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21 07:11최종 업데이트 24.02.2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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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3년 차, 대한민국은 괜찮은가? 저출생, 경기침체 등 한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적으로 높다. <오마이뉴스>는 창간 24주년 기획으로 2024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펴보고 오늘의 위기를 진단하며 내일의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입주자 대표,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대표 등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부동산만큼 한국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드물다. 투기 광풍이 불어서 집값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투기수요가 사라져서 거래가 두절되고 집값이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 여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정부도 부동산시장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28회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윤석열 정부도 벌써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한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대책의 내용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일반 국민이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잠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제도 변화를 놓치기가 십상이다. 


기득권층이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잘 쓰는 방법이 제도와 법률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보면 이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제도와 법률이 복잡하다고 해서 일반 시민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자신은 물론이고 자식과 이웃과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제도가 복잡하긴 하지만 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부동산 문제를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면, 무엇이 본질적이고 무엇이 부차적인지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원인 두 가지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람이 마음대로 사고팔아서는 안 되는 땅을 자산으로 만들어 사고팔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불로소득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에서는 소유해서 빌려주기만 해도 지대소득이 발생하고, 가만히 갖고 있기만 해도 가격 변화로 인한 자본이득이 발생한다. 이 두 가지는 임금이나 이윤과는 달리 땀과 노력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질상 불로소득으로 분류된다.

부동산시장의 가격변동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 폭이 크고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금력이 있고 민첩한 사람은 그 변동을 활용해 이익을 챙길 수가 있다. 한국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은 불평등과 양극화 그리고 경제적 불안정의 최대 원인이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동산시장에서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 자본이득세(한국에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불로소득을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불로소득을 부분적으로 환수하는 수단이라는 근원적 한계를 가진다. 게다가 한국의 양도소득세와 같이 실현자본이득을 대상으로 과세하는 부동산 자본이득세는, 양도하지 않으면 내지 않는 세금이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로 하여금 매각을 꺼리게 만드는 동결 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한계를 갖지 않는 다른 정책 수단이 있다. 바로 19세기 후반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가 주창한 토지보유세다. 이 세금은 지대소득을 환수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변동을 줄여서 자본이득도 축소하기 때문에,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또 동결 효과와 같은 부작용도 낳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를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국민의 주거 여건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사실 일반 국민 중에는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욕구가 별로 없는 사람도 많다. 그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고, 삼시 세끼 밥 제대로 먹고, 밤에는 등 붙일 공간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일반 국민이 밤에 안심하고 등 붙일 공간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2년 모아야만 한다니(2022년 기준),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집을 임차해서 살려고 하니 전셋값도 집값 못지않게 비싸고, 월세로 살려면 매달 지불해야 할 임대료가 월급의 1/3 내지 1/2에 달한다. 나머지 돈으로 살아가려면 삶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고, 좀 여유를 부리려면 빚을 져야만 한다. 

부동산과 비슷한 것이 주식인데,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주식은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익과 손실이 발생하지만, 부동산의 경우 게임에 관심도 없고 참여할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손해를 입는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무책손실(無策損失)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 사회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으면 보통 사람이 등 붙일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는 주거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한국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노무현 정부
 

2003년 11월 19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이정우 정책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땅을 자산의 하나로 인정한 채로 그것을 시장경제에 맡겨둬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수가 없다. 또 시장은 일반 국민 모두에게 등 붙일 공간을 마련해 줄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요컨대 올바른 부동산 정책의 양대 축은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과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 정책이다.

여기서 왜 꼭 정부가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할 수도 있지만, 이는 건물과 함께 공공성이 높은 땅을 민간에게 넘겨버리기 때문에(국공유지가 한번 민간에게 넘어가면 다시 회수할 수가 없고, 넘어간 다음에는 불로소득 취득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쉽다), 국가가 맡아서 할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정부 가운데 양대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추진한 정부가 있을까. 말로 그렇게 하겠다는 정부는 있었지만, 실제로 두 가지 정책을 끈질기게 추진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유일하다. 노무현 정부는 보유세 강화 정책을 임기 초부터 임기 말까지 흔들림 없이 추진했으며(종합부동산세는 그 정책의 핵심 성과였다), 연간 '장기' 공공임대주택 10만 호 공급이라는 목표도 제대로 달성했다. 

노무현 정부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처럼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정책을 펼친 정부는 없었다. 노태우 정부가 토지공개념 3법을 제정하는 등 상대적으로 충실한 자세로 부동산 문제에 접근했지만, 한국 부동산시장 전체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은 아니었다.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 3법은 토지의 소유와 이용에 관한 일반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근간으로 법률과 제도를 마련하는 정공법이 아니라, 6대 도시 소유 상한 이상의 택지, 개발 사업지, 유휴 토지 등을 대상으로 준조세를 부과하는 예외주의적 입법에 그쳤다.

보수 정권과 부동산 시장만능주의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허물고 후퇴시키는데 몰두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였다. 두 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을 무력화했을 뿐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반토막 내서 전월세난을 촉발하기도 했다. 두 보수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했던 것은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였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1990년대 초반에 출현하여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크게 성장했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부동산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투기가 일어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더라도 방임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부동산 조세, 특히 보유세를 활용하여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을 혐오한다.

노무현 정부를 공격했던 '세금폭탄론'의 진원지는 이들이다. 또 부동산시장의 모든 문제가 공급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공급부족론 내지 공급확대론을 피력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어렵게 만드는 재건축 규제 등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 이들은 민간 분양주택의 공급에만 관심을 둘 뿐 공공임대주택은 철저하게 외면한다. 한 마디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이론이라기보다는 특정 계층의 이해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투기를 정당화함으로써 투기꾼을 옹호하고, 공급확대론으로 토건업자를 옹호하며, 보유세 무용론으로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옹호한다. 

시대적 소명을 외면한 문재인 정부
 

2019년 11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자,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촛불정부'를 자처했고 노무현 정부 계승자로 불렸던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했던 것처럼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전세로 살던 많은 시민이 앞으로 집값 올라갈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계속 세입자로 머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시대적 소명과 시민들의 기대를 외면한 채 근본정책 마련을 등한시하고 부동산시장을 적당히 마사지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펼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대통령의 '지지율 집착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항간에 퍼져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 민심이 대대적으로 이반한 데는 이런 사정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 

아무튼 부동산 가격은 계속 폭등했고, 급기야 문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통해 자산 불평등을 날로 심화시키고, 우리 사회 불공정의 뿌리가 되어온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는 일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라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과정의 총체적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패배, 정권 교체 후 치러진 지방선거 패배였다. 

정치 초보자인 윤석열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려는 의지가 없었고 정책 실패로 생기는 서민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해서 초래된 결과였다. 게다가 정권 말기에는 허겁지겁 취득세·종부세·양도소득세를 모조리 강화한다거나 수도권의 주택공급을 전부 공공주도로 추진한다거나 하는 무리한 정책을 쏟아내기도 했다. 타이밍을 놓친 과격한 정책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기대 난망이었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의 '화려한 부활'
 

지난 2022년 11월 23일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및 2023년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윤석열 정부가 마음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기에 기세가 꺾여 숨죽이고 있던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규제로는 부동산값을 잡을 수 없다든가,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데 세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정책을 망쳤다든가,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소유자의 권리를 지켜주고 공급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든가 하는 내용의 기사들이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라는 그늘에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가 마치 곰팡이처럼 퍼지고 있었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이니 당연히 옳다고 여겼던 것일까. 아니면 정권 핵심부에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포진한 탓일까. 아무튼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주창하던 정책들을 마구 쏟아냈다. 

그중에는 획기적인 대출 규제 완화 정책도 들어있고,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유례없는 정책도 들어있다.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부동산 PF 부실을 막으려는 정책도 한 축을 차지한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부동산 문제 해결의 양대 축을 이루는 두 가지 정책이 결정적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유세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윤석열 정부

우선,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를 필두로 부동산 보유세를 크게 완화했다(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국세로 종부세가 있고, 지방세로 재산세가 있다). 부동산 보유세는 '부동산 공시가격 × 공정시장가액비율 × 세율'이라는 공식으로 계산한다. 국세인 종부세는 한 사람이 전국에 걸쳐 가지고 있는 부동산 가액을 합산한 다음 기본공제를 빼고 위의 공식을 적용한다. 따라서 보유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본공제의 수준, 공시가격의 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 그리고 세율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네 가지 변수를 모두 건드려 보유세액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결과는 참혹하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3년 사이에 전체(주택+토지) 종부세의 과세대상자는 101.7만 명에서 49.9만 명으로 격감(51%)했고, 세수는 7.3조 원에서 4.7조 원으로 크게 줄었다(36%). 주택분 종부세만 가지고 따지자면, 과세대상자는 93.1만 명에서 41.2만 명으로 줄었고(56%), 세수는 4.4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격감했다(66%). 다주택자에게 한정해서 보면, 과세대상자는 72.4만 명에서 24.2만 명으로(67%), 세수는 3조 원에서 0.4조 원으로 줄어서(87%)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더 크다. 윤석열 정부의 보유세 완화 정책의 혜택이 다주택자에게 집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산세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췄으니 세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한 상황인데 이를 막으려면 부동산 보유세 완화가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조절을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은 보유세 말고도 여럿 있다. 거래규제·금융규제·개발규제·가격규제 등을 적절히 조합·완화하는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은 정권의 소재나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근본정책에 해당한다. 이를 경기조절용으로 활용하면 부동산 정책이 냉열탕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해진다.   

종부세 완화를 두고 지난 1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것'이라는 엉뚱한 발언으로 자화자찬했지만, 그것은 중산층 서민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명백한 부자 감세 정책일 뿐만 아니라, 부동산 근본정책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인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이와 비슷한 짓을 저질러서 결국 2015년 이후 수도권 집값 상승의 토양을 만든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보유세 완화 정책도 몇 년 후 더 심한 투기 광풍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게다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정책까지 무력화해서 사전적이든 사후적이든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라져버렸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심히 걱정스럽다. 

서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장에 맡겨두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국가가 챙겨야 하는 또 하나의 정책이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이 공급 부족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건설업자와 주택 소유자에게 큰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확대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건설업자와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서, 윤석열 정부가 서민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분양과 공공임대를 합친 공공주택 100만 호 공급 계획(5년간)을 세웠는데, 이 목표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공급물량 77.6만 호보다 많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집 없는 사람은 부담 가능한 집을 살 수 있고, 세를 살더라도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2023년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서민층의 주거문제를 엄청나게 챙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공공주택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공공분양 주택은 민간의 사유지를 강제 수용해서 공공택지를 조성한 후, 정부가 직접 집을 짓고 그 땅과 집을 민간에게 다 넘기는 유형이다. 이는 사실 고도의 공공성을 전제해야만 할 수 있는 사유지 강제수용으로 정부가 땅장사·집장사를 벌이는 것이다. 이런 일을 국가가 해서 되겠는가. 그 일은 민간에 맡기고,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땅은 국가가 가지고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주택)의 공급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63.2만 호에서 50만 호로 줄이는 대신 공공분양주택 공급은 14.4만 호에서 50만 호로 3배 이상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공공임대주택 50만 호 가운데 장기 공공임대주택이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다. 실질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이라고 하기 어려운 5년 임대 또는 10년 임대의 비중이 상당하지 않을까 의심된다). 이는 국가의 집장사 활동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니 도저히 칭찬해 줄 수가 없다. 그것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므로, 윤석열 정부의 공공주택 정책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에 공공분양주택 예산은 대폭 늘렸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광주 북구갑)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매입임대주택의 예산은 2022년 대비 4조 6834억 원이나 감소했다. 

올해 들어 발표한 부동산 대책(1.10대책)에서는 공공주택 공급의 민간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여기서 말하는 공공주택이란 공공분양 주택을 뜻하는 것일 터이다). 아울러 공공주택 공급을 민간 단독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가의 주택공급 정책을 건설업자 지원책 정도로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인 것은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 전월세난이 발발한 것은 여기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두 보수 정부는 노골적으로 서민을 외면하는 주택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포장지를,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이라는 포장지를 사용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예 드러내놓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적대시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2월 개최된 제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공공임대주택을 굉장히 선(善)으로 알고 있는 분이 많습니다만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서 공급하다 보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상당한 재정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에 납세자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 되고,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또 경기 위축 요인으로 작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철학이 이러니,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 서민의 주거문제가 조금이나마 해소되리라고 기대하기는 글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양대 축이 되어야 할 정책들의 수레바퀴를 사정없이 거꾸로 돌리고 있다. 그러니 2024년 이후 한국의 부동산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등 붙일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서 서민들이 겪을 고통은 얼마나 더 커질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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