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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복판에 방사능폐기물 야적, 이래도 안전하다?
[스쿨존 옆 핵연구, 이래서 문제다! ②] 대전은 전국2위 수준, 불안해소 할 수 있는 안전기준 시급
2017년9월21일 (목) 특별취재팀 기자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핵재처리실험저지를 위한 30km연대, 시민기자, 대전 시민들로 구성된 특별취재팀이 한국원자력연구소를 주제로 기획 <스쿨존 옆 핵연구, 이래서 문제다!>를 진행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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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에는 야적해 보관하는 방사능폐기물이 있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아래 원연, 대전 소재)에는 고체폐기물 1만9279드럼이 있다. 자체처분대상 폐기물도 926톤이나 된다. 말통과 플라스틱 드럼통, 금속캐스크, 수조 등에 담긴 액체폐기물은 535㎥나 있다.

전국 2위 수준이다. 150만 명 인구가 사는 대전광역시 한복판에 이렇게 많은 방사능폐기물이 있지만, 관리는? 허술하다. 지금부터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방치된 방사능폐기물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방사능폐기물, 이렇게 다르다

먼저, 1985년 서울 공릉동에 있던 원연은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시 유성구 덕진동으로 이전해왔다. 공릉동 원연이 해체되면서 발생한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은 현재 서울 공릉동과 대전 원연에 임시 보관 중이다. 경주방폐장 입고 기준에 미달돼 경주로 이송되지 못하고 있는 것.

원연에 보관 중인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은 크게 자체처분폐기물과 고체방사성폐기물, 액체방사성폐기물 세 가지로 나뉜다. 각 폐기물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자체처분폐기물은 핵종별 농도가 원자력안전법상 자체처분 허용농도 미만임이 확인된 폐기물이다. 법적인 절차를 따라서 소각, 매립, 재활용으로 나눠 관리된다. 배출대상이 되는 액체와 기체 상태의 방사능폐기물은 자체처분을 할 수 없다.

고체방사능폐기물은 주로 200리터 드럼에 보관된다. 방사능 마크가 찍힌 노란색 드럼통이다. 원전과 방사능관련시설에서 발생된 폐기물로 경주방사능폐기물 처리장으로 이송해 영구 저장된다.

액체 방사능 폐기물은 방사능관련 시설이나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물, 유기용매 등이다. 물과 같은 수용성 폐기물은 증발이나 고화(시멘트·아스팔트 등) 후 폐기물로 저장하며, 유기용매는 임시저장 이외에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원연은 연구기관의 특성상 실험실에서 액체성 방사성 유기폐액이 발생한다. 하지만 임시 저장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영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나 시설은 아직 없다. 상업용 핵발전소와 다른 점이다.

'내부 고발'로 알려진 사실

2016년 11월, 내부 고발로 세상에 알려진 원연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무단·불법폐기 문제는 핵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더해 하나로원자로 부실내진보강공사가 또 한 번 내부 고발로 알려지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가 특별검사에 나서기도 했다. 36건의 법률 위반사항은 이렇다.

자체처분대상 폐기물 무단폐기, 방치 및 매립, 액체성 폐기물 우수관과 하수도로 무단배출, 장갑 및 비닐 등 수단소각, 방사선관리구역내 기계장치의 무단 매각.
허가범위를 초과한 제염, 금속용융시설의 무허가 사용 및 허가범위를 벗어난 사용.
방사능 감지기의 기록 조작 및 누락, 소각기록 축소 및 누락, 방폐물의 저장, 운반 기록 누락.
연구원 고유 권한인 연구부정 및 연구실 장비 무단 제공.

야적하고 말통에 보관하는 방사능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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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방사성폐기물의 처리과정을 나타낸 모습.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소에는 파란색 말통과 플라스틱 드럼통, 금속캐스크, 수조 등에 535㎥의 액체방사성폐기물이 보관 중이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홈페이지 갈무리

이게 전부가 아니다. 원연 특별검사 이후 꾸려진 시민안전검증단은 추가로 몇 가지 문제점을 찾아냈다.

첫째, 원안위의 특검은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무단 불법폐기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사건의 결과적인 부분과 처벌에만 무게를 둔 조사 결과였다. 학맥과 인맥으로 얽혀있는 원자력계 내부의 조사에 불과했다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재발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원인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는 관리 감독 문제다. 핵발전소는 다양한 감시기구와 규제기관이 관리 감독을 받고 있으나 원연은 그렇지 않다. 원안위만 관리감독하고 있다. 1~2년마다 시행되는 정기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내부고발이 아니었어도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연이 안전한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하고,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셋째, 허술한 방사능폐기물 저장이다. 현재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이 저장돼 있는 저장시설은 내진설계가 안 됐다. 주변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았다. 자체처분대상 폐기물은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지 않고 외부에 야적돼 있다. 원연이 원자력 진흥 관련 사업만 주력하고 150만 대전 시민의 안전은 뒷짐을 지고 있다는 증거다.

넷째,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 이송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원연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30년까지 연간 1000드럼씩 경주방폐장으로 이송할 계획이다. 장기보관 중인 1만4800드럼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한해 원연에서 발생하는 방사능폐기물이 500드럼임을 감안하면, 이송 계획은 현실적이지 않다.

경주방폐장의 인수기준에 따라, 2014년 이전에 저장한 방폐물은 재분류 및 재포장해야 한다. 하지만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마련돼 있지 않다. 올해 이송하기로 약속한 1000드럼도 2017년 7월 말 기준 한 드럼도 이송하지 못했다. 지금의 이송계획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다섯째, 액체성 폐기물 저장시설과 이송배관 문제다. 앞서 얘기했듯이 핵발전소에는 없으나 원연에만 존재하는 게 유기 액체성 방사능폐기물이다. 이건 현재까지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대로라면, 영원히 원연 내에 임시저장돼야 한다. 휘발성과 폭발성 물질들이 섞여 있는 고위험폐기물이나 제대로 된 유지 관리 기준도 없는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양조장에서 흔히 막걸리를 담을 때 쓰는 '말통'에 액체 폐기물을 담아 놓고 있기도 하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30년째 이렇게 보관되고 있다.

이송배관의 유지관리기준도 시급하다. 하나로원자로와 핫셀(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방)에서 발생한 액체성 방사능폐기물은 지하공동구에 매립된 이송배관을 통해 저장고로 이송된다. 하지만 이송배관의 유지관리 기준은 없다. 30년이 넘도록 이렇게 위험한 이송이 있었다.

바람은 단 하나, '안전하게 살고 싶을 뿐'

만약 배관에 천공이나 누수의 문제가 발생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배관들이 지하에 매립돼 있어 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지하로 흘러들어가 주변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송배관 유지관리기준은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끝으로 묻고 싶다. 만약 당신이 원연 주변에 산다면 어떻게 하겠나? 방사능폐기물을 야적하고, 말통에 보관하는 이런 관리 방식을 두고만 보겠는가? 아니면,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도록 행동하겠는가? 원연 주변 지역주민은 안전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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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핵발전소와 핵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점검이 실시될 수 있도록 참여를 바랍니다. 이 서명운동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올바른 방안 찾고자 핵재처리실험저지 30km 연대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스쿨존 옆 핵연구, 이래서 문제다! 특별취재팀] 심규상 기자, 장재완 기자, 정대희 기자, 핵재처리실험저지를 위한 30km연대
[지난 기사] ① 아이들 뛰어놀던 학교 운동장, "삐뽀삐뽀", 방사능 경보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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