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 20:12최종 업데이트 20.01.0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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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세 권의 술 책을 읽었다. 요즘 전통주를 온라인 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 전통술 정보도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저마다 다른 형태의 매체지만, 전통술을 종합하고 재해석하는 책들이 최근에 출판되었다.

안동 소주를 총정리한 무크지 <ROBUTER>(로부터) 2호, 제주 전통술 특집을 다룬 제주도 잡지 <인 iiin>, 전통주 갤러리 관장을 지낸 이현주씨가 펴낸 단행본 <한 잔 술, 한국의 맛>이라는 책이다.

[ROBUTER] 안동 소주 총정리 
 

안동소주를 총정리한 'ROBUTER' 잡지. ⓒ ROBUTER


<ROBUTER> 잡지의 제호가 인상적이다. 무엇으'로부터'라는 뜻으로, 안동으로부터 소주를 불러내 온전히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안동소주 양조장의 숫자와 다양한 안동소주 제품군들을 보게 되면 놀랄 것이다.

먼저 세계를 주유하면서 유럽의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남미의 럼과 데킬라, 아시아의 바이주와 소주를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어서 안동소주의 유래와 역사를 서술하는데 가장 알차고 공들인 기사는 안동에서 소주를 빚고 있는 양조장 7군데의 이야기다.

경북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조옥화의 민속주 안동소주, 박재서의 명인 안동소주, 20년 된 숙성소주를 상품화하고 있는 로얄 안동소주, 다양한 도수의 제품을 생산하는 명품 안동소주, 막걸리 양조장에서 빚어낸 회곡 안동소주, 직접 농사 지은 밀로 빚은 안동 진맥소주, 버버리찰떡 집에서 빚는 올소 안동소주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변화하는 안동소주 양조장들의 양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양조장마다 전통 밀누룩, 쌀입국, 개량누룩 등의 다른 발효제를 쓰고, 증류기도 스테인리스 증류기나 동증류기로 다른 장비를 사용하고, 감압을 걸거나 상압을 유지하거나 하는 증류 방식도 다르다.

안동소주가 지역 문화 콘텐츠가 되어 안동 종가들이 안동소주 제조장과 연계하여 종가 특산품을 개발하는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양조 현장의 모습을 사진으로도 잘 담아냈는데, 안동소주 회사와 안동소주 애호가들에게 드리는 새해 선물이라고 평할 만하다.

[인 iiin] 제주 전통주 크러시
 

제주술을 특집으로 다른 '인 iiin' 잡지 ⓒ 재주상회

 
제주 잡지 <인 iiin>은 젊고 발랄한 잡지다. 잡지 판형이 사각형에 가깝고, 일러스트 표지에는 개와 돌하르방과 새와 고양이가 알록알록한 옷을 입고 한라산을 오르고 있다.

이번 호의 특집은 '제주 전통주 크러시'로 걸 크러시, 센 언니처럼 제주 술을 거침없이 다루고 있다. 중심 기사는 낮에는 맥주를 빚고 밤에는 막걸리를 빚는 1985년생 미국인 타일러 브라운씨와 오합주를 빚는 1942년생 제주 사람 김태자씨가 나누는 이야기다.

이들은 서로 친구처럼 대화하고, 각자 빚은 술을 맛보는 모습을 보여준다. 타일러의 미각을 통해, 오합주가 카스터드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고, 오메기술은 펑키하고 새콤달콤하고 타르트 같기도 하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이외에도 제주의 술 빚는 질그릇들을 소개하고, 허벅술 칵테일을 통해서 제주술을 마시는 다양한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영문 이름을 앞장세운 <ROBUTER>와 <인 iiin> 잡지 둘 다 한글 원고에 영문 원고를 추가하고 있는 것도 신선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을 말하는 셈이다.

[한 잔 술, 한국의 맛] 술을 부르는 책
 

전통술 28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한 잔 술, 한국의 맛' ⓒ 소담

 
강남 전통주 갤러리 관장을 지냈던 이현주씨의 <한 잔 술, 한국의 맛>은 한국 전통술 이야기를 아주 맛깔스럽게 구성했다. 저자는 전통주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접했던 경험들, 홍콩, 벨기에, 파리를 방문해서 한국술을 소개했던 사연들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엄선한 28종의 술에 얽힌 이야기와 그 술을 빚는 장인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문제는 한 편의 글을 읽은 때마다 그 술이 마시고 싶어 다음 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술과 음식의 궁합에 대해서 섬세한 감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강주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참기름 향이 살짝만 풍기는 얼리지 않은 생고기 육회에 채 썬 배를 딱 두 조각만 얹어서는 한 젓가락으로 듬뿍 집어 입에 넣고 단 몇 번만 오물거리다 꿀꺽 삼킨 뒤, 차가운 이강주 한 잔을 들이켠 쾌감을 누가 나에게 이야기해 달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이쯤 되면 배와 계피향이 도는 이강주를 한 잔 마셔야 한다.

전통술이 존재하는 줄도 모르던 까마득한 시절을 지나 이제는 전통술 특집으로든 단행본으로든 독자를 찾아낼 수 있는 시절이 되었다. 세 권의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술들은 성인 인증을 하면 대부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가 있다. 맛과 향기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오고,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감각이다. 책을 다 읽었다면 이제 또 즐길 것은 매력적인 걸 크러시처럼 전통주 크러시가 되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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