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항상 같은 자리 앉아 있는 그를 보곤 해~♪'

[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김경옥·조재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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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지역언론연대(bjynews)등록 2019.10.16 17:38

▲ 서랍 속 인터뷰 열아홉 번째 주인공 김경옥, 조재율 씨 부부. ⓒ 바른지역언론연대



[뉴스사천=고해린 인턴기자] 추억의 비디오테이프를 꺼내어 가족사랑 얘길 들려줄 열아홉 번째 주인공은 김경옥(48)‧조재율(56) 씨 부부다. 신청은 아내인 김 씨가 했다.

부부는 다솔사로 들어서는 길 어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옥 느낌의 건물과 아기자기한 장식들로 꾸며진 마당이 향토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남편 부르는 호칭이 ‘아저씨’에서 ‘오빠야’로, 지금은 ‘여보, 당신’이 됐죠. 남편을 17살 때 처음 봤어요. 나는 부산 진여상 다니고 있었고, 우리 아저씨는 회사원이었지요. 학교 수업 끝나고 공장에 알바하러 가는데, 버스 안에서 첫눈에 반해 버렸죠.(하하)”

자자의 ‘버스 안에서’ 가사처럼, 매일 타는 버스에서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서롤 보곤 했던 두 사람. 경옥 씨의 귀여운 대시가 이어지고, 자주 마주치면서 정이 들었는지 몇 개월 지나 번호 교환까지 하게 됐단다. 

“그땐 핸드폰도 없었어요. 서로 안면을 튼 지 좀 됐을 때, 남편이 손바닥에 집 전화를 적어주고 가더라고요. 집 가자마자 물에 닿거나 해서 번호가 지워질까 봐 얼른 메모해두고 씻었죠. 처음 전화 걸 때 어찌나 두근거리던지...”

3년 가까이 연애를 하며, 토요일마다 데이트를 빼놓지 않았다는 둘.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조금이라도 떨어지기가 싫었을 정도였단다. 김 씨는 시가에도 자주 놀러 가, 예비 시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녀는 시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도 슬픔에 빠진 남편의 옆을 든든히 지켰다고. 

“시가족들이 참 잘해주셨어요. 그때 내가 학생이니까, 시어머니가 우리 시누 도시락 싸면서 아들 여자 친구라고 제 도시락도 1년쯤 같이 싸주셨어요. 또 놀러 갔다가 집에 갈 때 항상 용돈 하라고, 주머니에서 꼭 3만 원 씩 챙겨 주고요.”

서로가 첫사랑이던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건 1991년 11월 10일. 그때 당시 남편이 28살이라 아홉수가 되기 전 어서 결혼하라는 주변의 얘기가 결혼을 앞당긴 데 한몫했단다. 

망미동에 신혼집을 차린 부부는 9년 정도 부산에서 살다가, 2000년 초에 곤명으로 와 장사를 시작했다.

“친정 부모님이 민물고기 잡는 일을 하세요. 부모님이 먼저 곤명에서 일하고 계시기도 했고, 시가에서도 전부터 ‘경옥아, 너는 장사하면 참 잘 하겠다’는 말을 하셨어요. 그때 29살이었는데, 진짜 장사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게 됐죠.”  

  

부부는 슬하에 정흠(28), 유흠(20) 두 아들을 뒀다. 도시에서 시골로 온 셈인데, 아이들 교육을 위해 시골에서 도시로 나가는 추세와는 또 다른 선택이다.

“첫째가 왜 도시에서 안 살고, 시골로 왔냐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래도 애들 어릴 때부터 서예, 운동, 피아노, 태권도, 미술, 기타, 종이접기까지 안 보낸 학원이 없어요. 곤양에 있는 학원은 다 보냈을걸요?(하하) 장사 때문에 바빴지만, 애들이 공부만 하기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바랐죠.”

그래서일까, 예체능에 투자한 부모님의 영향인지 첫째는 지금 배우라는 꿈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 지금은 스페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다고. 둘째는 막 회사에 취직해 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운동을 좋아해 열심이라며 김 씨가 흐뭇하게 웃었다.

“애들이 어느새 다 커서, ‘엄마! 내가 이거 해줄게, 저거 해줄게’ 하면 행복하죠. 통화도 자주 하고, 뭐 먹고 싶다고 하면 안 잊어버리고 꼭 사 오고. 아빠를 닮아서 그런가, 애들도 성품이 다정다감하고 살가워요.”

자신의 입으로 ‘각설이 끼’가 있다며 농을 던진 김 씨는 사람을 만나고 많이 웃으며 재미나게 인생을 살고 싶단다. 남편과도 우리나라 전국 일주를 목표로 방방곡곡을 다니고 있다고.

“지금은 ‘묵자 판, 놀자 판’이 좋죠.(하하) 전국을 돌며 골동품도 수집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생각부터 긍정적으로 즐겁게 살려고 하면, 저절로 그렇게 살게 되지 않을까요?(^^)”

곤명 다솔사 입구의 ‘자연메기탕’에 가면 유쾌한 생각과 따뜻한 웃음을 가진 경옥 씨 부부를 만날 수 있다.

#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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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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