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바라 본 현재의 인왕산
황정수
조선시대 안평대군은 서촌 수성동에 살며 안견에게 자신의 꿈을 소재로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했고, 겸재 정선 또한 옥인동에 살며 인왕산을 소재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 이후 조선의 여러 화가들이 이곳에 살거나 이 지역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일제강점기까지도 서촌과 인왕산 지역은 화가들의 동네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많은 한국인 화가들이 서촌 지역에 살았고, 일본에서 온 화가들도 여럿이 이곳에 살거나 서촌 지역을 찾는 것을 좋아했다. 이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경복궁이나 백악산 또는 인왕산을 찾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이러한 상황은 현대에까지 이어져 적지 않은 화가들이 이 지역에 살고, 여러 화가들이 서촌 지역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특히 인왕산은 여전히 화가들이 자주 소재로 삼는 단골 모티브이다. 바위로 이루어진 산세는 조선시대나 현재나 다름없이 화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다른 지역의 산들이 세월의 변화에 따라 많은 시각적 변화가 있지만 인왕산은 옛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여전히 예전과 유사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현대 미술가들에게 있어 인왕산은 조선시대 화가들 못지않은 창조적 영감을 주는 좋은 대상이다.
먼저 동양화 형식으로 그린 화가를 살펴보면 박대성과 오용길의 작품을 들 수 있다. 두 사람은 동시대에 활동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들이다. 두 사람 모두 인왕산을 주제로 한 그림을 남기고 있는데, 그 표현 방식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박대성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남성적인 인왕산의 면면을 수묵만을 사용하여 과감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이에 비해 오용길은 섬세한 필치로 봄날의 정겨운 풍경을 그린다. 산자락에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의 모습은 그동안 지녀왔던 인왕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같은 소재를 다루어도 작가의 감성과 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수묵화로 그린 문봉선의 인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