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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슬람사원 건축 갈등 "홍준표 시장도 종교탄압 언급... 대화 필요"

경북대 구성원들, 대학본부에 해결 촉구... 대책위는 유엔에 긴급 구제 요청

등록 2022.12.29 12:12수정 2022.12.2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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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15일 경북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돼지고기 바비큐 파티를 예고하자 경북대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자 했지만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펼쳐서 들어보이고 있다. ⓒ 조정훈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공사를 놓고 건축주와 주민들 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학 구성원들이 탄원서를 제출하고 유엔에 긴급구제를 요청하는 등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북대 구성원인 교수와 학생들은 지난 28일 "대현동 일부 주민들의 무슬림 혐오 행위에 반대한다"며 대학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대학본부에 전달했다.

경북대 학생과 교수 등 317명, 대학본부에 해결 촉구하는 탄원서 제출

'이슬람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경북대 구성원과 시민 일동' 이름으로 탄원서를 제출한 이들은 모두 317명으로 이들 중 253명은 외국인 학생과 교수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경북대 구성원들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는 무슬림 학생과 연구자, 교직원에게 가해지는 이러한 혐오 행위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 기관인 학교 당국은 캠퍼스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당한 상황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면서 "법원을 통해 건축이 재차 승인됐는데 주민들이 불법적으로 공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민들이) 임시 기도처 주변에 무슬림 학생들을 향한 혐오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게재하고, 이슬람사원 신축 장소 인근에 의도적으로 돼지의 특정부위를 두 달째 전시했다. 이는 무슬림 공동체에 정신적인 충격을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핵심 당사자인 대학 당국은 적절한 대응을 회피하고 있다"라며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학 당국은 인종차별과 혐오행위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원서에 서명한 한 학생은 "이슬람사원 근처에서 4년간 살았는데 무슬림에 대해 혐오하는 포스터가 걸린다. 대학 본부에서 외국인 학생의 가족이 평화롭고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유학생의 아내는 "매일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아이들도 무서워한다"면서 "아이들은 빨리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지만 남편이 박사과정을 끝내지 못해 아직 떠날 수 없다. 대학본부에서 저희를 좀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밖에 사범대 A교수는 "종교와 인종, 출신 등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가장 야만적인 행위"라고, 자연과학대 B학생은 "재학생으로서 관조하는 대학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대학본부에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 홍준표 대구시장에 해결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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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들이 15일 낮 건축현장 입구에서 돼지고기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다. ⓒ 조정훈

 
시민사회단체도 주민들의 이슬람사원 건축 방해 행위에 대해 유엔에 긴급 구제를 요청했으며, 대구시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유엔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religion or belief, 이하 '종교의 자유 특별보고관')에 긴급 구제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대책위는 청원서에서 "대한민국 정부, 대구시와 대구 북구청 등이 주민들의 종교 차별적이며 인종 혐오적인 공사 방해 행위를 방치하고 사실상 용인하는 건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자유권협약 등 한국이 비준한 국제규약을 위반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돼지고기는 이슬람교의 대표적인 금기 식품으로서 '돼지사체' 혹은 '돼지머리'를 무슬림 사원 근처에 투척하거나 전시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이슬람 혐오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행위로 보고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 종교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돼지머리 투척행위를 전형적인 '이슬람혐오(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 행위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라며 "국제사회에서는 이슬람혐오를 단순한 종교의 자유 침해를 넘어 인종차별 혹은 복합적인 차별로 인식하는 견해가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종교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 정부와 지자체에 ▲돼지머리 즉각 철거 및 공사의 원활한 진행 협력 ▲특정 종교 또는 인종에 근거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배격한다는 공적인 입장 표명 ▲지자체의 위법한 공사중지명령과 공사 방해행위 방치로 인해 사원 측이 입은 손해배상을 요청할 것 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구참여연대도 28일 성명을 통해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지혜를 모으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전향적 노력을 촉구했다.

대구참여연대는 홍 시장이 지난 19일 '영호남 청년 어울림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홍 시장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는 그 누구도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며 "이슬람사원 신축은 대법원에서도 합법하다고 판결이 났다. 이를 짓지 말라고 하면 종교탄압이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고 지금의 접근법은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홍 시장이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와 진심을 갖고 노력에 나선다면 해결책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구시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북구청·경북대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꾸려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슬람사원 건축을 두고 벌어진 갈등은 경북대 유학생 등 7명이 단독주택을 기도처로 사용하다가 2년 전 종교집회장으로 용도 변경해 건축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주택가에 이슬람사원을 건축하려 하자 이를 안 주민들이 북구청에 반대 탄원서를 제출했고 구청은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소송이 시작됐고 지난 9월 대법원에서 북구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지만,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무슬림들과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법적으로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 일부 주민들은 건축공사 현장 인근에 두 달째 돼지머리와 꼬리 등을 걸어놓고 주민잔치를 한다며 바비큐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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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15일 오전 경북대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일부 주민이 '이슬람사원 결사반대'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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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현장 인근에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갖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돼지머리가 놓여 있다. ⓒ 조정훈

 
 
#이슬람사원 #경북대학교 #대구참여연대 #유엔 특별보고관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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