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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호텔에서 생긴 기막힌 일

입원 기간 궁여지책으로 맡긴 대형견들... 아직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등록 2022.12.02 22:08수정 2022.12.0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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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반강제로 개를 키우게 된 우울증 환자가 개로 인해 웃고 울며 개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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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복주해탈 ⓒ 이선민


'개를 기른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돌봄 노동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내가 책임져야 할 심리적인 생명의 무게까지 포함하는 얘기다. 게다가 혼자 사는 내게 있어 개는 완벽한 기쁨이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슬픔이다.

나도 모르게 미래의 어느 날 싸늘하게 식은 내 주검 옆에 어쩔 줄 몰라하는 개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불안증이 심한 내게 이는 보통 근심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개가 집에 온 후로는 불안한 생각들을 하면서도 몸을 눕히면 바로 잠이 들었다.

요즘도 나는 개에게 심정적으로 시달린다. 개들을 집에 두고 외출해도 전처럼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다. 어쩌다 외출을 해도 집에 미리 설치해 둔 캠으로 노상 개들의 상태를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약속 장소로 이동시간을 포함해 5시간 이상 집을 비워본 적이 없다.

물론 일 때문에 부득이 집을 오래 비워야 할 땐 작정하고 개를 다른 데 맡기곤 했지만, 이 또한 매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대형견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호텔은 대부분 서울에서 한두 시간 떨어진 외곽에 있었고 그나마도 찾기가 어려웠다.

방문 펫시터를 써보기도 했는데 대형견 두 마리이다 보니 원하는 날 서비스 매칭이 안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개 키우는데 다분히 협조적인 작은 오빠네가 있지만 아무리 혈육이라 해도 백날 천날 우리 개들을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애견 시설에서 생긴 일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겨울 나는 자궁 근종 수술을 받았다. 한데 그 수술이 잘못 돼 수술 후유증을 꽤 오래 앓았다. 상황이 이러니 아플 때마다 번번이 개들이 골치였다.

어느 날은 내 몸뚱이 하나 간수하지 못하면서 뭔 놈의 개인가 하는 생각에 병실에 누워 비죽비죽 울었다. 개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다른 데로 보내야 하는 건 아닐까? 이 와중에 개를 고집한다는 건 감정적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병세가 좋아져 더는 이전처럼 응급실 신세를 지지 않는다. 그러자 개들을 향한 마음도 대번에 달라졌다. 개는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탕이 아니다. 달아도 써도 내 집으로 들인 이상 개는 어쩔 수 없는 내 사탕이라는 말이다. 해서 요즘은 이런 고민 더는 안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평생 함께 할 생각이다.

이렇게 아프던 중에 개들 역시 나만큼 고생했다. 병원에 일주일 정도 입원해야 해서 당일 입소가 가능한 서울 인근의 한 애견 보호 시설을 인터넷으로 찾았다. 그런데 그만 그 일이 개에게도 나에게도 평생 씻지 못할 상처로 남았다.

나는 평소 의심 많고 꼼꼼한 스타일인데 그땐 몸이 아파 그랬나, 홀린듯 시설을 대충 둘러보고는 개들을 맡기고 왔다. 왜 그랬을까? 지금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한눈에 들아오는 커다란 운동장이 마음에 들었고, 연세가 지긋한 시설 대표는 오랜 세월 유기견 구조와 보호를 위해 힘써 온 분이라 했다. 그 말에 마음이 기울어 개들을 일주일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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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복주 ⓒ 이선민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대표는 카톡으로 우리 개들의 일상을 성실히 보내줬다. 영상 속에서 개들은 매일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고 있었고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때마다 나는 링거 바늘을 하도 찔러 퉁퉁 붓고 엉망이 된 팔을 어렵사리 움직여 대표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땐 몰랐다. 개들을 하루종일 가둬놨다 잠깐 풀어주면 어떤 개든 다 신나서 뛴다는 것을.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매일 그와 대화하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그는 자연스럽게 대화 말미에 자신이 맡은 단체의 회원이 되어줄 것을 권유했다. 내가 '당연히 그래야죠, 좋은 일 하시는데요'라고 대답하자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가 경제적으로 어떤 곤경에 처해 있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했다.

마음이 약해진 나는 개를 찾을 때 현금을 얼마라도 더 찾아 유기견들 위해 쓰라고 별도로 드려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유기동물에게 새 인생을"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 또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퇴원 후 아픈 몸을 간신히 추슬러 제일 먼저 개들을 찾으러 나섰다. 마음이 급해서였을까 실제 약속 시간보다 무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대표에게 전화할까 하다가 한 시간 늦는 것보다 한 시간 빠른 게 낫지 싶어 별 다른 고민 없이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건물로 향했다.

그런데 어라?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나는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카톡으로 봤을 때 개들은 전부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는데 그 넓은 운동장엔 희한하리만치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또 운동장을 빙 둘러 설치된 닭장 같은 실외 견사에는 개들이 하나 둘 들어앉아 나를 보고 목청을 높여 컹컹 짖어대고 있었다. 개를 맡길 때 분명 실외 견사는 사회성이 좋지 않은 친구들 한 둘을 위한 곳이라고 했다. 오히려 실내에는 소형견 한 두 마리가 있을 뿐이었다.

느낌이 안 좋지 않아서 건물 주변을 더 살피니 어디선가 단체로 개 짖는 소리가 난다. 소리 나는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맙소사. 건물 뒤편에 개 축사를 하나 지어 놓고 비닐하우스에 덮는 검은색 가마니 같은 것을 뒤집어 놓은 게 아닌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자세히 보려고 그곳으로 향하니 직원이 달려와 부리나케 나를 막아섰다. 그 때문에 그곳으로 더는 가 보지 못하고 건물로 돌아가 풀이 있는 대로 죽어있는 우리 개들을 찾았다.

서둘러 개들을 챙겨 차에 태우고 부리나케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아 그곳을 빠져나오는데 검은색 고급 세단 한 대가 운동장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나는 그 차의 운전석에 누가 앉아있는지 왠지 알 것 같아 그 차를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차의 운전자 역시 내가 누군지 아는 눈치였다.

그렇게 차들끼리 몇 초 정도 대치했고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나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 대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메시지를 보내더니 그 후로 내게 더는 카톡을 하지 않았다.

개들은 생각보다 영리하다

집에 와 개들을 살피니 둘 다 못 먹어서 삐쩍 말라 있었다. 복주는 송곳니 끝이 살짝 부러져 있었고 입술에 상처도 있었다. 복주보다 무던한 성격인 해탈이 역시 이때만큼은 집에 와 몇 날 며칠 간 스트레스성 설사를 했다.

내가 느낀 죄책감과 배신감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개를 키우며 나 스스로를 가장 혹독하게 비판했던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건 이런 부당함을 눈앞에 두고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무력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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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복주 ⓒ 이선민


희한하지? 개를 키우면 키울수록 돈이 된다면 뭐든 하는 인간들의 이기심에 놀란다. 다음으로 더 놀라운 건, 그런 인간을 여전히 믿고 의지하는 개들의 한결 같은 마음이다. 개를 키워 보니 개들은 생각보다 영리하고 복잡하게 사고했다. 개들의 감정 층위 역시 다양했다.

개들은 어떻게 하면 내가 웃는지 우는지 정확하게 알고 행동했다. 복주는 조카가 오래도록 자신을 보러 오지 않으면 삐진다. 오랜만에 온 조카가 복주를 부르면 입으로는 낮게 으르렁거리지만 반가워하는 듯한 자세로 누워 배를 깐다. 해탈이 역시 감정 표현을 곧잘 하는데 이 녀석은 내가 재밌고 신나는 곳에 데려가면 놀다 말고 연신 달려와 내 입을 핥으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니 말이다. 우리 아무리 돈이 된다고 한들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으면 안 될까? 우리처럼 피가 흐르고 심장이 뛰는 짐승이 아니더라도 다른 즐길 거리는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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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라는 게시글 하나로 글쓰기 인생을 살고 있는 [산만언니] 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마음이 기웁니다. 재난재해 생존자에게 애정이 깊습니다. 특히 세월호에 깊은 연대의식을 느낍니다. 반려견 두 마리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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