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극량을 위한 변명] 선조가 화석정 아래에서 임진강을 건너 개성으로 간 뒤 도원수 김명원의 관군이 임진강을 지킨다. 며칠 째 강을 건너지 못하던 일본군이 갑자기 막사를 불태우고 후퇴하기 시작한다. (『징비록』은 왜적들이 후퇴하는 척하여 아군을 유인했다고 적는다.) 아군 장수들이 강을 건너 공격하려 했다. 도원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이도 많고 전투에도 익숙한 유극량이 나서서 ‘지금은 군사를 움직일 때가 아닙니다.’ 하자 부원수 신할이 그를 죽이려 했다. 유극량이 ‘나는 어려서부터 싸움터에 다녔소.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리오. 나랏일을 그르칠까 보아 말릴 뿐이오.’ 하고는 군사를 이끌고 앞장섰다. 하지만 강을 건너 아군이 적을 뒤쫓았을 때는 이미 매복에 휘말린 상태였다. 유극량은 ‘이곳이 나의 무덤이로구나!’ 하고 탄식하고는 달려드는 적병들을 여럿 죽인 후 마침내 전사했다. 신할도 죽었다. ⓒ정만진 2017.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