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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징역 5년 구형, 그 싸움이 가장 끔찍"

[이 사람, 10만인] 제10회 리영희상 수상한 최병성 환경탐사전문 시민기자

등록 2022.12.09 19:31수정 2022.12.09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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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리영희상을 수상한 최병성 목사 ⓒ 김병기

 
"내가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눠야 할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그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영원히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발전, 사회의 진보는 있을 수 없다."(고 리영희 저서 <우상과 이성> 서문에서)

제10회 리영희 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최병성 <오마이뉴스> 환경탐사 전문 시민기자(60. 목사.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소장)는 인터뷰 내내 이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최병성 리포트'를 통해 우리 사회의 수많은 우상을 타파하는 데 앞장서 온 최 목사는 "늘 가슴에 새기고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리영희 상 시상식 하루 전날인 6일 용인의 한 카페에서 최 목사를 만났다. 그에게 소감을 묻자 "오마이뉴스를 통해 주로 환경 기사를 써왔는데 환경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잘못된 우상을 깨뜨려온 것으로 넓게 인정을 받은 것 같다"라면서 "리영희 선생의 엄청난 이름에 누가 될지 우려되지만 그 어떤 상을 받는 것보다 기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싸움꾼이 아니라 사랑꾼이다"

리영희 상 심사위원회가 밝힌 최 목사 선정 사유 중 하나는 "최병성 목사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기독교 정신과 공익을 우선하는 사회 윤리에 입각하여 원칙을 지키는 환경운동을 지속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최 목사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싸움꾼이라고 하는데, 오랫동안 이 길을 걸을 수 있었던 힘은 오로지 생명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라면서 "생명을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을 하면 생명을 지킬 용기가 나는데, 아무것도 아닌 한 개인이 재벌 기업과 권력에 맞서서 겁 없이 싸웠고, 겁 없이 사랑했다"라고 말했다.

최 목사에게 그간 가장 힘들었던 싸움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그는 "검사가 저에게 징역 5년 구형한 사건"이라면서 "4대강 사업이나 쓰레기 시멘트 문제처럼 세인들의 주목을 받지 못할 정도로 작은 싸움이었지만 가장 집요했고 끔찍했다"라고 회상했다. 2014년, 최 목사가 용인으로 이사오면서 시작된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와의 4년에 걸친 법정 싸움이다.


최 목사는 "초등학교 앞에 건설하려는 연구소의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밝혀냈는데, 4년 동안 재판으로 저를 피 말리게 했다"면서 "하지만 이 사건으로 국토 난개발 문제에 눈을 떴고, 용인시 난개발 조사 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용인시와 경기도 난개발 정책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많은 숲을 지켜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강 매립장, 쓰레기 시멘트, 4대강... '나홀로 싸움'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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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지형 앞에 선 최병성 목사 ⓒ 김병기

 
최 목사가 환경운동을 시작한 건 23년 전부터다. 그는 1994년 강원도 영월 서강변에 움막집을 짓고 수도자의 삶을 살면서 '영성'을 공부했다. 하지만 1999년 영월군이 이곳에 쓰레기 매립장을 추진했고, 이에 맞서면서 최 목사는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결국 서강을 지켜냈고 그곳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습니다. 영광이었죠. 또 서강 싸움의 과정에서 '한반도 지형'을 발견했습니다. 국가명승 제75호로 등록됐죠. 교과서에 실리고 애국가에도 나옵니다.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됐습니다. 제게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지만 영월군을 먹여 살리는 관광 자원이 됐죠."

서강 싸움을 승리로 이끈 최 목사는 2006년부터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최초로 이슈로 만들었다. 석회석에 폐타이어, 폐비닐, 폐유 등의 산업 쓰레기를 혼합해 태우는 문제점을 고발해 2009년에는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감사원 감사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유야무야됐고, 최 목사는 4대강 사업과의 새로운 싸움에 돌입했다.

최 목사는 "쓰레기 시멘트 문제는 언제든 다시 제기할 수 있지만 강은 한번 파괴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4대강을 누비고 다녔다"라고 말했다. 당시 최 목사는 전국을 누비며 300회 넘게 4대강 특강도 했다. '4대강 목사' '장로 대통령에 맞짱 뜨는 목사 기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그 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용인의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문제로 '끔찍한 시간'을 보냈고 2020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최병성 리포트'를 연재하면서 다시 전국을 누비고 있다.

"작년 4월 5일 산림청이 '우리나라 숲은 늙은 숲이어서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라면서 늙은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나무 30억 그루 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건 나무 팔기 위한 장사였지요. 그 문제점을 지적했더니 벌목 현장이 발칵 뒤집혔죠. 30억 그루 나무심기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라는 이름으로 산림과 바다를 파괴했습니다. 기사로 고발하면서 농민들과 함께 이슈 파이팅을 해왔죠."

고군분투하면서 써낸 1조 5천억, 500억짜리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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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환경탐사전문 시민기자인 최병성 목사 ⓒ 김병기

 
여기까지가 심사위가 평가한 개략적인 최 목사의 환경운동 약사다. 심사위가 밝힌 또 다른 선정 사유는 비타협적인 환경운동이었다. 사실 거대 권력과 거대 재벌 기업, 정부 기관과 싸우다 보면 유혹도 많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최 목사는 "제가 워낙 강하게 던지다 보니 바늘도 안 들어갈 사람으로 생각해서 쉽게 접근을 안 했다"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오히려 쓰레기 시멘트 재벌에 막대한 피해를 준 비타협적 사례를 열거했다.

"20년 만에 영월 서강을 다시 지켜냈어요. 영월군이 아니라 쌍용양회가 60년 동안 파먹은 폐광산에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물이 줄줄 새는 석회광산입니다. 당시 54일간의 장마로 많은 비가 내렸는데 단 며칠 만에 물이 다 새 나갔습니다. 그걸 드론으로 찍어서 이슈로 만들었죠. 산업폐기물매립장 허가만 받으면 1조 5천억 원을 받고 팔려고 했다는 소문이 증권가에서 돌았는데, 쌍용양회는 그걸 날린 거죠."

'폐암 유발 독성 쓰레기로 아파트 짓는다? 5시간 추격전'. 지난 2020년 12월에 쓴 최 목사의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500억 원짜리 기사였다. 최 목사는 "필리핀에서 압류됐다가 경남 진해항으로 되돌아온 라돈 방사능 쓰레기인 인산석고 30만 톤을 삼표시멘트에서 500억 원을 받고 처리한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했다"라면서 "진해항에서 차로 5시간 하고도 40분간 추적해서 쓴 기사 때문에 500억 원이 날아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화력발전소가 많기 때문에 유연탄 석탄재가 남아돈다. 최 목사는 쓰레기 처리비를 벌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수백억 원씩 받고 유연탄 석탄재를 들여와 처리하는 시멘트 업계의 실태를 고발했다. 오는 2023년부터 일본산 석탄재 수입은 전면 금지된다.

백전백승 비결? "내 글쓰기의 90%는 자료수집"

최 목사는 크고 작은 싸움에서 소송도 많이 당했지만 대부분 승소했다. 그 비결을 물었다.

"리영희 선생은 '내 글쓰기의 90%는 자료수집이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기사를 쓰려면 소위 적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날카로운 팩트와 생생한 현장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자료수집이지요. 모든 자료가 인터넷 안에 있습니다. 검색어만 잘 던지면 수많은 사이트에 숨어있는 놀라운 보고서를 찾을 수 있어요. 그걸 찾아서 머리 싸매고 공부하면서 숨겨진 진실, 즉 진주를 찾아서 하나의 보석으로 엮듯이 기사를 썼습니다."

오랫동안 나 홀로 싸움을 벌여온 최 목사. 그가 쓴 기사는 1인 미디어를 넘어 '1인 군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파괴력이 막강했다. 혹시 주변에서 독불장군이라는 소리를 듣지는 않았을까? 그는 "혼자이었기에 돈 안 들이고 빠르게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라면서 "인터넷의 폭발적인 힘을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가 항상 나의 곁에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제10회 리영희 상을 수상한 까닭도 미디어를 통해 가공할 만한 위력의 글쓰기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나에게 글쓰기는 다윗의 물맷돌"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쟁터에 형들의 안부를 물으러 나간 어린 다윗은 전쟁에 나갈 의무도 책임도 없었죠. 저도 목회 활동만 잘하면 됩니다. 환경운동은 주어진 일이 아닙니다. 다윗에게는 전쟁에 어울릴 만한 칼과 창이 없었습니다. 물맷돌이 사람을 죽이는 살상 무기는 아니죠. 하지만 기술이 더해지자 아무도 감당하지 못하는 골리앗을 물리쳤죠. 저의 물맷돌은 모든 진액을 짜듯이 써서 세상의 우상을 향해 던지는 글쓰기입니다. 더 멋진 무기가 되기 위해 항상 연마하고 있습니다."

"자칭 '대한민국 담임목사', 오늘도 전국으로 심방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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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성 오마이뉴스 환경탐사전문 시민기자가 제10회 리영희 상을 받았다. ⓒ 김병기

 
취재 현장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최 목사에게 '어느 교회 목사'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때 그는 자칭 '대한민국 담임목사'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했다. 그는 "창세기 1장 1절에 하나님이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나오는데, 하나님이 만든 세상을 지키는 게 목사의 일 아니냐"면서 "누가 인정해주지는 않지만, 나는 노트북과 카메라, 드론을 들고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심방을 간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를 마친 뒤 최 목사는 기자를 기흥역까지 차로 태워줬다. 최 목사의 차 안에는 귀마개와 헤드폰이 놓여 있었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최 목사는 "몸이 안 좋을 때는 자동차 진동이 너무 크게 느껴져 귀를 때린다"라면서 "귀마개를 하고 그 위를 헤드폰으로 덮은 채 운전하면 조금 나아진다"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취재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자비로 지출한다. 기름값에서부터 취재 장비 구입, 샘플 분석 조사와 설문조사 경비, 소송 비용과 심지어 지역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자비로 광고 전단을 만들어 뿌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월급을 받을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전국을 누비고 다니면서 수차례 잔병치레를 해왔고, 이제는 귀마개도 모자라 헤드폰까지 쓰고 가속기를 밟고 있다. 환경운동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상대방은 재벌입니다. 나는 돈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조직도 없고, 아는 것도 없이 출발했죠.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내가 먼저 진실을 알았는데 내가 포기하면 내가 더 나쁜 놈이 되는 게 아닐까요. 그런 마음으로 견뎠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내가 세상을 바꾸면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데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최병성 목사는 지난 7일 리영희 상을 받은 데 이어 9일에는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가 선정하는 2022년 투명사회상도 받았다. 

[관련 기사] 최병성 시민기자, 제10회 리영희상·2022 투명사회상 수상 http://omn.kr/21vw5
 

제10회 리영희상 수상한 최병성 목사 인터뷰 "목사도, 환경운동가도, 기자도 아닌 박쥐같은 인생을 살아온 지 벌써 24년째입니다. 오늘 리영희 재단에서 지난 제 걸음들을 '진실을 추구하며 우상을 깨트리는 용기'로 인정해주셨다는 사실에 염치없지만 기쁜 마음으로 상을 넙죽 받으려 합니다." 제10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소장(목사, 오마이뉴스 환경탐사 전문시민기자)의 수상 소감 한 대목이다. 그는" 자칭 '대한민국 교회'의 담임목사라며 오늘도 전국 곳곳을 열심히 누비고 있다"면서 "그러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로써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한다'시던 리영희 선생님의 말씀이 제게 한줄기 빛이요, 위로였다"고 덧붙였다. 리영희상 시상식 하루 전날인 지난 6일 용인의 한 카페에서 최 목사를 만났다. 그에게 소감을 묻자 “오마이뉴스를 통해 주로 환경 기사를 써왔는데 환경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잘못된 우상을 깨뜨려온 것으로 넓게 인정을 받은 것 같다”면서 “리영희 선생의 엄청난 이름에 누가 될지 우려되지만 그 어떤 상을 받는 것보다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 김병기


   
#리영희상 #최병성 #시민기자 #환경리포트 #투명사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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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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