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12 11:48최종 업데이트 19.12.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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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도전 정신

주변 중국 친구들에게 한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여러 가지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정리해보면, "첫째, 애국심이 강하다. 둘째,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이 강하다. 셋째, 창조력이 있다" 정도다.

이 글에서는 한국인의 장점 중 도전 정신에 대해 살펴보겠다. 도전이란, 어려운 일에 직면하여 포기하지 않고 맞서는 것을 말한다. 즉, 어떤 일이 나에게는 새로운 것으로 이루기가 쉽지는 않지만, 맞서서 이겨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한국인은 어떤 일의 성공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아도 도전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성공 가능성이 50% 정도만 되어도 성공과 실패는 내가 하기에 달렸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경우가 흔하다. 아마도 이런 모습을 외국인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한국인은 도전 정신이 강하다고 하거나 아니면 무모한 사람들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신(新)에 대한 다른 해석

중국인이 자신들과 비교하여 한국인이 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자.

중국 정부와 언론에서는 '신중국', '신시대', '신발전', '신사회주의'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한국인은 '신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중국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중국을 만들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틀리다. 중국인은 '신중국'을 과거의 중국과 완벽하게 단절된 새로운 중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 사전에서 신(新)은 '1 처음으로 나타난 것, 2 기존의 것이 변해서 좋아진 것, 3 기존의 것이 변해서 새로워진 것'이라고 해석한다. 

한국 사전에서 신(新)은 '새롭다'는 의미로 '지금까지 한 번도 있은 적이 없는, 처음인'이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한국인이 사용하는 '신시대', '신상품'이라는 단어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대, 새로운 상품이라는 뜻이다.

중국인은 이전의 것과 비슷하지만, 조금 변해서 좋아지거나 조금 새로워진 것도 '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그래서 중국인은 '신중국'이라는 단어를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중국이 아니고, 이전과 비교해서 조금 좋게 변한 새로운 중국이라고 해석한다. 즉 중국에서 단어 '신(新)'은 한국의 '개선', '개량'과 비슷한 의미다.
 

중국 어린이 필독서 <증광현문> ⓒ 바이두

 
중국 어린이 필독서 <증광현문>에는 '현재는 반드시 과거를 거울로 삼아야 하고, 과거가 없었다면 현재는 결코 없다(觀今宜鑒古,無古不成今)'는 글귀가 있다. 또 '과거 사람은 현재를 볼 수 없지만, 현재 사람은 과거 사람을 거울로 삼을 수 있다(古人不見今時月,今月曾經照古人)'는 구절도 있는데, 이 글귀는 중국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나온다.

그러니까 중국인은 현재는 과거와 반드시 연결되었고, 과거가 변해서 현재가 있는 것이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현재란 있을 수 없다고 학교에서 배우고, 그렇게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에서 '신(新)'이란 갑자기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상태와 비교하여 점진적으로 좋게 변한 것이라는 의미다.

봉건 전제 제도 소멸 과정

중국에서 '신'이라는 단어는 왜 한국의 '개선', '개량' 단어와 같은 의미를 가질까?

최근 100여 년 동안 중국 사회에 크게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1910년 신해혁명과 1919년 5.4운동이 있다. 중국 바이두 백과에서 신해혁명은 전제(통치자 한 사람이 국가를 운영하는 제도) 제도를 몰아내고 공화정을 시작한 혁명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황제(왕조) 한 사람이 국가를 운영하는 제도를 끝내고, 여러 사람이 같이, 번갈아 국가를 운영하는 제도를 시작한 혁명이라는 것이다.

5.4운동은 봉건사상을 타파한 운동이라고 한다. 즉 집권자(황제, 왕, 군주)와 신하 몇 명이 국가의 모든 부를 독점하는 제도를 바꾸어, 국민 개개인이 재산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사회에서 봉건, 전제 제도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1949년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하면서부터다. 그러니까 봉건 전제 제도를 공화 제도로 바꾸는 데 무려 140년 이상 걸린 것이다. 아직도 바꾸고 있는 중이고. 그래서 중국인은 현재의 모습은 과거의 모습이 점진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좋게 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한국에서는 봉건 전제 제도가 어떻게 소멸했을까?

한국에는 1910년 일본 제국 침략 강점기가 시작되었다. 봉건 왕조 국가에서 일본 제국 강점기로 바뀌었지만, 한국의 봉건 전제 제도는 일본 제국의 봉건 전제 제도로 대체되었을 뿐,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봉건 전제 제도가 지속하였다. 그러다가 1945년 일본 제국이 멸망하자, 한국에서 갑자기 봉건 전제 제도가 소멸했다. 한순간에 사회 구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1945년 일본 제국이 멸망하자마자 한국에는 막바로 미국식 공화정이 시작된다.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한국인은 갑자기 과거의 봉건 전제 제도, 봉건 사회 구조가 소멸하고, 새로운 공화정이 실시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한국은 과거와 완벽하게 단절된 채 새로운 사회로 향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이 한국인에게 신(新)이라는 단어를 '지금까지 한 번도 있은 적이 없는, 처음인'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게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런 갑작스로운 역사적 경험은 사회 구조의 변화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의식구조에도 영향을 주었다.

갑자기 사회 구조가 완벽하게 과거와 단절되고, 지금까지의 기득권층이 한순간에 소멸하는 현실을 목격한 한국인은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개개인 스스로도 자신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즉, 자신이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돈이든 명예든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도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위의 중국 책 <증광현문>에 나오는 '현재는 반드시 과거를 거울로 삼아야 하고, 과거가 없었다면 결코 현재는 없다'라는 글귀나, '과거 사람은 현재를 볼 수 없지만, 현재 사람은 과거 사람을 거울로 삼을 수 있다'라는 구절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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