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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무시한 윤 대통령 노조 발언,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다

[주장] '불법 파업' 강조하지만 근거 제시 못해... 왜 파업 하는지 이유 알까?

등록 2022.12.02 13:35수정 2022.12.0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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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1월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화물연대의 파업 등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에 대한 혐오를 쏟아내며 많은 말을 했으나 그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렸다. 

먼저, 윤 대통령은 "민노총의 파업은 정당성이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의 옳고그름 이전에 하나만 얘기하자. '민노총'이 아니라 '민주노총'이다. 자신의 상대하고 있는 조직의 이름조차 제대로 부르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다.

밑도 끝도 없이 '불법' '불법'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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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파업에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파업을 비난할 수는 있겠으나 '법'으로 대처할 수는 없는 법이니 아마도 이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한 듯하다. 그런데, 도대체 화물연대의 파업은 왜 불법인가? 고용노동부장관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조법에 따른 불법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불법인가? 대통령도, 고용노동부장관도, 이 파업을 '재난'으로 규정한 행안부장관도 이 파업이 왜 불법인지에 밝히지 못하고 있다.

당연하다. 정부는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으니 자영업자들의 '집단운송거부'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자영업자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속 마음은 '불법파업'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파업'이라고 말하면 화물연대가 노조임을 인정하는 것이니,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불법'이라고 주장해놓고 근거도 댈 수 없는 정부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자영업자의 집단운송거부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닌 건 아니다.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이고, 노동조합의 파업은 정당하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2012년 ILO(국제노동기구)는 한국 정부에, '화물연대가 소속된 공공운수노조에 대해 조합원들을 대표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그 어떤 조치도 삼가라'고 권고했다.

한국은 ILO핵심협약을 비준했으며, 올해 4월부터 협약의 효력이 발효됐다. 정부가 화물연대의 파업을 탄압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것 자체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강제노동을 금지시키는 ILO 핵심협약을 위반한 것이다. 불법의 근거도 대지 못하면서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이미 효력이 발효돼 있는 ILO협약을 위반하면서 '법과 원칙' 운운하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

대통령은 알까, 왜 파업을 하려고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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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책임 강화, 국민안전 실현, 당신의 안전과 모두의 삶을 지키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정부 공동파업-총력투쟁대회’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부근에서 화물연대본부, 철도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철도자회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다산콜센터지부 등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또 당시 윤 대통령은 "연대파업을 예고한 민노총 산하의 철도, 지하철 노조들은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 절대 다수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가지고 있다"며 파업에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윤 대통령은 철도와 지하철이 왜 파업을 하려고 했는지는 알고 있는가? 철도노조의 요구는 '철도 민영화 정책 철회와 고속철도를 통합'이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철도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정원감축 철회와 안전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철도공사가 '혁신안'이라는 이름으로 인력을 계속 감축하고 있기 때문에 오봉역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자의 생명도 위험해지고, 그에 따라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을 받고 있다. 그래서 안전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것이다(2일 새벽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합의했고, 파업은 철회됐다).

합의에 이르러 파업이 종료되기는 했으나 서울교통공사노조의 요구도 '안전인력 충원'이었다. 안전 인력을 충원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자는 투쟁이 왜 명분이 없는 투쟁인가. 화물연대도 안전운임제를 해야 도로가 안전해진다는 점을 중요하게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이들 노조가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에 비하면 소득이 높으니 파업에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공공운수노조의 파업에 참여하는 사업장은 철도와 서울교통공사만이 아니다. 지역난방안전지부,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철도고객센터지부,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4대강 물환경연구소 비정규직 등이 파업에 동참한다.

이 노동자들은 모두 비정규직으로서 임금은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다. 아마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는지 몰라서 공공운수노조의 파업을 비난한 것 같은데, 이제 알려드렸으니 윤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파업은 지지하고 응원할지 지켜보겠다. 

파업은 모든 노동자의 권리다. 소득이 낮든 높든, 모든 노동자는 파업의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헌법에 보장돼 있다. 그리고 지금 파업을 하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투쟁에 나선 것이다.

오히려 현행 노조법 2조는 파업의 목적을 매우 좁게 만들어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파업'만 정당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와 민주노총은 노조법 2조의 '쟁의행위의 정의' 조항을 개정해 사회적 역할을 위한 파업도 정당한 파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런 노조법 개정 요구에 대해 '거부권 행사' 운운하며 반대한 윤 대통령이 파업의 명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습다. 

"진정한 약자"라고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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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평 철창에 스스로 가뒀던 유최안 부지회장, 이번엔 단식..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오른쪽 세번째) 등 민주노총 노동자 여섯 명이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하청투쟁당시 직접 용접한 0.3평 철제구조물 속에 스스로 몸을 구겨넣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실상을 알린 용접공 유최안 부지회장은 이날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 남소연

 
11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조직되지 못한 사업 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을 더욱 잘 챙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나갈 것"이라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개혁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노조를 만들고 투쟁하는 이들은 모두 '진정한'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임금이 30%나 깎여서 생존을 위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불법'이라면서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고, 14시간 일해도 200만 원 조금 넘는 임금을 가져가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에 대해서 '노동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겠다.

그런데 살기 위해 노조를 만들고 투쟁하면 '진정한 약자'가 아니고 그저 참고 목소리 내지 않고 사는 이들만이 '진정한 약자'라고 말하는 셈이니, 이 정부의 '약자 감별법'은 참으로 계급적이다. 

'진정한 약자'를 챙기기 위해 개선하겠다는 법과 제도는 무엇인가? 정부의 노동시장개혁 정책연구를 맡은 '미래노동시간연구회'에서 12월 중순께 노동시간과 관련한 권고안을 발표한다. 그 내용은 이미 알려진대로 '주52시간제'를 유연화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확대하고, 연장근로시간을 장기간 휴가로 쓰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말은 복잡하지만 내용은 '기업이 원하는만큼 노동자들을 일 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어떻게 약자를 챙기는 것이 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일을 더 시킨 후에 임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일거리가 없을 때 쉬게 하는 것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인데 말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투쟁 이후 '조선산업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를 대거 채용하는 방안이었다. 노동자들을 값싼 임금으로 권리 없이 일 시키는 것이 윤 정부가 말하는 '진정한' 약자들을 위하는 방안이다.

그러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해 원청이 책임지게 하고 손해배상 폭탄을 금지하자고 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정부가 그렇게 기를 쓰고 막는 것이다. '진정한 약자' 운운하는 윤 정부가 진정 바라는 것은 '장시간 저임금으로 일하면서도 투쟁하는 않는 노예'인 셈이다. 

"강성노조는 심각한 문제"라고?... 진짜 문제는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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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지 대구탕 골목에 노동자 행진 저지용 바리케이드 설치 ‘국가책임 강화, 국민안전 실현, 당신의 안전과 모두의 삶을 지키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정부 공동파업-총력투쟁대회’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부근에서 화물연대본부, 철도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철도자회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다산콜센터지부 등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노동탄압, 노동혐오 조장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대통령실로 향하자 경찰들이 삼각지 대구탕 골목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대비하고 있다. ⓒ 권우성

 
윤 대통령은 지난 11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강성노조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면서 노조와 빈번하게 타협하면서 불법파업의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전임 정부를 비판했다. 헌법에서 노조의 권리를 보장한 것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으로 기업과의 교섭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증진시키라는 뜻이다. 교섭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파업은 그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화와 타협이 불법파업의 악순환을 초래했다'니 기본적인 인과관계도 틀렸다. 그러고 나선 곧바로 '대화와 타협이 필요 없다'는 결론으로 치달으니 이제는 오로지 강경대응을 통한 진압만 하겠다는 것인가. 이쯤 되면 '강성노조'가 심각한 것이 아니라 헌법에 있는 '노동권'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강성정부'가 심각한 것 아닌가 싶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노조는 진정한 약자가 아니고, 모든 파업은 불법이며, 노조와 대화는 필요없다'는 저급한 인식을 갖고 있으니,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윤 정부는 재벌들이 법을 어기면 형벌을 가하기보다 벌금과 과태료만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는 경제인들의 처벌을 완화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인과관계도 성립하지 않는 경제단체들의 청부를 수용한 것이다. 정부는 '경제형벌 규정 개선TF'를 구성하고, 공정거래법과 중대재해처벌법도 완화하겠다고 한다. 불법이라는 규정도 완화하고, 불법을 저지른 재벌들에게는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노골적인 기업인 편들기다.

경제가 불안정하고 노동자의 삶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공공기관들이 돈벌이로 재단되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권리와 안전은 무너진다. 그러니 노동자들이 싸우지 않을 수 있는가. 노동자들이 생존과 안전을 위해 파업에 나설 때, 정부가 작은 꼬투리를 잡아 불법이라고 규정해버리고, 공권력을 통한 '강경대응'만 외치면 노동자들이 숨죽이고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외친 것은 "이렇게는 살 수 없지 않겠습니까"였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외치는 노동자들은 밟는다고 해서 밟혀 사라지지 않는다.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노동자들의 분노에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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