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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카네이션은 주인을 잃었습니다”

등록 2018.05.15 19:11수정 2018.05.1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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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해교수, 당신에게 줄 카네이션은 없습니다.”

학교와 교수의 이름만 달랐을 뿐 '스승의 날’ 한자리에 모인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모두 같았다.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동덕여대·이화여대 등 재학생들은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가해 교수들의 파면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학에서 벌어진 미투 운동으로 가해 교수의 성폭력이 폭로되었지만, 대학 당국은 가해 교수 징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며 “가해 교수들은 스승의 날에 대학에 남아 있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대학 당국은 성폭력을 묵인, 방조하는 2차 가해를 중단하고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서울대 H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신재용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이날 “H교수는 학생들에게 성희롱, 성폭력, 갑질 그리고 인건비 횡령이라는 파렴치한 일을 저질렀다”며 "그는 카네이션을 받을 자격이 없다. 학생들에게 그런 파렴치한 일들을 저지른 자들이 무슨 스승이고 무슨 교수인가”라고 주장했다. 앞서 H교수에게 제기된 성폭력과 횡령 의혹은 지난해 3월 피해학생의 제소로 처음 세상에 공론화된 바 있다.

이들은 '미투 운동' 이후 여전히 변화와 각성이 부재한 교육계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혜린 이화여대 동아리연합회장은 가해 교수들을 파면하지 않는 학교를 향해 “피해 학생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공동체가 아니라 가해 교수가 더 당당한 공동체를 표방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학내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함수민 성균관대 문과대 여학생위원장은 “항상 현상유지만이 최선의 선택인 양 운운하는 학교 당국의 모습이 국가와 사회가 여성을 지우는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며 “스승의 날인 오늘 내 카네이션은 주인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며 카네이션 문양과 가해 교수들의 이름이 표시된 피켓을 무릎과 머리 등으로 내리쳐 꺾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취재·영상편집: 조민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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