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28 12:51최종 업데이트 23.08.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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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지난 13일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 연합뉴스

 
주택시장에서 주택가격, 특히 아파트 가격이 오를 때마다 언론과 정치인은 항상 공급부족론을 외친다. 지난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도 주택가격은 폭등했고, 언론과 정치인들은 공급이 부족해서 문제가 터졌다고 연일 떠들었다. 정부는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을 발표한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과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비판 그리고 국민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아래, 2.4대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또한 2022년 8월 '8·16 부동산 대책'에서 270만 호 공급을 약속했다. 


그러나,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로 하여금 자이언트 스텝의 금리인상을 하게 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은 공급부족에 의한 주택가격 폭등론을 한 방에 날려 버렸다.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한다고 연일 떠들며 무주택자에게 위기의식을 심어 '영끌'을 하게 한 언론과 정치인들은 오히려 집값 폭락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중심의 주택공급이 불러오는 나비효과
 

2022.08.16.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 국토교통부 ⓒ 국토교통부

 
공급이 부족하면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공급을 통한 주택가격 안정화의 효과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정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균형발전과 모순적이라는 것이며, 부동산 버블이 꺼졌을 때 닥쳐올 충격을 완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급부족론에 의한 공급정책은 대개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2.4대책도 전국을 대상으로 했지만 수도권에 집중했다. 수도권에 61.1만 호(서울 32.3만 호, 인천․경기 29.3만 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윤석열 정부도 다를 바가 없다. 270만 호 중 수도권에만 158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인구가 압도적이다. 2020년 기준 수도권의 인구는 2596만 명으로 비수도권 인구 2582만 명을 넘어섰다.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인구 불균형 속에서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은 국토의 불균형 발전을 더 강화할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 추이 및 전망(1970~2070) 자료제공:통계청 ⓒ 통계청

 
수도권 중심의 주택공급 정책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저해한다. 수요 측면에서 여전히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인구로 인해 수도권에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2.4대책과 윤석열 정부의 8.16대책도 이러한 측면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방안도 없이 수도권 중심의 주택공급 정책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하는 정책일 뿐이다.

쇠퇴하는 지역의 재(RE)활성화 솔루션 중 하나가 도시재생이다. 공급이 부족하진 않지만, 주택의 질이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비교하여 낮은 지방 중소도시들의 경우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거환경의 개선과 원도심의 재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서울은 서울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다. 아파트 중심의 재개발사업은 서울시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훼손하고, 강남의 재건축사업은 주택가격을 폭등시킬 우려가 있다. 서울시는 600여 년의 역사성을 가진 명품 도시이자 매력 도시다. 개발 욕망만 앞세운 개발사업은 역사 문화 도시인 서울시에 독이 된다.

과거 뉴타운 사업도 주거지정비와 주택공급이라는 명분으로 시행되었지만, 서울시가 지닌 역사성과 장소성의 훼손은 물론 주거약자에 대한 보호방안이 부재하여 폐기되었다.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역세권 용적률을 더 주고, 곳곳에 재개발 사업장을 만드는 것이 좋은 서울 만들기인가? 정부가 앞장서서 서울이라는 명품도시를 망가뜨리려는 것이다.

대규모 공급 중심의 주택정책은 자산시장의 거품이 빠지면 정책적 대응을 하기 어렵다. 2022년 10월 현재, 금리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으로 3기 신도시는 물론 서울시 내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잠정 중단 상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1기 신도시 재개발은 임기 중에 착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한 대출규제 완화와 주택공급 속도 조절

금리인상 등의 외부적 요인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윤석열 정부는 대출규제를 풀었다.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완화해 집값의 80%·최대 6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했고, 무주택자 LTV 규제는 50%로 일원화했다.

또 규제지역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제한도 없앴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기준선은 분양가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상향했다. 이 밖에도 실수요자들의 거래자금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소득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역전세난으로 인한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 특례보증(아래 특례보증, 7월 28일부터 시행)'을 본격 도입·시행했다. 특례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및 서울보증보험(SGI)에서 취급을 시작했다. 이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렸던 제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확정·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관계부처 합동)' 중 역전세난 대책의 후속 조치로 전세 세입자를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집값 하락을 막으려는 조치일 뿐이다.

 

특례보증개요 (HUG예시) ⓒ 주택도시보증공사

 
집값 하락을 막는 데 진심인 윤석열 정부는 작년 12월 '2023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시장 침체 흐름 등을 반영해 주택공급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공공주택 분양 일정을 조정해 물량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주택공급이 부족해 집값 폭등으로 영끌족과 벼락거지를 양산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자고 외친 것이 고작 1년 전인데, 갑자기 주택공급은 외면하고 집값이 내려가니 공급은 조절하자고 한 것이다. 주택공급만 하면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했던 언론과 정치인들의 주장은 '뇌피셜'이었다.

주택가격의 상승 요인은 매우 복잡하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한 양적완화, 저금리 및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쾌적한 사적 공간 소유 열풍, 수요층의 소득증가 등이 주요 요인일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시장으로 흘러넘치는데, 치료와 처방전은 공급뿐이라는 주장은 얼치기 의사가 내린 희대의 오진이다.
 

주택가격 상승 요인 4가지 : 서울 중심으로 출처 : 진희선, 2021, 대한민국 부동산 트랜드,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재구성 인용 ⓒ 진희선

 
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이 내린 오진을 피하고, 수도권만 성장시키는 주거정책을 극복하려면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이 아닌 '주거정책의 분권화'가 필요하다. 수요자에 따른 맞춤형 주택공급, 지불가능한 수준의 임대주택 공급, 일자리·교육·교통 등 생활 SOC와 연계한 계획, 지역과의 상생 등을 고려한 주거정책은 지방정부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

중앙집권이 수도권 집중을 초래

중앙정부 주도의 주거정책은 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수요에 대한 기민한 대응에 둔감하다. ② 수도권과 대도시는 물론 지방의 중소도시마저 아파트 위주의 개발을 초래하여 주거의 획일화가 발생한다. ③ LH공사의 '순살아파트' 사건에서 보듯이 중앙정부의 정책 독점은 부정과 부패로 이어진다. ④ 특히, 정책의 디테일한 악마는 중앙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도권 중심의 주택공급이라는 주거정책으로 몰아간다.

수도권 중심 주택정책의 부작용은, 대규모 택지개발에 따른 수도권이 비대화하고 상대적으로 비수도권 쇠퇴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면 비수도권 인구와 청년 유출은 더욱 급속히 진행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이동 인구는 1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1990년~1995년 기간 동안 110만 명, IMF 이후인 1997년~2006년 기간 동안 118만 명이 이동하였다.

이는 지방정부의 도시재생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여 지방의 위기는 가속화되고 균형발전은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은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인 공급정책으로 수요자 중심 주거정책의 부재에서 발생한 것이다.

분권론의 대가인 헨더슨(Gregory Henderson)도 "중앙집권이 수도권 집중을 초래한다"며 '중앙권한의 분산' 없이 외치는 지역균형개발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수도권 주택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주거정책의 분권화'보다는 중앙정부 주도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택지개발)로 문제를 풀어왔다.

분권화된 미분형 주거정책

주택이라는 상품의 수요자들은 이미 세분되어 있다. 일괄적인 평형대 공급정책과 금융정책, 주거복지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결혼 전 20~30대 주택수요자들의 욕구와 결혼 후 20~30대 주택수요자들의 욕구가 다르며, 40~50대, 60대 이상의 욕구도 다르다. 또한 주택수요자들의 소득수준에 따라 공급해야 할 주택의 유형과 가격대, 평형대 등이 다르며, 가구원 수에 따라 그 수요의 욕구가 다르다.

지역별로 수요가 다르고 공급 조건도 다르다. 서울과 광주가 다르며, 부산과 의정부가 다를 것이다. 즉, 주거정책은 수요자들의 욕구를 쪼개고 쪼개서 맞춤형으로 펼쳐야 하는 '미분형 주거정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더 이상 중앙정부 주도의 주거정책으로는 수요자들의 욕구에 부합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수도권 중심의 신도시 개발은 지방 도시의 쇠퇴와 소멸을 가속한다.

중앙정부 주도의 균형발전은 환상이다. 중앙정부 중심 균형발전은 이론적으로는 그럴싸할지 몰라도, 대부분 국가에서 실패했다. 미국의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중앙정부 중심의 균형발전정책은 도시 간 '쇠퇴의 거래'로 규정한다. 국가가, 즉 중앙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도시들은 쇠퇴의 거래를 주도하면서 특정 도시에 부를 몰아준다. 부를 빼앗긴 지방 도시들은 도시 기능이 축소되고 쇠퇴한다.

중앙정부 주도가 아닌 지방분권에 의한 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그 중심에 주거정책의 권한이양이 있다. 중앙정부는 주거정책의 가이드라인 제시와 재정, 기금지원을 중심으로 하며, 지방정부가 권한을 이양받아 '미분형 주거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주택은 지역적인 입지가 존재하며,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공급되는 고부가 상품이다. 그럼 당연히 지방정부가 권한을 가지고 주택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미국도 중앙정부는 주택정책의 가이드라인 제시, 지방정부는 주택정책의 계획수립 및 추진한다. 프랑스는 1983년 지방분권법 개정을 통해 지방정부가 주거안정을 위해 계획수립, 추진할 수 있도록 했으며, 2000년 '도시의 연대 및 재생에 관한 법률' 이후 공공주택 공급 시 중앙정부가 토지취득 지원 및 재정지원을 강화했다.

영국도 2012년 지방정부 중심의 분권화된 상향식 정책 기조로 전환하여, 지방정부는 지역의 주택수요를 평가하고 개발에 적절한 지역을 설정하여 주택을 공급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일본도 2005년 지역주택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방정부 중심의 주택계획, 공급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중앙정부는 주거정책에 대한 과감한 권한이양을 통해, 주택가격 폭등과 폭락의 변동성, 전세사기의 반복 등 '악마의 사이클'에 걸린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마련해야 한다.

* <주거기본법>에 근거하여 부동산정책 또는 주택정책이 아닌 주거정책이라고 사용

필자소개 : 이주원은 세종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학 박사과정 수료를 하고 도시와 주택문제를 화두로 살아온 도시재생과 주택정책 전문가입니다. 국토교통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역임했으며, 현 사)사회주택협회 정책위원과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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