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성소수자에게 손가락질 하지 않았다.

[서평] “벼리는 불교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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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수()등록 2019.09.10 08:25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막상 콕 짚어 물어오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몸과 마음뿐 아니라 주변에서 늘 접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도 그런 게 많습니다. 하품을 하고 있음에도 하품하는 이유를 똑떨어지게 설명하지 못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는 걸 경험하면서도 그게 왜 그런지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나와는 무관할 것 같지만 불교는 우리나라 역사이고 문화입니다.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어느새 불교에서 파생된 언어를 사용하고, 불교에서 비롯된 가치를 접하고 있고, 불교에서 시작된 역사와 문화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때문인지 불교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느 것 하나,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의 기본적인 것 조차 꼭 짚어 물어오면 똑 떨어지게 설명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벼리는 불교가 궁금해>
 
 

<벼리는 불교가 궁금해> (글 변태주 / 그림 권용득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9년 9월 2일 / 값 15,000원) ⓒ 불광출판사

  <벼리는 불교가 궁금해>(글 변태주, 그림 권용득,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세상만사가 궁금한 열세 살 벼리에게 불교에 대해 해박하기 그지없는 도서관 할아버지가 불교 교리는 물론 불교를 상징하는 시설, 문화, 의례 등에 포함돼 있는 뜻과 의미, 상징과 형식 등을 열세 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예닐곱 살 때는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왜?', '왜?'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묻지만 열세 살쯤 나이가 되면 눈에 보이는 것에 스며있는 의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형상화하거나 상징하고 있는 것들에 스며있는 뜻까지도 묻습니다.
 
벼리는 부처님이 신인지 사람인지 부터가 궁금합니다. 부처님은 무엇을 깨달았고 어떻게 가르쳤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성제, 팔정도, 삼귀의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화두, 안거, 업 등도 궁금하고 스님들이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벼리는 할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절 입구에 세워져 있는 일주문은 왜 기둥만 있는지도 묻고, 법당이 뭐하는 곳이지도 묻습니다. 염주, 목탁, 부도, 연등 등, 절엘 가면 볼 수 있는 여러 것들과 스님들의 생활, 교리를 설명할 수 있는 용어들까지를 묻다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같은 것까지 묻습니다.
 
Q 할아버지, 검색을 하다가 동성애반대집회 기사를 봤어. "동성애(동성혼)가 합법화되면 가뜩이나 저출산이 국가 과제인데 남녀가 이루는 가정이 파괴될 것"이라고 쓰여 있던데, 부처님은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해?
 
A (전략)남방불교나 북방불교 모두 여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동성애는 이따금 부도덕하다고 비난받았대. 그러나 동성애를 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며 욕하고 못살게 굴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남방불교에 견줘 북방불교인 중국에서는 보다 너그러웠고, 일본에서도 적극 감싸줬대. 이로 보아 불교에서는 동성애자나 성이 바뀐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에게 손가락질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후략) -<벼리는 불교가 궁금해>, 246쪽-
 
벼리의 질문에 답해 주는 할아버지의 설명은 쉽고 간결합니다. 쉽고 간결하지만 답으로 들려주는 불교, 절에 대한 설명은 또렷하고 분명합니다.
 
벼리가 묻고 있는 질문자체가 불교가 무엇인지를 간추려 이해하게 하는 체계가 됩니다.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뒤죽박죽 알고 있던 불교와 관련한 지식을 가지런하게 추슬러보게 하는 목록이 됩니다.
 
호기심 많고 궁금할 것 많은 열세 살 또래들이 콕 짚어 묻는 불교에 대한 물음에 예닐곱 아이부터 백 살 먹은 어르신들까지 다 알아들을 수 있게 답하고 있는 도서관 할아버지의 똑떨어지는 설명은 "아하, 불교가 이런 거였어?"라는 지식으로 이어질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벼리는 불교가 궁금해> (글 변태주 / 그림 권용득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9년 9월 2일 / 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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