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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작업복 입고 금강 뛰어든 수녀, 그 이유가
[4대강 독립군 미국에 가다] 미국 취재 그 후, '괴물기자' 찾아온 특별한 손님
2017년5월25일 (목) 글:정대희 | 편집:김예지
박근혜 탄핵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적폐청산 1호라 할 만 하다. 차기 정권은 수문 개방뿐만 아니라 4대강 청문회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 미국 현지 취재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환기시키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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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이 금강을 찾았다. 김종술 기자가 현장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정대희

"수녀님, 강물 좀 마셔 봐요."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손짓으로 수녀를 부르며, 강물을 뜨는 시늉 했다. 방금 전까지 "4대강 사업에 금강이 시궁창 됐다"고 침을 튀기며 말했던 그다.
   
"어휴~또 그러신다. 만날 먹으래요."

최효미 다니엘(35) 수녀는 당황했다. 손사래 치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한두 번 겪은 장난이 아닐 텐데, 아직은 익숙지 않은 듯했다. 수녀는 양 볼을 붉혔다.

지난달 29일 금강에서 열린 '4대강 독립군' 현장특강 내내 둘은 이렇게 티격태격했다.

수녀와 기자. 아니 큰빗이끼벌레를 먹으면서까지 특종을 날려서 '괴물 기자'라는 별명이 붙은 두 명이 특별한 동행에 나섰다. 가슴까지 올라오는 고무장화 옷차림을 하고 금강에 나타났다. 손에는 성경책이나 취재수첩이 아니라 삽을 들었다. 일명 '4대강 패션'이다. MB 삽질에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하려 고안해 낸 복장이다.

[장면1] 수녀, 기자를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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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와 괴물 기자가 특별한 동행에 나섰다. ⓒ 정대희

특별한 동행은 다니엘 수녀가 제안했다. 수소문 끝에 김 기자에게 전자쪽지를 보냈다. 연애편지를 보내는 것도 아닌데, 수없이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단다. 10줄을 쓰는데, 2시간이 걸렸다. 전송 버튼을 누른 지 하루가 지났으나 연락이 없었다. 이틀이 지났다. 편지함은 그대로였다.

며칠 만에 김 기자는 전자쪽지를 확인했다. 항의성 글이면, 어쩔까 걱정했으나 했으나 예상 밖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고민에 빠졌다. 결정을 미루는 사이 금강에선 죽은 물고기가 떠올랐고 세종보도 고장 났다. 자연스레 전자쪽지는 까마득히 잊었다.

또다시 다니엘 수녀가 나섰다. 이번엔 직접 전화 통화를 했다.

"동행이 쉽지 않을 텐데요. 씻지도 못하고 강에서 노숙도 해야 하고..."
"상관없어요. 당장 내려가겠습니다."

처음에 김 기자는 자기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로 기록하는 게 의심스러웠다. 수녀복 차림도 아니었다. 4대강 사업의 민낯을 고발한 지 9년, 봉변을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꼬투리라도 잡힐까 몸을 사리며, 이렇게 물었다.

"국정원에서 나왔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다니엘 수녀는 김 기자에 감동했단다. 4대강의 아픔을 고발하는 기사를 보고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행간에서 자연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모습을 혼자 그려보기도 했단다. 우리 사회 가장 고통받는 현장에서 헌신하는 그를 배우고 싶었단다. 그래서 수녀는 4대강의 주검을 기록하는 기자를 기록했다. 

- 김종술 기자와 첫 만남 어땠나?
"사진으로 봤을 땐, 우락부락한 게 무서웠어요.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너무 나긋나긋한 거예요. 실제로 만나보니 친절했어요."

- 특별한 동행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수녀는 자기만의 미션(선교)이 있어요. 저는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과 어울려라 그것이 옳다'라고 정했죠.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내가 진짜 소통과 교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었어요. 익숙하지 않은 방법을 통해 어울림과 소통, 교감하는 걸 배우고 싶었어요. 그 대상을 사람으로 선택하지 않은 건,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고 싶어서예요. 자연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자연에서 가장 아픈 곳을 찾다 보니 4대강이 떠올랐어요.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어요. 4대강과 화해하고 싶었죠. 이것저것 자료를 찾다가 김종술 기자를 알았어요. 죽어가는 강을 지키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죠. 종신서원(일생을 마칠 때까지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기로 약속하고 다짐하는 행위)을 앞두고 수녀회서 '자기양성 계획실습'이란 시간이 주어지는데, 김 기자와 동행하며 금강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어요."

[장면2] 십자가를 짊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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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따라 나섰던 다니엘 수녀가 대형 끄리를 들고 안타까워했다. ⓒ 김종술

다니엘 수녀가 포털사이트에 떴다. 등산복 차림에 한 손엔 물고기 사체를 들고 있다. 눌러 쓴 모자는 김 기자가 미국 엘와강에서 산 거다. (관련 기사: "댐 철거한 미국, 강과 사람에게 경제적)

십자가를 나눠 짊어지는 일이었다. 강에선 매일 물고기 사체가 떠올랐다. 비단같이 곱던 모래는 시커먼 펄로 변했다. 이명박 정부의 가짜삽질에 곳곳이 할퀴고 찢겨나간 금강은 시시각각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울부짖는 금강 곁에 김 기자가 있었다. 그는 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다니엘 수녀에겐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느 날, 강가를 걷는데 김 기자가 말소리를 낮추는 거예요. 발소리도 죽이고. 그리고 나지막이 이런 소리를 하는 거예요. 물고기 산란기니 조용해야 한다고. 사람이 아니라 자연의 눈으로 바라보는 김 기자의 모습에 놀랐어요."

온 몸으로 강을 기록하는 건 고행이었다. 다니엘 수녀에겐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씻지 않은 손으로 밥을 먹고 젖은 옷은 햇빛에 말려 입어야 했다. 화장실이 없어 여러 차례 곤혹스런 경험을 겪은 후에는 아예 물을 마시지 않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캄캄한 밤이면, 두려움에 잠을 설쳤다. 야생동물이 텐트로 다가와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냈고, 바람은 으스스한 굉음을 냈다. 무서웠다. 그때마다 김 기자의 코고는 소리를 위안삼아 선잠이 들었다. 따뜻한 밥과 편안한 잠자리가 그리웠다.

짐이 되기도 했다. 어느 날은 강변에서 딴 민들레로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가 탈이 났다. 아랫배가 아프고 식은땀이 났다. 김 기자가 병원에 가라고 몸을 떠밀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면구스러웠다.

먹고 자는 게 고통은 아니었다. 그보단 하루에도 수차례 죽어가는 생명을 마주하는 게 힘들었다. 마음을 다잡아도 그때 뿐, 익숙해지지 않았다. 지난 9년, 이렇게 김 기자가 홀로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했다고 생각하니 그가 달라보였다.

다니엘 수녀에게 물었다.

-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 김 기자와 같은 사람이 있는가?
"예수님의 냄새가 난다면, 사람들이 웃을까요.(웃음) 얼마나 금강을 사랑해야 자신을 던져가며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할 수 있을까요. 그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혼자 싸우고 있는 거다. 강을 바라보는 순수한 눈빛, 선입견 없는 맑은 마음, 모두가 평등해지길 바라는 생각...큰 사람이란 걸 느껴요.

금강의 하루는 보고 느끼는 것으로 시작해요. 물고기가 산란하는 것을 보고 강물을 느껴보고. 이를 통해 생명의 연결고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예수님도 다르지 않았어요. 항상 상대방을 바라보고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인도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장면3]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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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cm가 넘어 보이는 대형붕어는 구더기가 파먹어 껍질만 남아 있다. ⓒ 김종술

검정 비닐봉투를 보고 경악했다. 지난달 28일 공주보 상류에서 발견한 거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만 마리의 물고기 알이 가득했다. 산란 장소를 찾지 못해 버려진 쓰레기에서 분만한 거다.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를 표했다. 김 기자는 카메라를 꺼냈고 다니엘 수녀는 두 손을 모았다.

다니엘 수녀는 화가 났다. 금강 살리기의 실상은 죽이기였다. 멀리선 본 금강은 그럴듯했으나 자세히 보면 처참했다. 그래서일까? 금강 곳곳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누군가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었다. 금강 곁을 지켜주고 싶었다.

월세방 계약 기간을 늘렸다. 고통 받는 금강을 놔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김 기자와 수녀회의 허락을 받아 오는 8월까지 현장에 있기로 했다.

- 특별한 동행을 연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금강이 이대로 죽게 놔둘 수 없었어요. 모든 생명은 연결돼 있으니까요. 강이 죽으면, 곁에서 살고 있는 인간도 위험하니까요. 누군가는 수녀가 4대강에 간다고 정치적이라고 하죠.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가장 정치적이죠. 이건 상식적이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예요.

저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부름을 받아 금강에 왔어요. 죽어가는 금강에도 희망은 있어요. 물고기가 산란 장소가 없어 비닐봉투에 알을 낳은 모습을 보면서 참담했지만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금강이 진짜 웃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지난 12일 성가소비녀회 15명의 수녀들이 금강을 찾았다. 특별한 동행이 궁금해서는 아니다. 김 기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4대강 사업에 죽어가는 금강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김 기자에게 보낸 감사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오늘 기자님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사대강 사업의 참혹한 현실을 자세히 알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기자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생명을 사랑하시는 모습 사회정의를 위해 투신하시는 모습. 지역 소수민까지 아끼시는 모습. 사명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으시는 모습에 가슴 먹먹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온 국민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여 애써주시는 기자님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가슴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희망적인 새정부 출범과 함께 기자님 바람대로 강이 스스로 정화되는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저희 또한 기도와 응원의 마음으로 함께하겠습니다. 기자님은 진정한 강의 주인이십니다."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소비녀는 작은 여종을 뜻한다. 빈자, 병자, 장애인, 무의탁자 등 세상의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봉사하겠다는 다짐이 서린 말이다. 4대강 사업에 참혹하게 파헤쳐진 4대강이 우리 사회서 가장 고통 받는 현장이다.  

[장면4] "4대강 적폐청산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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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사업의 주역으로 손꼽은 인물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김건호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 본부장,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이재오 전 국회의원, 차윤정 전 4대강 추진본부 환경 부본부장,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박재광 미국위스콘신대 교수) ⓒ 정대희

드디어 4대강 수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지난 22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하절기 이전 4대강 보 우선조치 지시'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소식을 알렸다.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 감사 착수도 지시했다.

같은 날, 김 기자와 다니엘 수녀는 금강에 있었다. 물고기와 새가 죽어 나뒹구는 현장이었다. 여기저기서 핸드폰 문자로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그 문자를 클릭했더니 4대강 6개 보 상시개방 뉴스가 떴다. 수녀와 함께 휴대폰을 보다가 웃었다. 김 기자는 말했다.

"4대강 일부 수문 상시 개방은 환영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에요. 4대강을 이렇게 망친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게 더 중요합니다. 4대강 적폐청산은 지금부터예요."

다니엘 수녀는 울었다. 금강을 웃게 해주고 싶다고 하더니 울컥했다.

"이제야 4대강의 아픔을 진짜 알 거 같아요. 글로 읽을 때는 머리로만 이해했는데, 지금은 가슴으로 알겠어요. 4대강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오는 6월 1일부터 금강의 공주보가 열린다. 8월에 수녀가 떠나더라도 괴물기자의 아름다운 동행은 계속된다. 백제보와 세종보가 열릴 때까지, 9년째 함께한 금강과의 동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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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와 괴물 기자는 강에서 노숙한다. 4대강 가업에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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