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포토] 부실한 자막 뒤늦은 속기록... 고통받는 장애학생들

등록 20.06.04 15:40l수정 20.06.04 15:41l권우성(kws21)

[오마이포토] ⓒ 권우성


코로나19로 인해 각 대학에서 비대면강의가 실시되는 가운데 장애학생 학습권 침해와 관련해서 온라인 강의 개선 및 대학 내 '배리어프리(barrier free : 장벽을 없애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학민주화를위한대학생연석회의,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가자들은 '유튜브 등의 자체기능을 통한 자막 제공의 오류 발생' '속기록, 자막 제공 여부는 대학마다 다르며, 뒤늦게 전달되는 경우' '장애 학생이 문제제기 때 대학 또는 교수 차원에서 묵살되는 경우'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강화된 관리감독과 장애학습권, 이동권을 위한 확대 재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대학의 비대면강의에서 발생하는 장애학생 학습권 침해를 지적하는 대학생들. ⓒ 권우성

  

코로나19 확산 후 대학의 비대면강의에서 발생하는 장애학생 학습권 침해를 지적하는 대학생들. ⓒ 권우성

  

코로나19 확산 후 대학의 비대면강의에서 발생하는 장애학생 학습권 침해를 지적하는 대학생들. ⓒ 권우성


기자회견문
 
재난이 드러낸 대학 내 장애인 차별
정부와 대학의 부실한 지원체계가 낳은 또 다른 재난이었다
정부와 대학의 책임 있는 배리어프리 보장을 요구한다

재난은 사회적 소수자에게 더욱 위험하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전국에 몰아닥치자 장애인은 시설에 감금되어 집단 감염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명목으로 활동보조 지원은 중단되었다.

빈곤 장애인에 대한 구호 물품은 형편없이 지급되어, 심지어 직접 요리를 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에게 생쌀이 지급되기도 했다. 재난이 사회적 소수자에게 더욱 위험한 이유는 사회적 소수자가 약해서가 아니다.

약한 것은 오늘날의 불안정하고 취약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사회적 소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 복지는 재난 이전에도 취약했고, 그 취약성과 위험성이 재난을 통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이는 지성의 전당이자, 사회 진보의 시금석이라 불리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온라인 강의 시청각 배리어프리는 예산과 행정상의 어려움을 핑계로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체계적이지 않은 장애 학생 학습권 보장 체계의 취약성이 심각한 학습권 침해로 드러났다.

학생-학생 간의 일반 도우미 제도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매칭조차 되지 않거나, 대학이 준비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은 음성 문자 변환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등 대학 내 소수자의 권리는 재난을 핑계로 지워졌다.

또한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대학에서 기말고사를 대면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까지 일부 수업의 속기록이 제공이 늦어지고 있으며 비대면 강의로 인해 활동보조 신청을 하지 않은 장애학생의 경우 오롯이 본인이 스스로 활동보조를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애학생 고려 없는 행정절차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코로나19라는 갑작스러운 재난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문제"라는 전제는 이제 성립될 수 없다.

현재 발생되고 있는 장애인 학습권, 이동권 침해는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 아니다. 뿌리 깊은 비장애인 위주의 한국 사회와 대학의 장애인 차별이 낳은 것이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종식된다고 하여도, 현재 발생되는 문제들은 다른 방식으로 꾸준히 재발생될 것이 분명하다.

재난대책을 넘어선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다. 이는 현재 법적 제도의 강제력 하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인력 충원, 보다 체계적인 지원체계의 도입 그리고 이를 위한 교육부의 개별 부서를 넘어선 실질적인 관리감독 및 지원이 필요하다.

오늘날 대학의 산업적 발전을 위해 정부가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여하고 있는 반면에 장애학생 지원을 위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지원체계부터가 장애인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다.

수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는 언제든지 재유행할 수 있다고 한다. 재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차별은 지금 당장이라도 없앨 수 있다. 이를 위한 정부와 대학의 책임 있는 자세에 입각한 배리어프리 보장을 시급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2020. 6. 4.

대학 내 장애인 차별 철폐-배리어프리 보장 요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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