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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녀상 옆 노동자상 세우자" 일본인도 기부 동참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우자④] 강제징용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2018년3월5일 (월) 정민규 기자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특별위원회가 일제 강제징용 사실을 널리 알리고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고자 집중 취재합니다. 기획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우자>에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에 참여하고자 하시는 애독자 여러분은 부산소녀상 옆 노동자상(https://www.facebook.com/iljenodong/)을 클릭해주세요.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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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까 마사하루 기념 나가사키평화자료관 관계자들이 25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 정민규

한 무리의 일본인이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에 섰다. 담 너머 펄럭이는 영사관 안 일장기를 바라보고 앉은 위안부 소녀상이 있는 곳이었다.

이들은 소녀상에 대한 설명을 경청했다. 거칠게 잘린 단발머리, 고국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완전히 내딛지 못한 발뒤꿈치가 고달팠던 소녀의 삶을 의미한다고 했다.

지금의 우리와 소녀의 연대를 상징한다는 동상 옆 작의 의자에 앉아 소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 동상 옆에는 소녀상을 세우기 위해 후원 한 시민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비석이 서 있었다.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소녀상을 만들었다는 점에 그들은 놀라워했다.

이날 일본인들을 맞이한 손지연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 사무국장이 바로 그 소녀상의 옆 자리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우려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일본인들은 자신들도 그 후원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온 오까 마사하루 기념 나가사키평화자료관(아래 자료관) 관계자들이었다.

가해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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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까 마사히루 기념 나가사키평화자료관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찾았다. 사진 촬영을 하던 자료관 회원 기무라 히데토씨가 소녀상의 손을 잡고 있다. ⓒ 정민규

자료관의 소노다 나오히로 이사장, 신카이 토모히로 부이사장, 사키야마 노보루 사무국장, 키무라 히데토 회원은 지난달 25일 부산을 찾자마자 소녀상으로 달려 왔다. 한국인이라고 모두 같지가 않듯 일본인이라고 모두 과거의 침략 전쟁을 부정하는 건 아니란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개인적으로 후원에 동참한 것도 그 때문이다.

소노다 이사장은 "아시아에서 강제징용을 당하신 분들이 많은데 일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역사를 알리는 데 일조하는 마음에서 자료관 관계자들이 미력한 돈이지만 기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 세운 나가사키의 이 작은 자료관은 일본 안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해 오고 있다. 민간 비영리단체(NPO)라는 운영 목표에 맞게 일본 정부의 지원도 받지 않고 있다. 이 자료관의 설립 취지문은 이렇다.

"일본의 침략과 전쟁의 희생자가 된 외국인들은 전후 50년이 되도록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버림받아 왔습니다. 가해의 역사를 숨겨 왔기 때문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만큼 국제적인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는 없습니다."

자료관은 나가사키 원폭으로 피해를 본 조선인들과 중국에서 벌어진 난징대학살 등 일본이 숨기고 싶은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강제 징용의 역사를 전하기 위한 코너도 만들어져 있는 이 자료관이 특히 신경을 쓰는 건 많은 조선인의 통한이 서려 있는 섬 '군함도'이다. (관련기사: "내가 본 군함도, 그곳은 지옥의 섬이었다")

기억에 맞서는 왜곡 "강제징용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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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한 군함도의 안내판. 지난 1월 촬영한 안내판에서는“This successful industrialization was achieved in just a little over 50years without colonization and on Japan’s own terms." (일본의 성공적인 산업화는 식민지가 되지 않고 단지 50년 만에 일본의 자체적인 조건에서 이룩하였다)는 문구가 담겨있다. ⓒ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픈 역사를 지우기 위해 애를 쓰는 쪽도 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입수한 일본 군함도의 안내판 사진에서는 침략의 역사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지난 1월 촬영한 영어 안내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This successful industrialization was achieved in just a little over 50years without colonization and on Japan's own terms." (일본의 성공적인 산업화는 식민지가 되지 않고 단지 50년 만에 일본의 자체적인 조건에서 이룩하였다.)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던 계획이 한국의 반대를 사자 강제징용의 역사까지 알리겠다고 한 일본의 약속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확인되는 셈이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측은 일본 정부의 태도에 분노를 표시했다.

김용봉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은 "군함도에 강제 징용되셨다가 생환하신 분들은 지옥의 섬이라고 부를 정도였다"면서 "군함도를 유네스코에 등재할 때는 과거 많은 조선인의 희생이 있었다는 걸 밝히겠다고 해 놓고, 아직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유네스코 차원의 제재와 더불어 한국 정부도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지원 예산이 오히려 전년보다 축소되었다.

우리마저 기억 못 하면 누가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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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일본의 오까마사하루 기념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이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 기관은 향후 학술 조사 등 공동 연구와 유물보존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 정민규

그 사이 일본 정부는 대놓고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지난 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대사관과 영사관 앞 소녀상의 철거와 강제징용노동자상의 '적절한 대응'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맺어진 한일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끝난 일이 됐음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물론 망각을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기억으로 답하기 위한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다. 26일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일본의 오까마사하루 기념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은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연구 등에서 힘을 합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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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까 마사히루 기념 나가사키평화자료관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찾았다. ⓒ 정민규

강제징용노동자상도 마찬가지이다. 부산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주도하는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운동은 일본이 가장 불편해 하는 곳에 침묵의 증언자를 세우는 일이다. 지금은 모금 운동이 한창 진행 중이다.

'위안부'에 비해 덜 알려진 강제징용 문제를 알려 나가는 일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는 소녀상과 함께 일본 공관을 바라보고 선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바람이 모인다면 5월 1일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우리 곁으로 찾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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