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25 19:29최종 업데이트 24.01.2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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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9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흉흉한 소식을 접한다. 핵발전소를 또 더 짓겠단다. 정부는 전력이 얼마나 필요하고 어떻게 전력 설비를 갖출 것인지 15년 단위 계획을 2년마다 정하는데, 올해 수립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핵발전소를 몇 기 추가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번 주에 초안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견이 조율되지 않았는지 다음 달로 미뤄졌다나? 정부는 출범부터 핵발전소 2기를 새로 건설하고, 오래되어 수명을 다한 핵발전소를 연장 가동하겠다고 밝히며 핵발전 확대 수순을 밟아왔는데,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원전 최강국을 향한 힘찬 질주에 여념이 없다.


화석연료 퇴출에도 비상벨이 울리는 것 같다. LNG(액화천연가스. 천연가스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대표적 온실가스인 메탄이 주성분이다) 비중도 높일 것 같고, 석탄발전 영구 퇴출도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조심스럽다는 흉흉한 기사들을 접하긴 마찬가지다. 

수입에 의존하는 석탄을 늘릴수록 에너지 안보는 위협에 처하는데 무슨 뜬금없는 소린지. 우리나라에 핵발전 연료인 우라늄이 있나, 석탄발전에 쓰이는 유연탄이 있나, 도시가스나 가스발전을 위한 LNG도 다 수입이다. 원유는 말할 것도 없다. 에너지의 93%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 에너지 안보를 생각한다면 석탄이나 핵발전, LNG 다 줄여야 한다.

그리고 수입할 필요 없는, 태양과 바람의 힘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집중 투자하고 대체해나가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재생에너지 발전 및 연료에 대한 투자는 증가하고 있고(2020년에 비해 2021년 21%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는 신규 석탄 및 천연가스 발전설비의 8배에 이른다. 

에너지 수요를 줄여야 하는 이유 
 

최종에너지소비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사라지면서 2050년 탄소중립에 달성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남아있는 석유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도서지역의 유류발전소, 가스는 연료전지에 투입되는 에너지다. ⓒ 녹색연합

 
물론 에너지안보 측면뿐만이 아니다. 석탄발전을 퇴출시켜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LNG 역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이다. 핵발전은 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방사능 오염피해를 낳고, 발전소 가동 중에도 상시적으로 기체 액체 방사성 물질을 배출한다. 가동하면서 배출되는 핵폐기물은 처분할 곳도 없다.

그래서 에너지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기후위기를 막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도 없다고 한다. 세계는 재생에너지로 급격한 전환을 꾀하고 있는데, 정부는 핵발전, 원전 산업과 생태계에만 관심을 둔다.   

햇빛과 바람으로 만든 에너지는 깨끗하고 안전하고 연료비도 들지 않는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도, 방사능 오염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대기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역시 공짜로 얻을 수는 없다. 석탄발전과 핵발전, LNG, 그리고 수송과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들을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로 바꿔내려면 많은 양의 설비와 부지가 필요하다.

태양광 모듈, 풍력발전기, 저장장치, 활용장치, 그리고 이들을 설치할 부지. 이런 장치 및 설비 제조를 생각하면 깨끗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막대한 양의 광물을 비롯해 희토류, 리튬, 코발트 등 희귀 금속을 채굴하고 공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생태계 훼손과 토양 및 수질오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희귀 자원의 대부분은 지구 남반구에 존재한다. 최대한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가능한 재생에너지 설비를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나 핵발전에 비해 이용률이 낮고 변동성이 높아 많은 용량의 설비가 필요하다. 에너지 수요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탈핵 빼놓고 에너지전환 이야기할 수 없다 

얼마 전 녹색연합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펴낸 '탈탄소 탈핵 에너지전환과 지역재생에너지자립방안' 보고서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에너지전환을 꾀할 것인지, 그 원칙과 경로를 제안하고 있다. 그간 정부나 민간연구소 등에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시나리오를 제시하지 않은 바는 아니지만, 이 보고서가 그들과 다른 점은 우선 기후위기의 대안이 핵발전이 아니라는 점, 탈핵의 경로를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탈핵이 완료되는 시점을 2035년으로 정하고, 신한울 3, 4호기 신규 핵발전 건설은 중단하고, 신규 계획은 무효화하며, 핵연료를 장전하지 않은 핵발전소의 연료 장전도 시도하지 않을 것, 운영 중인 핵발전소는 설계수명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0년 정도 일찍 폐쇄하는 경로대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탈석탄발전, 2035년 탈핵, 2040년 탈LNG, 2040년 탈내연차(2030년 생산과 판매 중지, 2040년 운행 중지) 경로를 그리고, 그 단계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석탄과 석유, 가스, 열에너지를 전기화하기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을 정량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태양광과 풍력발전 용량은 각각 635GW, 150GW이다.
 

최종 에너지 수요 감축 및 전력화 시나리오 D3는 에너지 수요를 50% 감축을 전제로 석탄, 석유, 가스, 열에너지, 수송에너지를 2050년 이전에 재생에너지로 전기화하는 시나리오이다. ⓒ 녹색연합

 
태양광 누적용량이 2021년 현재 21.5GW, 풍력 1.7GW임을 볼 때, 태양광과 풍력은 지금까지 누적 설치한 것 이상의 용량으로 매년 늘려나가야 한다. 정부 전망에 따른 2050년 에너지 수요를 50% 줄인다고 가정한 것인데도 필요한 재생에너지 설비는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전환 없이는 달성이 어려운 규모이다.

법과 지역별 조례에 재생에너지 목표를 분명히 명시하여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책임과 의무를 제도화해야 해야 하고, 단계별로 목표와 성과 검증이 가능하도록 강력한 규제와 자발적 참여도 보장되어야 한다. 강도 높은 수요와 효율 관리, 더 과감한 정책과 더 많은 상상력이 동원되어야만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다.
   
지역 에너지자립 없는 에너지전환은 허구

보고서의 또 다른 차이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에너지전환만이 아니라, 지역별 에너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상황은 지역별로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편차가 크다. 상대적으로 에너지소비가 적은 외진 마을에 발전소를 짓고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도시나 산업단지로 송전하는 시스템이다. 지역 간 에너지 불평등은 당연히 송전선 구축에 따른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석탄발전이나 핵발전처럼 대규모로 발전소를 짓고 전력을 생산해서 초고압으로 송전하는 시스템을 지향하지 않는다. 필요한 곳에서 전력을 생산해서 사용하는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이 가능한 방식이다. 재생에너지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탈탄소 탈핵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을 위해 에너지권역을 9개로 나누었다. ⓒ 녹색연합


재생에너지로 지역 간 에너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보고서는 에너지권역을 나누고 권역별로 재생에너지 전력 자립률을 최대한 균등하게 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전력 소비량이 많고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적은 광역시의 경우도 재생에너지 설비를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한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풍부한 발전량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저장하고 활용할 기술에 대한 방안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스페인은 2027년부터 탈핵에 착수해 2035년까지 탈핵을 완수하기로 했다. 2023년 4월, 독일이 탈핵을 이룬 것은 익히 다 아는 사실이다. 독일은 2035년 재생에너지 전력수요 100%를 법제화하기도 했다. 2023년에 이미 50%를 넘어섰다. 16개의 연방주들은 2032년까지 토지의 2%를 풍력발전을 위한 용도로 쓰기로 했다. 특정 지역에 풍력발전이 편중되는 문제 및 갈등에 대한 해법 중 하나다. 
     
우리도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 그 과정에서 탈탄소와 탈핵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오히려 현실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순간 우리의 발목은 현재와 한계에 붙들려 있는 것 아니겠냐고 되묻고 싶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규범적일 때, 도전적 목표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변화를 꿈꾸는 자들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방식은 그런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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