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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합천보 수문 개방을 연장해야 하는 네 가지 이유

[주장] 환경부의 성급한 결정... 양수장 개선 공사부터 마무리해야

등록 2023.01.26 11:42수정 2023.01.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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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수문이 지난 1월 18일 다시 굳게 닫혔다. 모래톱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1월 18일 합천창녕보(아래 합천보) 수문이 다시 굳게 닫혔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합천보 수문이 완전 개방됐으니, 새해 1월 18일까지 만 27일간 합천보 수문이 완전 개방된 셈이다. 고작 27일 만이다. 고작 27일 만에 수문을 다시 닫아건 것이다. 이럴 거면 환경부가 왜 합천보 수문을 개방했나 하는 원망이 절로 나온다.

수문 개방 시늉만 냈다가 다시 닫은 꼴이다.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의 수문 개방을 위해서 우리는 그토록 열망하며 기다려왔더란 말인가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낙동강 평화 시기는 더 연장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수문 개방으로 낙동강 모래톱을 찾은 겨울철새들을 비롯한 수많은 야생의 생명들에게 정말 못할 짓이다. 그동안 물에 잠겨 접근조차 할 수 없던 낙동강이 비로소 강답게 돌아오자 가장 반기며 먼저 찾아온 것이 이들 야생의 생명들이다.

이번 수문 개방으로 합천보에서 달성보 사이 낙동강과 지천인 회천을 찾은 법정보호종 야생 조류들만 무려 12종이나 된다. 황새, 독수리, 호사비오리, 잿빛개구리매, 원앙, 황조롱이, 큰기러기 등등… 그뿐인가. 고라니, 삵, 너구리, 족제비 같은 야생동물들 또한 되돌아온 낙동강 모래톱을 찾아 휴식을 취하거나 먹이 활동을 벌이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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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모래톱 위에서 천연기념물 독수리가 쉬고 있다. 모래톱은 생명을 부르고 평화가 도래하게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에 평화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처럼 모래톱은 생명을 불러들이고 평화를 가져온다. 낙동강 평화의 시기가 다시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그 평화의 시기가 고작 27일로 그쳐 버렸다. 

낙동강 평화 시기는 더 연장될 수 있었는데, 환경부가 성급히 수문을 닫는 결정을 해버렸다. 수문은 더 열릴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첫째, '22년 하반기 낙동강 하류 수계 보 운영 및 모니터링 계획'에 따르면 환경부의 자체 수문 폐쇄 매뉴얼은 두 가지 버전으로 돼 있다. 1월 17일부터 수문을 닫는 안과 2월 2일부터 수문을 닫는 두 가지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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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수문을 다시 닫는 문제 관련해서 보개방 민관협의체 자료인 <22년 하반기 낙동강 하류 수계 보 운영 및 모니터링 계획>에 1월 17일안과 2월 2일 안이 그림으로 잘 표시돼 있다. ⓒ 환경부

 
수문을 닫는 이유는 낙동강 인근 마늘과 양파밭에 물을 대주는 양수장을 가동하기 위함인데, 지난 1월 13일~14일 겨울비가 상당히 내렸고, 마늘밭과 양파밭의 해갈에 도움이 됐기 때문에 1월이 아닌 2월에 수문을 폐쇄해도 충분했던 것이다.

둘째, 낙동강네트워크가 실제 이곳 농민들을 만나 조사를 해본 바에 따르면 1월 18일에 수문을 폐쇄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조사에 의하면 가장 시급히 농업용수를 요구하는 구지면 도동리와 자모리 같은 경우도 각각 2월 10일과 2월 말을 기준으로 농업용수 공급을 요구했기 때문에 1월 18일 수문 폐쇄를 성급히 결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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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현풍면 현풍읍 자모리 마늘밭 전경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양수장 시설개선공사 올 여름 전까지 완공' 약속 지켜야


셋째, 우리는 지난해 2월 19일을 기억한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지난겨울 우리는 이곳 합천보 모래톱에서 농성장을 차렸다. 지난 겨울에도 약속과 달리 이르게 합천보 수문 폐쇄를 결정한 환경부에 항의하고 수문 개방 기간을 연장하고자 그 겨울 엄동설한에 비닐 천막에 의지한 농성을 벌였다. 

당시, 낙동강네트워크는 '이번 겨울에는 도동양수장과 자모양수장의 양수장 구조개선사업에 착공해 올 여름 녹조 번성기 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구두약속을 환경부로부터 받아낸 뒤 농성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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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장의 구조개선 사업 착종조차 안됐다. 이래서는 올 여름 전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수가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해가 바뀌었음에도 양수장 공사는 아직 착공조차 안 됐고, 열렸던 합천보 수문은 지난해보다 더 이른 시기에 닫혔다. 제대로 현장 실태조사조차 해보지 않고서 말이다. 이와 같은 환경부의 무책임하고 무사안일한 태도를 우리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넷째, 우리는 합천보 수문 개방으로 낙동강 모래톱을 다시 찾은 겨울철새 황새와 독수리, 호사비오리 같은 수많은 생명들을 생각한다. 이들이 추운 겨울을 낙동강에서 무사히 나고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점이 3월 초까지다. 그때까지만이라도 낙동강의 평화 시기를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용수 비상 공급 가능하다

이것은 수고로움을 조금만 더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해 환경부는 도동리와 자모리에 양수기를 동원해 비상급수를 실시해 2월 19일 이후까지도 물을 댄 경험이 있다. 올해도 우선 2월 10일경 급하게 농업용수를 요구하는 도동리와 자모리 같은 곳에만 물을 대주면 다른 지역은 3월 중순에 물을 대도 충분하다는 것이 이곳 농민들의 설명이다.

즉 3월 초에 합천보 수문을 닫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리 되면 낙동강 모래톱은 적어도 겨울철새들이 머무는 3월 초까지는 남아있을 수 있고, 평화 시기가 연장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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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지천 회천을 찾은 귀한 새 호사비오리. 우리 나라에 30개체도 채 남아있지 않은 호사비오리가 합천보 수문개방으로 모래톱이 드러난 회천을 찾았다. 모래톱은 귀한 새들도 불러모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자연과 공존의 길을 택해야 한다. 그 길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환경부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파국을 맞을 뿐이다. 자연과의 공존의 길과 대자연의 질서를 거부할 때 자연은 대반격을 가한다. 그러니 합천보 수문 개방은 연장돼야 한다. 최소한 겨울철새들이 되돌아가는 3월 초까지만이라도 수문 개방 기간이 연장돼야 한다. 낙동강 평화 시기를 3월 초까지만 유예시켜달라는 것이 우리의 간절한 요구다. 환경부의 책임있는 입장과 결단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면서 낙동강의 자연성 회복운동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인간뿐 아니라 뭇 생명들과 공존하는 낙동강을 희망해봅니다.
#낙동강 #합천보 수문개방 #양수장 #농업용수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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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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