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26분 조던 머치의 두 번째 골이 터질 때만 해도 경남FC의 역사상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ACL)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듯 보였다. 하지만 4분 뒤 송주훈의 자책골로 2-1로 따라 잡힌 이후부터 경기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시마 앤틀러스 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2019년 4월 9일(한국시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3차전 경남 FC와 가시마 엔틀러스의 경기. 경남의 김승준 선수가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2019년 4월 9일(한국시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3차전 경남 FC와 가시마 엔틀러스의 경기. 경남의 김승준 선수가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남이 한 골 차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수비라인을 내린 채 전방으로 볼을 길게 걷어내는 플레이로 치중했다. 그동안 가시마는 세트피스를 바탕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45분 순간적으로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동점골을 허용한 경남은 종료 직전 또다시 같은 패턴으로 세르징요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그러면서 불과 20여분 만에 2-0으로 앞서던 스코어가 2-3으로 역전되고 말았다.

익숙한 패턴으로 승리 놓친 경남

올 시즌 경남의 패턴을 살펴보자면 후반전에 많은 득점을 터뜨리며 '경남 극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6경기를 펼친 K리그1에서 경남이 기록한 득점 수는 (상대 자책골 포함) 10골이다. 10골 모두 후반전에 나온 득점이었다. 특히 지난달 30일 대구와의 리그 4라운드 경기, 전북과의 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는 후반에 강한 경남의 면모가 나왔다. 당시 경남은 지고 있던 경기를 후반전 골폭풍을 몰아치며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했다.

경남은 후반전에 강한 모습을 ACL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경남은 ACL에서 가시마전까지 3경기 동안 5골을 터뜨렸는데, 5골 역시 후반전에 나왔다. 이와 같이 '경남 극장' 같은 경기를 선보일 정도로 후반전에 막강 화력을 과시하는 경남이지만, 반대로 후반전 경남의 수비는 상당히 약한 면을 갖고 있다.
 
 2019년 4월 9일(한국시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3차전 경남 FC와 가시마 엔틀러스의 경기. 경남의 머치 선수가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2019년 4월 9일(한국시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3차전 경남 FC와 가시마 엔틀러스의 경기. 경남의 머치 선수가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리그에서 경남은 13실점을 기록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6골을 후반전에 실점했다. ACL에선 3경기 6실점을 허용하고 있는데 5실점이 후반전에 나왔다.

다만 문제는 리그에서 경남의 후반전 실점이 경기 결과를 바꾼 게 드물지만 ACL에서는 후반전 실점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조별리그 1차전 산둥 루넝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2차전 조호르와의 경기에서 경남은 후반전 득점을 통해 리드를 가져갔다. 하지만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실점을 허용하며 통한의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그리고 맞이한 가시마와의 3차전, 후반 26분 조던 머치의 두 번째 골이 터질 때만 해도 마침내 경남이 승리를 거두는가 싶었다. 하지만 약 20분 만에 스코어가 뒤집혔다. 후반 30분 송주훈의 자책골을 시작으로 수세에 몰리던 경남은 상대의 퇴장까지 나오는 등 유리하게 경기를 진행했다. 그런데 마지막 3분 동안 연달아 2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산둥 루넝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가시마전까지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는 동안 경남은 같은 패턴으로 결과를 놓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전 뒷심을 발휘하며 경기를 리드해 나가지만 후반전에 힘을 쏟은 탓인지 후반 중반을 넘어서부터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라인이 무너지거나 상대선수를 놓치는 모습도 나왔다. 결국 경남은 수비진의 실수로 실점을 허용하면서 결국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상황을 계속 보이고 있다.
 
 2019년 4월 9일(한국시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3차전 경남 FC와 가시마 엔틀러스의 경기. 경남의 쿠니모토 선수(가운데)가 공을 두고 경합하고 있다.

2019년 4월 9일(한국시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3차전 경남 FC와 가시마 엔틀러스의 경기. 경남의 쿠니모토 선수(가운데)가 공을 두고 경합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해 10월의 데자뷰, 앞으로 일정 또한 만만치 않은 경남

경남이 가시마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지난해 10월 수원-가시마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ACL 4강에서 가시마를 만난 팀은 수원 삼성이었다. 당시 수원은 원정으로 치러진 1차전에서 전반 이른 시간에 2골을 넣으며 2-0으로 리드했다. 수원은 전반 20분 장호익의 자책골을 기점으로 경기 흐름을 가시마에 내주며 수세에 몰리는 경기를 펼쳤다.

이후 근근히 버티던 수원은 결국 종료 15분을 남기고 수비진이 무너지면서 2골을 허용해 2-3으로 역전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그리고 3주 뒤 열린 2차전 홈경기에서 수원은 또 한번 뼈아픈 무승부를 기록했다. 0-1로 뒤지던 후반전 3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3-1로 역전한 수원은 또다시 수비진의 실수가 발목을 잡으며 충격의 3-3 무승부를 기록해 다 잡은 결승 진출을 놓치고 말았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가시마는 ACL 결승에 진출해 페르세폴리스(이란)를 꺾고 지난 시즌 ACL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6개월이 흘러 지난 9일 경남은 당시 수원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패배를 기록하면서 ACL 조별리그 3경기에서 2무 1패의 성적을 기록하게 됐다. 가시마전을 이겼다면 조 1위로 올라서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남은 아쉽게 승리를 놓치면서 이제는 16강 진출 가능성이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경남에 앞으로 남은 조별리그 3경기가 유리하지만은 않다. 경남은 가시마와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산둥 루넝과의 원정 경기, 조호르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있다. 가시마-산둥으로 이어지는 원정 2연전이 경남에는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2019년 4월 9일(한국시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3차전 경남 FC와 가시마 엔틀러스의 경기. 가시마의 세르징요 선수가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2019년 4월 9일(한국시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3차전 경남 FC와 가시마 엔틀러스의 경기. 가시마의 세르징요 선수가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더욱이 경남은 올시즌 K리그 원정 3경기에서 전패를 기록하는 등 원정 경기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반대로 상대인 가시마는 올시즌 홈에서 무패를 기록하며 홈에서 강한 면모를 이어오고 있다. 산둥 루넝 역시 올시즌 홈에서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두 팀은 세르징요와 그라치아노 펠레라는 확실한 골게터가 보유하고 있는데 두 선수 모두 경남을 상대로 득점을 터뜨리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 이긴 경기를 놓친 경남이 받아들인 결과물은 그야말로 가혹한 처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초반부터 경기 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는 경남은 이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도 원정 징크스를 이겨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남은 ACL 조별리그에서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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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챔피언스리그 경남FC 가시마앤틀러스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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