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26 18:05최종 업데이트 23.01.2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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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결을 찾아 봅니다.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6호'는 2023년 1월 16일부터 24일까지 쇠토프 숲유치원,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콜레, 트레크로네스콜렌, 코펜하겐 티에트겐 학생 기숙사 등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1월 18일 덴마크 코펜하겐 도심에 있는 쇠토프 유치원 놀이터에서 만난 장작 패기용 도끼의 모습. 아이들이 사용하는 "진짜 도구"라고 한다. ⓒ 김지현

 
유치원 한복판, 장작을 패는 도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도끼 머리 날이 하늘로 향하고, 날 위 동그란 틀거리에 장작을 올려놓은 뒤 망치 등으로 밀어 패내는 구조다. 덴마크 코펜하겐 쇠토프 숲유치원 원장 쇄른 에밀 마크프란드(Søren Emil Markeprand)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건 우리 유치원 아이들이 사용하는 진짜 도구(real tool)입니다."

지난 1월 18일(현지시각) 행복사회 덴마크의 비결을 찾기 위해 현지로 간 '꿈틀비행기' 16호 참가자 30여 명은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유치원의 모습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널찍하게 펼쳐진 야외 놀이터에는 나뭇가지부터 시작해 진흙이 묻은 각종 도구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쇄른 원장은 놀이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에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1월 18일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6기 참가자들을 만나 설명하고 있는 쇄른 에밀 마크프란드(Søren Emil Markeprand) 쇠토프 숲유치원 원장. ⓒ 김지현

  
"아이들에게 유치원 안의 모든 것은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비록 쓸모 없다고 여겨지는 물건이라도 쌓고 무너트리면서 창의성을 높일 수 있어요. 직접 손으로 다뤄 소근육도 발달시키고, 교사 그리고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상호작용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선 아이가 찔리거나 베이거나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될 법하다. 그러나 쇄른 원장은 "오히려 부모들이 못 쓰는 나무 장작 같은 것을 가져다주기도 한다"라며 "인위적인 놀이시설보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처를 입고 다쳐도 그것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이니까요. 진짜 도구를 사용하고, 실제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알게 됩니다. 부모들도 이런 교육 방식에 동의하고 믿어줍니다."

자율과 독립의 조화...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덴마크 코펜하겐 도심에 있는 쇠토프 유치원의 실외 모습. 아이들은 이곳에서 마음껏 뛰어 논다. ⓒ 김지현

 
이곳 쇠토프 숲유치원의 교육 키워드는 '삶'과 '더불어 함께'다. 모든 활동이 이 두 키워드와 연결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누리과정처럼 특정한 교육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140명의 원아(0~2세 영아 60명, 3~6세 80명)는 유치원에서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친구와 더불어 함께 한다. 쇠토프 숲유치원은 도심 내 유치원과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숲유치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 원아들은 도심 유치원과 숲유치원에서 생활하는데 1개 반(25명가량)이 숲유치원에선 2주간 지낸다.

이날 기자가 목격한 유치원 교육환경은 때로는 위험해 보이는 일도, 한국 부모의 관점에선 이해하기 힘든 일도 있었다. 하지만 쇄른 원장은 "아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어떻게 개인이 자율성·독립성을 갖는지, 어떻게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지를 배운다"라고 말했다. 

#장면① 페달이 없는 유아용 두 발 자전거를 탄 꼬마가 발을 구르며 야트막한 언덕을 쌩 내려간다. 속도가 붙었지만 꼬마는 두 발을 땅에 대어 제동을 건다. 한 꼬마만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게 아니다. 그 뒤엔 또 다른 꼬마 2명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장면② 이날 바깥 기온은 영상 1도. 마크프란드 원장은 영아들이 낮잠 자는 곳을 소개해줬다. 참가자들은 '어머, 여기서?'라는 반응이다. 왜냐하면 낮잠 장소가 사실상 실외나 다름 없는, 유모차 주차장이었기 때문이다. 영아들은 바깥에 위치한 자기의 유모차 안에서 잠을 잔단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낮잠용 이불세트 같은 건 없다. 유모차 안 담요로도 충분히 따뜻하단다. 

 

덴마크 유치원 원아들이 입는 옷을 설명해주는 쇠토프 유치원 안나 하이닝 교사. 방수, 방한 기능이 있는 야외 활동복이다. ⓒ 김지현

 

쇠토프 유치원 원아와 교사가 원내에서 발견된 새 사체를 함께 해부하고 박제해놨다. ⓒ 김지현

  
#장면③ 유치원 실내 투명 유리 수납장. 새의 머리와 날개 그리고 다리가 핀셋으로 고정돼 있다. '따로 산 교재 아니냐'고 물었지만 아니었다. 유치원 안에서 새의 사체가 발견된 적이 있었는데 교사와 아이가 위생장갑을 끼고 새의 몸 구조를 이야기하면서 해부하고 박제해놓은 것이었다. 

#장면④ 유치원 실내외를 둘러봐도 한국 어린이집·유치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CCTV가 안 보였다. CCTV가 없는 건지 물었더니 "그런 건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쇄른 원장은 "학부모들이 교사들과 유치원을 믿으니까"라면서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CCTV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몇몇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 방식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아이패드 같은 기기로 본인을 촬영한다고 한다.


쇠토프 유치원의 교사들은 아이들의 활동에 개입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져보고 실행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돕는 역할만 한다. 한국의 보육 선생님들이 근무 시간동안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덴마크 보육 선생님들은 옆에서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덴마크 코펜하게 쇠토프 유치원의 실내 모습. 원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고, 이 모습을 교사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사진 맨 오른쪽 하단). ⓒ 김지현

   
함께 뛰어놀고 함께 먹으며 삶의 가치를 배우다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은 마크프란드 원장과 함께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숲유치원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숲으로 걸어들어가는 길은 500미터 정도 돼 보였다. 빽빽하게 좌우로 서 있는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니 드넓은 풀밭과 그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었다. 아이들은 풀밭 한가운데 있는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겨울에 야외에서 3~6세 아이들이 식사를 한다는 것. 이 역시 한국에선 벌어지지 않을 일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도심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쇠토프 숲유치원. 이곳의 한 원아가 전지 가위로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다. 사진 오른쪽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주변에서 채취한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 구조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 김지현

 

덴마크 코펜하겐 쇠토프 숲유치원 원아들이 점심 식사를 야외에서 하고 있다. ⓒ 김지현

덴마크 코펜하겐 도심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숲유치원에 모닥불이 피워져 있다. 모닥불 장작은 원아와 교사들이 도끼로 직접 팬 것이며, 이곳에서 이따금 요리도 한다는 설명이다. ⓒ 김지현

  
그 옆으로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고, 매캐한 연기가 둥둥 떠올랐다. 도심 유치원에서 봤던 도끼가 이곳에도 있다. 그 뒤 창고에는 톱, 망치 등 진짜 공구들이 진열돼 있었다. 한 아이는 전지가위를 직접 들고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었다. 현재 니콜라이 교사와 아이들은 숲에서 채취한 나뭇가지를 이용해 자신들만의 특별한 구조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란다. 

소근육 발달을 위해 점토놀이, 촉감놀이를 하는 한국의 아이들과 직접 도구를 써서 몸에 익히는 덴마크의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과 수 개념을 공부하고 때로는 별도의 학습지를 푸는 한국의 아이들과 유치원 내 오순도순 모여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덴마크의 아이들.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르지만, 아이들의 삶의 무게는 모두 같다. 마크프란드 원장은 덴마크의 아이들이 왜 이런 교육을 함께 나누는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제 막 삶을 시작한 우리 아이들은 이곳에서 민주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소셜 스킬'을 익힙니다. 깨끗한 자연 속에서 옆에 있는 친구들과 더불어 함께 뛰어 놀고,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함께 인생을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우리의 삶은 누구나 즐겁고 행복하게 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덴마크 코펜하겐 쇠토프 숲유치원을 견학 방문한 '꿈틀비행기' 16기 참가자들. ⓒ 김지현

덧붙이는 글 꿈틀비행기 17호는 오는 8월 출발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http://omn.kr/1mleb'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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