진 정아무개씨가 <시민일보>를 통해 "박씨가 이 전 사무부총장에게 2억 원 상당의 금품을 전달했다"며 "전달 과정에서 연락책 역할을 자신이 담당했다"고 폭로했다. 선거가 끝나고 흐지부지될 것 같았던 이 사건은 이 전 부총장과 박씨 사이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면서 계속 불씨가 유지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사업가 박씨와 민주당 관계자들이 만났다고 한다.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를 그 후 MBC가 보도한 바 있는데, 사업로비를 위해 "현금까지 하면 십 몇 억이 되는 돈을 건넸는데 대부분 돌려 받지 못했다"는 것이 박씨의 입장이었다. 경찰은 개인 간의 금전 다툼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종결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지난 8월 18일이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이 전 부총장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이었다. 

검찰, 이정근 지인 자택 압수수색에서 '트리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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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회 노웅래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 대기 검찰 관계자들이 16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후 검찰은 9월 16일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박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청와대나 민주당 핵심 관계자와의 친분을 강조하는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각종 청탁을 하는 과정에서 10억 원가량을 전달했다는 진술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에 이 전 부총장은 "개인적인 채무관계일 뿐"이라며 "7억여 원을 빌렸고 그중 5억 원은 갚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주일 후(9월 23일),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당시 출석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은 "분쟁 상대방과 민형사 소송을 수개월 째 진행 중인데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 보도돼 굉장히 답답하다"며 "여러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9월 27일 이 전 부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9월 30일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검찰은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으로 이어지는 '트리거'는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발로 추정되는 대부분 보도들은 주로 검찰이 이 전 부총장과 박아무개씨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 등을 확보했다는 것이었다. 이 전 부총장과 노 전 비서실장과의 직접적인 대화 내용은 그때까지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검찰이 1차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이 전 부총장 휴대전화는 8월 초 새로 개통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상황은 10월 초 이뤄진 2차 압수수색을 통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 전 부총장 지인 자택을 압수수색해서 과거에 그가 쓰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는 사실이 그후(<동아일보> 10월 20일자) 알려졌다.

이 전 부총장 구속 기한 연장(10월 7일)이나 변호인 제외 접견 제한 조치(10월 13일) 등이 모두 2차 압수수색 이후 이뤄졌다. 10월 19일,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을 구속기소했다. 그리고 한 달 정도가 흐른 시점에 이뤄진 것이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첫 압수수색(11월 16일)이다.

송영길도 '발' 묶여... "게이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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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시정연설 후 퇴장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등에 항의하여 불참했다. ⓒ 공동취재사진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정근 전 부총장에 대한 공소장에는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다수 인사의 이름이 거명됐다. 노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확보한 이 전 부총장 휴대전화 내용이 그 근거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업가 박씨가 친노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검찰 수사는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 이 전 부총장 지인은 앞서 <오마이뉴스>를 통해 "검찰은 박씨가 이 전 부총장의 소개를 받아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했다고 보고 있다"라며 "'게이트'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씨가 정아무개씨 계좌를 통해 이 전 부총장에게 돈을 전달한 계좌 내역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앞서 이 사건을 세상에 첫 폭로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검찰로서는 과거 '박연차 게이트'를 떠올릴 만한 상황이다.

[관련 기사] "이정근은 '미끼', 검찰 타깃은 노영민" http://omn.kr/21615

한편, 서울경찰청은 6.1 지방선거 당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지난 21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을 고발한 국민의힘이 이달 초 고발을 취소했기에 송 전 대표로서는 더욱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송 전 대표는 12월 1일 출국해 약 7개월 동안 프랑스 파리 그랑제콜(파리경영대학원) 방문연구교수로 머물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송 전 대표 또한 발이 묶인 상황이다. 이 전 부총장은 송 전 대표의 측근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다음은 관련 주요 일지.

[03-04] 시민일보 : 이정근, 불법자금 수수 의혹 보도
[08-18] 서울지검 반부패수사2부 : 이정근 주거지 및 사무실 압색
[08-24] 반부패수사2부 : 사업가 박○○ 소환 조사(1차)
[09-02] 서울지검 공공수사2부 : 이정근 소환 조사
[09-08] 공공수사2부 : 이정근 불구속기소(선거법 위반)
[09-14] 반부패수사2부 : 사업가 박○○ 소환 조사(2차)
[09-16] 반부패수사2부 : 사업가 박○○ 소환 조사(3차)
[09-23] 반부패수사2부 : 이정근 소환 조사
[09-27] 반부패수사2부 : 이정근 구속영장 청구
[09-30] 서울중앙지법 : 이정근 구속영장 발부
[10-00] 반부패수사2부 : 이정근 추가 압수수색
[10-13] 반부패수사2부 : 이정근 변호인 외 접견 제한 조치
[10-18] 서울중앙지법 : 이정근 선거법 위반 혐의 1차 공판
[10-19] 반부패수사2부 : 이정근 구속기소(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11-16] 반부패수사2부 : 노웅래 국회 사무실 1차 압수수색
[11-17] 반부패수사2부 : 노웅래 자택 압수수색
[11-21] 서울경찰청 : 송영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송치
[11-23] 반부패수사2부 : 이정근-노영민 취업 청탁 의혹, 국토부·CJ 계열사 압수수색
[11-24] 반부패수사2부 : 노웅래 국회 사무실 2차 압수수색
#이정근 #노웅래 #정철승 #노영민 #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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