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가지 다 잘린 합천군 가로수...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1011번, 1034번 지방도 사이 나무들 잘려 ... 쌍책면 "주민 요청 사항이지만, 이후엔 신중할 것"

등록 2023.01.25 12:00수정 2023.01.25 16:22
1
원고료로 응원
a

가로수를 거의 벌목 수준으로 전지를 해버렸다. ⓒ 정수근

 
대구에서 황강 상류로 가려면 합천군 쌍책면을 지나게 됩니다. 지난 설 연휴 직전 오전 쌍책면에서 율곡면으로 넘어가는 지방도로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가로수가 죄다 전지를 당했는데 그 수준이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은행나무인 것 같았고, 지름이 제법 두터운 걸 봐서 수령이 10년 이상은 자란 나무 같았습니다. 일부 구간만 그런 것이 아니라 1011번 지방도와 1034번 지방도의 가로수가 거의 대부분 그렇게 돼 있었습니다.  

이런 강전정(심하게 전지를 함) 관행은 가로수를 병들게 합니다. 뿌리와 줄기가 썩어 태풍이나 바람이 심하게 불 때 나무가 쓰러지는 피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전지를... 대체 왜? 
 
a

가지가 다 잘렸다. ⓒ 정수근

 
대체 왜 이렇게 전지를 한 건지 궁금했습니다. 우선 해당 자치단체인 쌍책면사무소에 문의했습니다. 그런데 쌍책면 산림과 담당자는 뜻밖의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그 일대 농민들 민원이 있었다는 겁니다. "가로수가 그늘져 농작물에 피해를 주니 벌목을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겁니다. 

"은행나무라 수확철에 냄새도 나고, 그것을 줍느라 지나가는 차량이 정차할 때는 위험하기도 해 벌목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 합천군 산림과와 쌍책면 산림과 그리고 이곳 이장들이 간담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벌목을 할 수는 없고 전지를 해주겠다"고 정리가 돼, "군 산림과에서 나와  전지를 한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전체 길이는 3~4km 정도고, 예산은 6000~7000만 원으로 계획이 잡혀 있었다고 합니다.

민원이 있었다고 해도 해결 방식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무도 생명이고, 가로수는 경관 가치도 있는 것인데 앞으로도 이렇게 할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이에 대해 묻자 "주기적으로 전지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는데, 다음부터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에 대해 최진우 '가로수시민연대' 대표는 "민원을 제기한 농민의 입장도 알겠지만, 모든 농민들의 문제도 아니고 도로변에 농지를 가지고 있는 일부 농민들의 민원으로 보인다"라며 "수령이 있어 여름이면 울창한 경관을 만들어주었을 이 가로수길을 사랑하는 더 많은 시민들도 있다. 가로수의 그런 공익적 가치에 대해서는 완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일부 민원이 있더라고 그것을 잘 조율하는 것도 담당자의 몫인 거다. 그리고 저렇게 심하게 전지를 할 일인가도 따져봐야 한다. 민원이 들어온다고 너무 쉽게 일을 처리한 것으로 보여 너무 아쉽다"라고 밝혔습니다. 
 
play

가로수의 수난 합천군 쌍책면의 1011번과 1034번 지방도로 3~4킬로미터에 이르는 가로수가 모두 이와 같이 강전정을 당해 을시년스러운 모습을 한 채 늘어서 있다. ⓒ 정수근

 
잘린 가로수를 보면서 지난 연말 다녀온 독일과 네덜란드의 가로수가 떠올랐습니다. 일정 구간 영역에서 맘껏 가지를 뻗고 자라는 가로수를 보면서 "이들 나라는 저 말 못하는 가로수도 저런 식으로 가꾸는데 사람들에서야 오죽 정성을 다하겠냐" 하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가로수도 도시와 그 지역사회를 이루는 중요 요소입니다. 그리고 생명체입니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줘야 합니다. 나무가 주는 공익적 가치도 큽니다. 산소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기후변화를 막는 데 일조합니다. 한여름에 시원한 나무 그늘과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많은 공익적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가로수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대접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같은 결정이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입니다.
#가로수 #쌍책면 #합천군 #전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