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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석에서 한 말..." 명예훼손 부인한 '고 이예람 중사' 가해자

[고 이예람 중사 재판 방청기] 장아무개 중사 첫 공판... 이 중사 어머니, 울분 토하며 항의하기도

등록 2022.11.29 12:36수정 2022.12.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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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 이희훈

 
28일 오전 10시 30분.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청색 상의를 입은 남성이 아무런 말없이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양 옆에 '국군교도소' 조끼를 입은 두 명의 군인과 함께했다. 그 남자는 다름아닌, 고 이예람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9월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받은 장 아무개 중사였다. 곧바로 국선 변호사도 입장,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6형사부(부장판사 정진아) 장 중사 재판은 그렇게 시작됐다.

장 아무개 중사는 누구인가. 그는 제20 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지난해 3월 2일 회식 후 차량 뒷자리에 같이 앉아 있던 고 이예람 중사를 성추행했다. 성폭력을 견디다 못한 이 중사가 부대로 복귀 도중 차에서 내렸고, 장 중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신고할 테면 신고하라"라고 소리치며, 이 중사의 여군 숙소 정문까지 쫓아왔다.

고 이예람 중사는 이 사실을 군 규정에 따라 곧바로 부대에 보고했으나, 제대로 된 조치가 안 이뤄졌다. 그 사이 장 아무개 중사는 동료 병사들에게 탄원서를 받아 이 중사를 2차 가해했다. 결국 같은 해 5월 22일 이 중사는 관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망인의 사망 이후, 군 수사에서 장 아무개 중사는 강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반성 대신 변명으로 일관한 장 아무개 중사

이날 재판은 그 연장선이다. 고 이예람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장 아무개 중사의 1차 공판기일이었다. 기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 중사는 2021년 3월, 이 중사가 성추행 사실을 부대에 보고한 직후 공군 제20 전투비행단 소속 동료들에게 "이 중사가 거짓으로 성추행당했다"라고 말하는 등 망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 측은 "장 중사가 동료들에게 탄원서를 받는 과정에서 (이 중사에게) 2차 가해를 했다"라고 설명하며 "피고인은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신고를 당했다"고 표현했지만, "피고인의 행위는 성적 욕망에 따른 강제추행 행위에 해당한다"라며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특검은 "피고인의 발언은 강제추행을 하지 않았는데 피해자가 신고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고 하며, 피고인이 "당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해 "자신의 억울함을 강조했기에 그 발언을 듣는 사람들이 피해자를 더욱 부정적으로 인지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연이어 특검은 "일반적 신체 접촉임에도 피해자가 허위로 신고하여 억울하다는 뜻으로 받아 줄 수 있다"라고 말하며, "피해자인 이 중사가 무고한 것으로 듣는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피고인 장 중사의 표현을 꼬집었다.

덧붙여 특검은 피고인 장아무개 중사가 "여군을 조심하라"라고 발언한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장 중사 측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에 있어 황망한 심정이다", "피해자 분께 죄송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추가로 변호인은 "피고인이 사석에서 한 말들이 침소봉대(針小棒大, 작은 일을 크게 부풀려 말함) 돼, 피해자를 허위 보고한 사람으로 몰아 기소된 점이 억울하다"라고 변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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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예람 중사의 시신은 555일째(11월 28일 기준) 국군수도병원에서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안치되어 있다. ⓒ 정현환

 
이러한 국선변호인의 반박에 이날 방청석에 앉아 있던 고 이예람 중사의 어머니 박 아무개씨는 울분을 토로하며 항의했다. 군 법무관 출신인 고 이예람 중사 측 강석민 변호사는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님이 많이 아프시다"라며 "피고인의 반성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6월 5일 출범한 고 이예람 중사 특검은 100일 간 수사 후 종료됐다. 특검은 전익수 공군법무 법무실장을 포함해 총 8명을 재판에 회부했고 현재 심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장 아무개 중사 추가 재판은 해를 넘겨 2023년 1월 9일 오후 2시에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공군 #제20 전투비행단 #군 사망사고 #성폭력 #이예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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