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 아파트 논란, 한 달간 철근공으로 일했습니다

[아파트 철근공 잠입취재-프롤로그]
검단 노동자의 한마디 "공사장 안은 딴 세상"

김성욱
지난 4월 인천 검단 신도시에 지어지던 GS건설 아파트의 어린이 놀이터 부지가 무너졌다. 입주를 불과 7개월 앞둔 이 아파트가 붕괴한 이유는 다름 아닌 ‘철근 누락’. <오마이뉴스> 기자가 지난 9월 한달간 대전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철근공으로 일하며 보고 겪은 현장을 전한다. [편집자말]
대전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 지난 9월 한달간 철근공으로 일했다. ⓒ 김성욱

2023년 4월 29일 토요일 밤 11시 25분 15초,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AA13-2블록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202동과 203동 사이에 위치한 어린이 놀이터 부지 바닥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아래 있던 지하주차장 1층 바닥까지 두개 층이 연이어 붕괴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초. '순살 아파트' 사태의 시작이었다.

늦은 밤 사고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입주를 불과 7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게다가 시공사인 GS건설은 '자이' 등 유명 아파트 브랜드를 가진 대형 건설사. 사고 조사를 벌인 국토교통부는 7월 5일 이번 붕괴의 직접적 원인이 다름 아닌 '철근 누락'이라고 발표했다. 시민들은 황당해했고 불안감은 커졌다. 철근 없는 아파트를 뼈 없는 치킨에 빗댄 '순살 아파트'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다른 아파트들은 괜찮을까? GS 검단 사고 현장에서 일한 철근공들을 수소문했지만 철근 공사는 1년 전인 2022년 7월 이미 끝난 상태였다. 더욱이 인부들은 한 현장이 끝나면 새 현장을 찾아 전국 각지로 흩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포기하려던 차에 2022년 1월부터 10월 사이 사고 현장에서 일했다는 한 철근공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정부가 말하지 않은 새로운 증언들을 내놨다. 그는 사고 구간 공사 당시에도 무량판 슬라브(바닥)에 전단보강근이라는 철근이 들어가지 않는 점을 의아하게 여겨 사측에 검토를 요청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현장에서 일한 철근공 70~80명 중 대다수가 베트남 등지에서 온 외국인 저숙련공이었고, 내국인은 10여 명에 불과했다고 했다. 현장에 철근 '오야지'가 따로 있었다면서 불법 재하도급 정황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가 내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대전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 ⓒ 이종호
"사람들은 아파트만 알지 아파트가 어떻게 지어지는지는 몰라요. 요즘 공사장 펜스 안은 완전히 딴 세상이에요."

관련 기사를 내보낸 뒤, 무슨 이유인지 그 철근공은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 7월 사고 조사를 끝냈지만, 경찰은 아직 관련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공사장 안은 딴 세상"이라는 그의 말은 다 해소된 걸까.

지난 9월 한 달간 대전에 있는 10여 개 동 규모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철근공으로 일했다. 길이 8미터, 무게 20킬로그램이 넘는 철근 두세 개씩 어깨에 지고 곁눈질로나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누가, 어떻게 짓는지 볼 수 있었다. 연락이 끊긴 그 철근공 말대로였다. 공사장 펜스 안은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지난 9월 한달간 대전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했다. ⓒ 김성욱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