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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차 부산수요시위 "정부 강제동원 해법안, 굴욕·졸속"

[현장] 새해부터 일본영사관에 모인 시민들... 양금덕 할머니 "끝까지 이길 것"

등록 2023.01.25 15:15수정 2023.01.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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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부산시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85차 부산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 김보성

 
"일본 정부의 사죄, 전범기업의 배상 약속은 어디로 갔나?"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간 25일, 최강 한파에도 부산시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으로 시민들이 모여 구호를 외쳤다. 새해부터 수요시위에 나선 이들은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 소속 단체 회원들이다.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강제징용) 해법을 내밀며 한일관계 개선에 힘을 쏟자 이들은 너나없이 '반대' 손팻말을 들고 이곳으로 나왔다.

피해자 반발에도 강제동원 해법안 공식화

지난 12일 국회 토론회에서 우리 정부는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이른바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을 공식화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동원 소송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의 채무를 인수하고 한국 기업 등의 기부금으로 판결금을 대납하는 방법이다.

피해자 측의 반발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적극적인 추진을 시사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속도감과 책임감을 갖고 해법 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나흘 뒤인 16일 도쿄에서 국장급 협의를 진행했고, 추가 논의를 추진 중이다. (관련 기사: [현장]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 https://omn.kr/22c5j)

일본 내에선 이마저 거부해야 한단 반응이 이어졌다. 일본의 극우 매체인 <산케이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한국 대법원의) 배상 명령은 국제법을 일탈한 한국 사법의 폭주이며 일본 측이 지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한국이 국내 문제의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더 강경하게 대응하라'라는 적반하장식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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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부산시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85차 부산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 김보성

 
85차 부산수요시위 참가 단체는 현재 상황을 맹비난했다. 이들은 '졸속봉합 굴욕외교', '공식사죄, 법적배상 적극적으로 요구하라' 등을 적어 현장에 나왔다. 지은주 부산겨레하나 대표는 정부 해법안을 피해자를 두 번 짓밟는 행위로 규정했다. 지 대표는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과 사죄가 전제되지 않는 과거사 문제해결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참가자 전체를 대신해선 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가 준비한 성명서를 낭독했다. 석 대표는 전범기업에 대한 판결이 단순한 재판 결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20여 년 투쟁의 승리이자 역사적 한 걸음"이라며 "그런데도 정부가 일본의 책임 면피용, 지극히 가해자 중심 해법을 내놓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일합의를 추진한 박근혜 정부의 말로를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85차 부산수요시위는 노란색 손팻말을 접어 영사관 방향으로 비행기를 날려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다음 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도 어김없이 수요시위를 계속해 가겠단 다짐과 함께 자리를 떴다.

강제동원 피해자는 이러한 연대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부산여성행동은 소송의 원고인 양금덕 할머니의 편지를 이날 언론에 공개했다. 일제강점기 1944년 미쓰비시중공업으로 강제동원됐던 양금덕 할머니는 여성·시민사회 단체를 향해 "나이를 95세나 먹었는데 (일본이) 아직 사죄 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다. 시민들이 아니면 살 용기가 안 난다. 끝까지 이겨보겠다"라고 말했다.  
#85차 부산수요시위 #강제동원 해법 #병존적 채무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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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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