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합격률 기록 4.1%, 난이도 실패인가 방화(放火)인가

감사원, 적정 난이도 유지, 시험당국 책임 있다는 지적에도, 시험당국은 전혀 고려 안했다 밝혀

등록 2018.12.06 11:50수정 2018.12.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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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앞 집회장면지난 달 12일 제21회 주택관리사보 2차 추가시험 촉구위원회' 회원들이 "기회는 공평하지 않았다!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다!" 며 추가 시험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 원윤연

  지난 11월 28일 국토교통부가 소관부처이고 한국 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주택관리사(보) 국가자격시험 최종 합격자가 발표 됐다. 시험 직후 난이도 실패 논란이 계속돼 왔는데, 큐넷에서 4.1%의 역대 최저 합격률이 발표되면서 '최악의 시험'이었다는 논란이 재점화 됐다.

논란의 중심에는 사상초유의 난이도 실패로 이번 시험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이와 관련 4일 전화 인터뷰에서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 나대철 주무관은 "적정 난이도를 이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적으로는 100% 문제 될게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시험을 주관한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e메일 질의 답변에서 사실상 8가지 질의에 대해 모두 노코멘트 했다. 다만 윤명섭 차장은 전화통화에서 성실하게 답변을 드리지 못하는 입장에 대해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과거 공인중개사 시험의 감사결과에서 "시험당국은 '적정난이도' 유지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산업인력공단 및 관리감독 기관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히 이번 시험에서는 '적정난이도'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추가시험 촉구위원회' 김동신은 "예년의 합격률 기준으로 보면 1,825명이 사실상 부당하게 불합격 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어떻게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은 없고, 시험 당국자는 100% 법적 위반 사실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택관리사 시험은 2011년부터 2차 시험이 도입된 이후, 지난해까지 7년간 최종(통합) 14.6%의 평균 합격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21회 시험의 최종 합격률은 4.1%에 불과해 시험응시자들은 물론이고 그동안 관련 강의를 해온 강사들까지 나서서 난이도 실패에 따른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표 주택관리사(보) 합격률 (7년간 통합 평균 합격률은 14.6%인데, 이번 21회 시험 최종 합격률은 4.1%로 역대 최저합격률을 기록했다.) ⓒ 원윤연

     
그런데 이번 시험의 난이도 실패 논란이 커지자 시험당국이 이번에는 최종합격률을 높이려고 예년의 엄격한 정답기준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혔다는 문제를 최근, '추가시험 촉구위원회'측에서 제기했다. 예컨대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단순한 오탈자 철자법 오류 등도 모두 오답처리를 해왔는데 이번 21회의 경우, '간접배수'가 정답이지만 '간접'이라고 두 글자만 표기해도 주관식 문제의 정답으로 인정하는 등, 이런 유사 정답처리 사례가 무려 20문항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추가시험 촉구위원회' 김동신은 만일 예년 같은 엄격한 기준으로 정답을 확정했다면 최종합격률은 4.1%는커녕,  2%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대한 정답처리 기준 변경 여부와 법적 근거를 묻는 질문에 산업인력공단 윤명섭 차장은 정답처리 과정에 어떤 문제도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또한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는 시험당국자의 주장과는 달리 이번 주택관리사 시험의 난이도 실패가 단순히 우연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공동주택관리법 68조에 의하면 법령에 따라 전문가로 구성된 '9인 시험위원회'가 관련 시험을 주관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공인중개사 시험의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시험운영과 관리 감독 등 법절차가 정상적으로 이행됐다면, 이번 시험의 경우와 같은 터무니없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 수 있겠느냐는 문제제기가 그것이다.

다음은 2017년 6월 21일자 한국아파트신문에 실린 내용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회장 최 창식)는 지난 8일 울산에 소재한 한국 산업인력공단을 찾아, 난이도 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편 산업인력공단은 추후 국토교통부, 공단, 대주관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간담회를 마련하는 등 대주관이 제시한 사항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논의해 나가자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논의가 단순히 간담회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는 건 올해 문제의 2차 시험이 시행되기 2달 전, 2018년 7월 23일자 같은 신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회장 황 장전)는 '과잉배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9월에 2차 시험이 치러지는 만큼, 시험위원회 등에 난이도 기준을 제시'해 나가겠다." 고 밝혔다.

관련 보도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법적 권한이 1도 없는 한낱 이익단체(대한주택관리사 협회)가 국가자격시험에 개입하여 '난이도 기준'을 제시하고 법절차와 무관하게 시험 당국이 이를 적극 반영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는바가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 역시 답변할 수 없다는 말로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시험 당국은 이번 시험에서 적정난이도 유지를 위한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다고 거듭 부인했지만 4일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수능 난이도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한 바와 같이, 시험은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지만 난이도가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될 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한된 인원을 선발하는 상대평가와 달리, 시험의 방식이 '절대평가'인 국가자격 시험에서는 '적정 난이도'를 유지하는 것이 곧, 시험의 공정성 여부를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아닐 수 없다. '일정한 자격'이 요구하는 허들의 높이는 어느 회 차나 동일한 높이여야 형평성의 문제가 없다. 만일 종전과 다른 높이의 허들을 통과해야 한다면 거기에 따른 다른 자격을 주는 것이 맞다. 

이런 까닭에 지난 15회 공인중개사 시험도 사상 초유의 '난이도 실패'란 이유로 당시 소관부처였던 건설교통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난이도 실패에 따른 책임에 대해, 대국민 사과까지 하고 불합격자를 대상으로 '추가시험'을 실시한바 있다.

대한민국은 천만 자격증 시대에 진입하였다. 가구당 한 두 명은 자격증이 있거나 또 향후 자격증에 도전할 내일의 수험생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가자격시험이 이처럼 고무줄 형평성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급기야 로또시험으로 전락하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우리 사회의 누구라도 같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문제가 있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시험을 주관한 산업인력공단은 이와 관련 이제라도 책임 있는 답변을 내 놓아야 한다. 시험운영을 위탁하고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국토교통부는 더 큰 책임이 있다. 이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더 이상 민주 국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주택관리사(보) 시험은 2019년도, 내년까지는 누구도 시험의 난이도를 독단적으로 높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률적 판단이다. 그것이 국토교통부 건, 시험주관부처인 산업인력공단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하물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협회가 자격시험의 난이도를 좌지우지 한다는 것은 더더욱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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