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05 10:17최종 업데이트 24.03.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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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대선 예비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 5일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사법 리스크'를 살펴보고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려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련된 모든 재판이 아니라 대선 출마에 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재판들로 한정했다.

이른바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는 2022년 11월 18일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이 잭 스미스 전 연방 검사장을 특별검사로 임명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트럼프의 여러 범죄혐의 관련 수사를 맡은 잭 스미스 특검팀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다수의 연방검사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 입법을 통해 특검이 설계되고 실행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연방 검찰총장이기도 한 법무부 장관이 연방법원의 추천을 통해 특검을 선발하고 수사와 기소 업무를 부여한다.


잭 스미스 특검과 별개로 두 명의 지방검사장이 트럼프를 각각 기소한 상황이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의 지방검사장인 패니 윌리스와 뉴욕주 맨해튼의 지방검사장인 앨빈 브래그가 각자 팀을 꾸려 트럼프를 상대로 형사재판을 진행 중이다. 검찰총장이 검찰 인사권을 가진 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체로 투표를 통해 지역의 기소권을 책임질 지방검사장을 뽑는다. 패니 윌리스와 앨빈 브래그 역시 선거로 국민에게 선출이 된 지방검사장들이다.

잭 스미스 특검은 두 가지 사건의 범죄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했다. ▲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백악관에서 시작된 걸로 의심되는 대선 불복과 조작 시도 그리고 이어진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아래 '부정선거 재판'), ▲ 대통령 임기 이후 다수의 국가 기밀문서를 자택으로 가져간 사건(아래 '기밀문서 재판').

트럼프에 대해 패니 윌리스 검사장은 ▲ 2020년 대선 직후 조지아주 선거 개표와 재확인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 행사 혐의로 기소하였고(아래 '조지아 재판'), 앨빈 브래그 검사장은 ▲ 2016년 대선 직전 성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스캔들을 덮기 위해 입막음성 돈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했다(아래 '입막음 재판').

트럼프는 이렇게 시작한 총 4개의 재판에서 91개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다. 트럼프의 혐의가 무엇이고 어떤 배경인지 4개의 재판을 각각 살펴본다.

[#1 '부정선거 재판'] 미국인들이 가장 관심갖는 재판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상·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 연합뉴스/AP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이 있기까지 트럼프와 참모들은 여러 수단을 동원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훼손하고 선거 결과까지 뒤집으려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와 일부 참모들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했으며 트럼프가 근소하게 패배한 7개 주(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 뉴멕시코)에서는 이른바 '친트럼프'로 구성된 가짜 선거인단 명부를 작성해 각 주의 선거인단 투표를 가져오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여기에서 선거인단 명부가 왜 중요한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대선이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다. 미국 상원과 하원의 숫자를 합친 535명 그리고 워싱턴 DC를 대변할 3명을 합해 총 538명의 선거인단이 인구비례로 나누어진다고 이해하면 쉽다. 각 주는 인구비례로 나눠진 숫자대로 선거인단 대표를 대선 전에 선출한다.

따라서 미국 대선은 어느 후보가 538명의 과반인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실제로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총투표수에서 승리했음에도 선거인단 수에 밀려 낙선한 바 있다.

다시 '부정선거 재판'으로 돌아오면, 2020년 11월 트럼프와 참모들은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7개 주에서 부정선거를 명분으로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에게 표를 줄 가짜 선거인단 명부를 작성해 선거인단 투표를 관리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제출할 계획을 진행시켰다.

당시 트럼프 참모들이 부통령을 상대로 이 가짜 선거인단 투표를 받아들이라는 협박에 가까운 요구를 했다는 혐의도 재판에서 다뤄지고 있다. 쉽게 말해 트럼프는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선거인단 명단을 조작하고 박빙으로 패배한 7주의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시도에 대해 재판받고 있다.

실제로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발표된 2020년 12월 14일 이후 이들이 만든 가짜 선거인단 투표 명단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돌면서 결국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의 빌미가 되었다. 이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가 승리했다는 주장을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이 믿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23년 8월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연방 대배심에 의해 형사 혐의로 기소된 후 미국 워싱턴 DC에서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잭 스미스 특검은 수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2023년 8월 1일 트럼프를 4가지 중범죄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는 허락을 대배심원들에게 받았다. 4가지 혐의는 직권남용 내지 사기 비슷한 혐의로 이해하면 쉬울 듯하다. 진행 중인 재판 상황을 요약하면 양 측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중이다.

잭 스미스 특검 측은 이미 무수히 많은 증언과 문서들이 있고 트럼프와 참모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는 자신이 선거 결과를 바꾸려는 백악관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고 2021년 1월 2일 조지아주 주무장관에게 직접적으로 조지아주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뒤집으라고 압박하는 트럼프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도 나왔다.

트럼프 측은 트럼프와 참모들의 발언이 미국 수정 헌법 1조에 나오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이 변호사들의 자문에 따른 것이면 그것은 변호사의 자문대로 행동한 것이지 범죄의 고의성이 있다고 주장 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당시 트럼프의 행동이 대통령으로서의 업무 내에 있다는 불소추 특권 주장은 지난 2월 6일 연방법원에서 기각되었고 이에 대한 항소가 대법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부정선거 재판'은 1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미국 내 관심도나 언론 보도량을 보면 나머지 3개 재판에 비해 미국인들이 가장 관심갖는 재판인 것은 확실하다. 표면적인 증언과 증거만 보면 트럼프에게 매우 불리해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력한 대선주자이자 전직 대통령이라는 배경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 '기밀문서 재판'] 재판 결과나 재판 이후 모두 불확실
 

2019년 7월 1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리조트 ⓒ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임기 이후 300개 이상의 국가 기밀문서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에 보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익을 해칠 위험성 때문에 잭 스미스 특검이나 연방수사국(FBI)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핵무기에 관한 정보와 국방에 관한 기밀 정보가 담긴 문서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가 기밀문서가 일반인들이 투숙할 수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의 연회장이나 화장실에 방치된 것으로 압수수색을 통해 밝혀졌다. FBI 수사에 대비해 CCTV 영상을 삭제하거나 기밀문서를 옮기는 행위들이 카메라에 찍힌 트럼프 측근들도 공모자로 기소된 상황이다.

재판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잭 스미스 특검 측은 트럼프가 자신이 임기 이후에 가져가면 안 되는 기밀문서들을 가져갔다고 실토하는 녹취록이 존재하고 측근들과 변호사에게 기밀문서들을 파기하거나 옮기라고 지시한 상황들이 공개되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측은 특검의 증거에 대해 이렇다 할 반론을 펴지 못하고 있다. 실제 녹취록의 존재가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공개되었고 기밀문서가 마러라고 리조트에 방치된 사진들도 FBI가 공개하면서 대중에게 노출되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트럼프가 불리해 보이지만 조금 더 깊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재판장으로 배정된 에일린 캐논은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이고 그의 과거 행적과 판례를 근거로 미국언론에서는 트럼프에게 비교적 유리하게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기밀문서 재판이 플로리다주에서 진행되고 있으므로 배심원들이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시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재판 결과가 대선 전에 나올지 불확실한 가운데 만약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자신을 사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본인 사면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명확한 인식이나 판례가 없기 때문에 재판 결과나 재판 이후의 정국 모두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아프가니스탄 관련 국가 기밀문서나 정보를 자신의 집에 보관해 온 것을 FBI를 통해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여론이 술렁이기도 했다. 이후 공화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에 대한 마녀사냥을 규탄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정국이 소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3 '조지아 재판'] '부정선거 재판'의 연장선
 

2023년 8월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사장이 조지아주 애틀란타 풀턴 카운티 정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AFP

 
'조지아 재판'은 앞서 정리한 '부정선거 재판'의 연장선으로 봐도 무방하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16명의 선거인단 표가 있는 조지아주에서 석패를 한 뒤 결과를 뒤집기 위해 당시 조지아주 주무장관이었던 브래드 래펀스퍼거에게 자신의 승리를 필요한 1만 1780표를 찾으라고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14일 대배심원들은 이러한 혐의로 트럼프에 대한 기소를 허락했다.

재판 상황은 의외로 간단하다. 트럼프가 조지아주 주무장관을 압박하는 녹취록이 실존하고 기소 전 단계에서 대배심원들에게 공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니 윌리스 지방검사장이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 전무후무한 상황임에도 트럼프 측의 반론은 수정헌법 1조에 나오는 표현의 자유 또는 불소추 특권을 주장하는 것 외에는 없어 보인다.

참고로 '조지아 재판'의 혐의들은 연방법이 아닌 주법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만약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자기 사면은 할 수 없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존하는 미국 연방제의 특이성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4 '입막음 재판']  혼란스러운 상황
 

2018년 4월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전직 포르노 여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가 뉴욕 연방법원 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은 2016년 대선 한 달 전 클리포드에게 성 추문 입막음용으로 13만 달러를 줬다고 시인하고 다만 자신의 돈으로 지불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FBI와 미 연방검찰 수사관들은 코언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 연합뉴스

 
'입막음 재판'에서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성인 배우와의 불미스러운 성스캔들을 덮기 위해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을 통해 이른바 '입막음용' 돈을 지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확히 말해 입막음용 돈을 지불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때 지불한 13만 달러(1억 7000만 원)가 뉴욕주 상법을 위반해 트럼프 소유 법인의 비용으로 처리한 혐의다. 이러한 위법 행위는 대체로 경범죄로 처리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비교적 간단한 경범죄라 하더라도 더 위중한 범죄행위와 연결되는 경우 중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앨빈 브래그 지방검사장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검사 측에서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입막음용 돈을 지불했고 그에 대한 비용 처리가 위법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재판에서 입증한다면 뉴욕주 상법이 아니라 더 위중한 연방 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입막음 재판'의 현 상황은 혼란스럽다. 검사 측에서는 당시 돈을 전달한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반면, 트럼프 측에서는 비교적 경미한 경범죄가 동시에 연방 선거법 위반이라는 중범죄로 엮는 기소는 판례에도 없고 억지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후 재판 진행 과정을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법률적으로 가능한 옥중 출마와 당선

아쉽지만 앞서 정리한 재판 내용만 가지고는 과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지, 출마해 당선되더라도 유죄판결을 받으면 대통령직을 내려놓아야 하는지에 대해 현재로서는 미국 법이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의 피선거권은 세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 나이 35세 이상 ▲ 미국 내 출생 ▲ 미국 시민으로서 14년 이상 미국 거주. 실제로 1920년 대선에서 유진 데브스와 1992년 대선에서 린든 라로슈가 옥중 출마를 강행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간다 하더라도 옥중출마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만에 하나 옥중출마를 통해 당선된다면 셀프 사면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물론 주법을 통한 법정구속이라면 이에 대한 사면은 해당 주의 주지사나 그에 준하는 사법 또는 행정 기관의 권한이기 때문에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옥중출마해 당선되고 감옥에서 미국 대통령의 업무를 보는 상황 역시 법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미국 내 여론조사들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밀리지 않는 추세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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