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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조선이 독립하던 날. 난 열일곱 살이었지, 당시 기차역에서 근무했어. 일본인들은 기차역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울었어. 일본 천왕이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말이야. 일본인들이 땅을 치고 울 때 어안이 벙벙했지.” 2015년 8월 15일 광복절. 할머니가 보고 싶어 요양병원을 찾았다. 할머니는 1945년 열일곱 이복연이 보고 느꼈던 1945년 광복절을 이야기했다. ‘내가 살아있는 역사를 앞에 두고 책에서만 역사를 찾으려고 했구나.’ 일제감정기, 광복, 한국전쟁. 한 나라가 통째로 흔들리는 역사의 변곡점을 겪어온 개인의 삶 하나하나가 가치 있다 생각했다. 2017년 7월 한 달 간 시간 날 때마다 요양병원을 찾았다. 할머니 침대 옆에 앉아 노트북을 들고 그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80년 세월이 담긴 기억은 선명하다 흐리기를 반복했다. 기억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 않았다. 어느 누구나 자신의 삶은 주관적으로 편집하길 마련이다. 나는 아직 부족하고 미천한 글짓기 실력을 가졌지만, 그나마 잘 할 줄 아는 것이 이것 밖에 없다. 할머니와 나의 기억 조각을 이어 붙여 글을 썼다. 글은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할머니를 불러냈다. 글을 써내려갈 때마다 탁자 위에는 젖은 휴지가 한 가득 쌓였다. 할머니를 사랑하기에 그의 목소리가, 그의 손길이 그리웠고, 그립기에 마음이 아려왔다. 내가 잘 할 줄 아는 글짓기로 할머니를 기록할 수 있어 기쁘다. 나만의 방법으로 할머니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는 뿌듯함을 마음에 가득 채워 글을 짓는다.
참여기자 :
전쟁 후 고된 삶의 시간들
얼굴 모르는 사내와 결혼, 피난... 할머니가 말한 지난 날
요양병원에서 자식과 손녀의 손길을 기다리던 할머니
할머니의 화상 사고, 이어진 요양병원에서의 일상
계단 끝 첫집서 바라본 풍경과 아련한 추억
약주 한 잔에 잊는 아들 얼굴, 그려보는 손녀 얼굴
강냉이차, 코팅지, 검은 간식 봉지... 우리 할머니를 추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