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호령하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다시 한번 미국의 유명 방송인 킴 카다시안을 저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현지 시간 19일 피플, 빌보드 등 다수의 매체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정규 11집 디럭스 버전에 수록된 트랙인 'thanK you aIMee'를 주목하며 해당 곡이 킴 카다시안을 향한 디스곡이라는 일관된 해석을 내놓았다. 소문자 알파벳 사이 대문자들을 조합하면 킴 카다시안의 이름인 'KIM'이 되는데, 이토록 노골적인 저격이 놀랍다는 반응이 다수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와 같은 디스곡까지 발매하게 만든 이 앙숙 관계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테일러는 'You Belong With Me'로 여성 아티스트 부문 올해의 비디오 상을 받게 되는데, 이때 향후 킴 카다시안의 남편이 될 래퍼 칸예 웨스트가 수상 소감 무대로 난입하여 또다른 스타인 비욘세가 해당 상을 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거대한 민폐를 끼치게 됐다.

이후 오랜 기간이 지난 2016년 칸예 웨스트는 'Famous'라는 곡을 발표하며 둘의 악연은 재점화됐다. 해당 가사에서 상술한 난입 사건으로 인해 테일러 스위프트가 유명해졌고, 이에 따라 테일러가 자신에게 몸을 바칠 것이라는 성희롱 격 발언을 담으며 큰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한 비난에 그는 테일러와의 통화를 통해 합의된 가사라며 해명했으나 테일러가 사실이 아니라며 이를 재반박하며 논란은 가중되었다.

킴 카다시안과의 직접적인 악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칸예 웨스트의 아내였던 킴 카다시안은 직접 남편의 행실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과 여론전에 나섰다. 패션 잡지 GQ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본인의 모바일 메신저에 테일러가 칸예에게 해당 가사를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하는 장면이 녹취된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당시 테일러의 이미지는 완전히 실추되었고 비열하다는 뜻의 테일러 스네이크(Snake)라는 부정적 별명까지 떠안기도 했다.

이후 2020년, 칸예 웨스트의 휴대전화가 해킹당하면서 이 사건은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결정적인 증거였던 녹취록은 칸예 측에서 조작한 기록이었고, 실제로 테일러는 해당 가사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여론은 완전히 반전되어 테일러의 편으로 돌아섰고, 이로써 형성된 긍정적 이미지는 현재도 이어지며 그를 지금의 압도적인 스타 자리로 올려놓는 데 큰 영향을 줬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2024년 2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6회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2024년 2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6회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테일러 스위프트의 진솔한 이야기

이번 디스곡 'thanK you aIMee'는 이런 킴 카다시안의 과오와 행실을 저격하는 곡이다. 화자는 당연히 테일러 본인이며 곡에 등장하는 에이미(Aimee)는 킴 카다시안을, 가사의 배경인 학교는 미국 팝 음악계를 가리킨다.

테일러는 곡에서 굉장히 직접적으로 울분을 토해낸다. "네가 준 감정들을 용서할 수 없어(I can't forgive the way you made me feel)", "밤하늘에 대고 피를 토해내며 소리쳤지, "X까, 에이미"(Screamed "Fuck you, Aimee" to the night sky as the blood was gushing)" 등 비교적 거친 감정 묘사는 테일러가 해당 사건으로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네가 망치지 못할 업적들을 세웠어(I built a legacy which you can't undo)"라며 본인의 성과를 치하하는 것 역시 빼놓지 않았다.

'thanK you aIMee' 외에도 이번 테일러 스위프트의 새 앨범은 그의 진솔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라는 앨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고통받는 시인의 아린 마음을 노래하는 테일러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인 사랑과 이별을 중심으로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타이틀곡 'Fortnight'에서부터 그 표현력에 압도당한다. 헤어진 남자의 아내를 죽이고 싶다("Your wife waters flowers, I wanna kill her")며 섬뜩하게 노려보다가도 매 아침이 끝없는 2월의 월요일에 갇혀 있다("All my mornings are Mondays stuck in an endless Feburary")는 시적 묘사로 듣는 이를 격하게 끌어안으며 가라앉는다.

넓은 표현력만큼 소재의 활용도 능수능란하다. 'Down Bad'에서는 공상 과학 소설처럼 감정을 토해내는가 하면, 'So High School'에서는 일상적 소재를 늘어놓으며 친밀하게 다가간다. 과연 '시대의 목소리'라는 칭호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표현 면에서는 그의 8, 9집인 < folklore >와 < evermore >를 닮았지만 이를 감싼 멜로디는 직전 10집 < Midnights >의 변주다. 차분하지만 분명했던 색조를 사실상 지워버리고 흑백과 피부색만을 남긴다. 부드러운 얼터너티브 인상의 신스팝 기조는 여전하지만 분위기가 눈에 띄게 침착해졌다.

차갑고 진중해진 분위기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테일러의 설득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발매와 함께 온갖 스트리밍과 앨범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는가 하면 'thanK you aIMee'의 경우처럼 직접 서사로 뛰어들며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수많은 아티스트가 존경해 마지않고 매 걸음이 대중의 제일 관심사가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많은 가십과 주변의 방해에도 테일러 스위프트는 스스로의 음악으로 세계와 대화를 나눈다. 혼란스러운 현대 사회에 위로의 장을 여는, 이것이 시대의 아이콘이 예술로서 우리 곁에 영원히 존재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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