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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의 아동학대 논란, 문제는 오해 부른 소통

[주장] 과도한 비난 바람직하지 않아... 더 세심한 SNS 활용 고민도 필요

23.01.26 17:41최종업데이트23.01.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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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배우 이시영은 자신의 SNS에 "한라산 새해맞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아들과 함께 한라산에 등반했던 모습을 찍은 사진 몇 장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에는 아들을 등에 업고 한라산을 오르고 있는 이시영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시영과 즐거워하는 아들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모자의 모습이었다. 

사진을 게시할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테지만, 이 사진은 엄청난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혼자서도 오르기 힘든 눈 덮인 한라산, 그곳을 몸무게 20kg이나 되는 아들을 업고 올라간 이시영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안전불감증'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심지어 '아동학대'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동복지법 제3조(정의) 제7호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겨울날, 아들을 등에 업고 한라산에 등반한 부모의 행동을 법적인 의미에서 '아동학대'라고 할 수 있을까. 아동학대에 대한 정의는 '아동복지법'에 잘 정리되어 있는데, 이시영이 게시한 사진 몇 장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 아동학대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는 태도는 긍정적이지만, 그 개념을 너무 쉽게 오남용하는 것도 곤란한 일이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나는 힘들면 그만인데 정윤이의 컨디션과 이런 건 예측할 수 없고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라 긴장했다. 저도 엄마다 보니까 애 기분이 너무 중요해서 '추워?' 계속 물어보고, 중간 멘트도 하나도 못 하고 사실 정윤이만 포커스를 맞췄다." (이시영)

논란이 거세지자, 이시영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후사정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아들에게도 10번 물어봤는데 10번 다 예스라고 했"기에 가능했던 등산이라며, 등산 중에도 "애 기분이 너무 중요해서 '추워?'라고 계속 물어봤"다고 말했다. 한라산 등산에 어떠한 강제성이 없었고, 등산 중에도 아들의 컨디션을 계속해서 확인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이시영의 해명 중에서 "나만의 버킷리스트였"다고 말한 부분이나 "내 욕심일 수는 있지만"이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아들과 함께 하는 한라산 등산이 엄마 이시영'만'의 도전이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있다. 또, 아들이 10번 다 예스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만 5세 아이의 판단을 100%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엄마의 바람이 아이에게 투영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라는 비난은 이시영의 모성과 아들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공격처럼 보이지만,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실제로 한라산은 국내에서 산악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게다가 쌓인 눈을 헤치고 올라가야 하는 겨울철 산행은 위험하므로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이시영은 복싱 국가대표로 경기에 나설 만큼 신체적으로 강인하고 체력적인 준비도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위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또, 이시영의 SNS 사진을 보고 신체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이들이 따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을 공개하기에 앞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준비를 했는지를 알렸다면 좋지 않았을까. 

한편, 이시영은 광고 촬영장에 아들을 데려간 일로 (이번 사건과 엮여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유는 미취학 아동을 10시간 넘게 촬영장에 머물게 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집에 가자고 여러차례 보챘다는 이시영의 글이 기름을 부었다. 이에 대해서도 '아동학대'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시영의 통제 안에 아이를 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과한 지적이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 

최근의 몇 가지 사건, 그러니까 한라산 등산이나 촬영장 대동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이시영은 조금 '독특하고' '터프'한 엄마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선을 넘는 과도한 비난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 사회가 과거와 달리 아동 인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연예인의 일상에 일일이 반응하는 식으로 나아가는 건 아쉽다. 

물론 논란을 촉발시킨 이시영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자세한 설명이 생략된 소통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모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이 억울하겠지만, 자업자득에 가까운 일이기에 조금 더 세심한 SNS 활용이 필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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