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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강호동에겐 야생의 들판에서 뒹구는 것이 어울리는가 보다. 그가 이끄는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시청률이 소폭 상승해 6.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경쟁 프로인 SBS <화신>의 시청률 4.8%보다 앞섰다.

그런데 두 번째 방송된 <우리동네 예체능>은 이 프로그램의 장점과 단점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엄밀하게 말해서, 뻔해도 너무 뻔한 <화신>을 제치고 시청률 6%대로 화요 예능 1위라고 자부하기엔 아직은 너무 초라한 모양새가 아닐까?

 지난 16일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강호동의 모습.

지난 16일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강호동의 모습. ⓒ KBS


예능감 없어도 재미 뽑아내는 프로그램

'예체능' 팀의 민호가 첫 경기를 벌이는 도중, 강호동이 그 특유의 설레발을 치며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는 곧 탁구 경기장 난입으로 심판의 제재를 받았고, 주섬주섬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경기 내내, 강호동은 스스로 경기를 치루는 분량 이외에, 덩치가 커서 카메라에 잘 잡히는 것과 별개로, 중간 중간 진행을 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존재감이 없었다.

즉, <우리동네 예체능>은 굳이 강호동이 아니라도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동호인들간의 탁구 시합임에도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니 '국가대표급'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에서는 강호동이든 이수근이든 그 누구의 예능감이 굳이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과도한 예능감은 프로그램을 망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경기 중간, 점수를 냈을 때나 실점을 했을 때 연예인팀의 반복되는 과도한 리액션도 상대팀에 비해 너무 많다 보니, 오히려 승부에 너무 집착하는 듯이 보여 좋지는 않았다.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란 것을 잊은 채 다들 승부에만 몰두하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실제 경기에서 돋보여 화제가 되었던 조달환이나 탁구의 도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수준의 박성호, 아직은 초보 티가 역력하지만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든 민호 등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점수가 뒤지는 상황에서도 결코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상도동 팀의 불굴의 화이팅 정신과 자세가 프로그램을 빛나게 했던 것이다. 때문에 강호동은 빛날 수도 없었고, 빛나서도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을 강호동의 예능이라고 말하기엔 어불성설이다.

지난 16일 방송에서는 초보 최강창민과 그보다 나은 김병만이 연예인팀의 이른 패배로 경기를 치루지 않았다. 이처럼 예능이라기엔 '국가대표급'으로 치열한 경기에서 과연 제대로 치지도 못하는 팀원의 존재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결론을 다시 한 번 도출한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한 장면. ⓒ KBS


'아는 만큼 보이는' 스포츠, 리액션보다 해설 필요

함께 <우리동네 예체능>을 시청하는데, 나와 남편의 반응이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난 겨우 '똑딱똑딱'이나 하는 탁구 초보요, 남편은 드라이브니 스매쉬니 탁구를 제법 아는 사람인 것이다. 나는 강호동이 탁구를 처음 배웠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데, 탁구를 좀 쳐본 남편은 강호동의 채를 잡는 자세부터가 처음 배워서는 나올 수 없는 자세라며 '탁구 좀 쳐본 사람'이라고 우긴다.

이런 식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재미는 마치 유홍준 교수의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는 그 명언과도 같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박진감도 잠시, 경기가 몇 순배 돌아서면서 탁구를 잘 모르는 사람은 그 경기가 그 경기 같은데, 탁구를 제법 아는 사람이 보기엔 경기마다 다른 재미를 느끼면서 점점 더 재밌어 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동네 예체능>이 가진 한계가 될 수도 있다. 다음 주에도 또 탁구를 한다는데, 과연 탁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보일 수 있을까? 결국 특정 종목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아니 애초에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보인다.

경기가 끝나고 유일하게, 그것도 82세의 할머니를 이겨버린 이수근을 두고 실버 탁구의 싹을 잘랐다느니 밉다느니 우스갯소리를 강호동이 하는 중에, 조달환이 할머니는 애초에 탁구채부터 다르고, 경기 운영이 수준급이었단 이야기를 던졌다. 즉, 할머니가 못해서가 아니라, 이수근이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기에 이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경기 중간에 집어 줄 수 있는 내용을, 막상 출연자들이 시합에 임하느라 그냥 넘어가게 되곤 했다.

왜 축구 경기에 아나운서와 해설이 있을까? 예전에 <축구왕 슛돌이>란 프로그램이 주구장창 어린 아이들이 축구경기만 다뤘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경기 이상으로 담아내었던 장외 중계와 해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출연자들조차 자기 경기, 혹은 우리 팀 경기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반인 상대팀에 방해가 될 정도의 리액션보다는 <우리동네 예체능>의 재미와 의미를 찾아줄 수 있는 객관적 해설이 필요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5252-jh.tystory.com)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우리동네 예체능 강호동 이수근 김병만 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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