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 14:39최종 업데이트 20.01.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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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집값 상승인가

새해까지 남은 10초를 거꾸로 세는 사람들의 함성, 보신각 종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새해를 사람들은 들뜬 마음으로 맞는다. 하지만 해마다 돌아오는 1월을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맞는 사람들이 있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 남일당 옥상의 불타는 망루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동지를 잃은 용산참사 유가족과 생존자가 그들이다.

'용산참사 백서'를 쓰면서 만났던 그들은 '날씨만 추워져도 몹시 추웠던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나 견디기 힘들다'고 젖은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 올해로 11주기가 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기만 하다.

용산참사는 세입자 대책이 미비한 우리나라의 개발 방식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용산참사 이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전면 철거방식의 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의 전환은 느리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2018년에도 2019년에도 세입자 이주 대책 없는 개발로 오갈 데 없는 세입자들이 목숨을 끊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서울에, 강남에 집이 부족하니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개발의 속도를 높여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자'는 주장은 잦아들 줄 모른다. '공급을 늘려야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지 정부의 투기수요 억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반복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서울의 저층 주거지를 유행가 가사처럼 '싹 다 갈아엎어' 아파트로 바꾸면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정말로 믿는 것인지 궁금하다. 저렴한 저층 주거지를 싹 밀어버리고 비싼 아파트를 공급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무슨 수로 집값이 안정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개발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집값 상승의 원인이다. 세입자 대책이라고는 일절 없는 재건축을 통해 도대체 누구의 수요가 충족된다는 것인가?
 

지난 20016년 1월 24일 용산참사 7주기를 맞아 그 현장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 노순택

 
정부, 가계, 건설업계, 언론의 책임 

집값은 장기적으로는 인구·가구 구조와 소득에 의해 결정되며, 경제의 세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모두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주거권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최근의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여당의 오랜 당론이었던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전월세인상률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뒷전으로 미루어놓은 채 '임대주택등록활성화'로 다주택자에게 꽃길을 열어주었다. 전세보증금은 갭투기의 자양분이 되고 있으며, 월세는 세금도 거의 내지 않는 불로소득의 원천이 되고 있다.

2017년 8·2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발표했으나 같은 해 12월 13일 '임대주택등록활성화방안'에서 임대등록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발표해 정책의 일관성이 깨졌다. 2018년 7월에는 종전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2019년 11월에는 '동 단위' 지정이라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소극적 시행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못지않게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키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책임 또한 크다. KBS 김원장 기자의 표현대로 투기라는 '불을 질러놓은' 책임이 '불을 끄지 못하고 있는' 책임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계속 유예되었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2019년 12월 27일 합헌 결정으로 이제야 작동되게 되는 것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이 주거 정책은 정부의 임기 만료와 함께 바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가계 또한 집값 상승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집을 끊임없이 사고팔아 시세 차익을 챙기는 사람들, 차를 대절해 아파트 원정 쇼핑에 나서는 사람들, 집값과 임대소득 수호를 위해 대학 기숙사와 공공임대주택 건립을 막아서는 사람들 모두 집값 상승에 책임이 있다.

일부 단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정 가격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말자'는 집값 담합도, 올리고 또 올려 부르는 '호가' 담합도 문제다. 불법으로 쪼개기 한 원룸으로 생계형이 아닌 기업형으로 막대한 임대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도 문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무력화되어 있는 동안 고분양가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건설업계는 집값 상승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다. 신규 아파트의 고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끌어 올리고, 이렇게 올라간 시세는 다시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를 높이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광고가 주요 수입원인 언론도 집값 상승에 책임이 있는 기업이다. 건설자본에 의해 소유된 언론일수록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기사를 많이 내보낸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폭등하고 있는지를 거의 매일 속보로 내보낸다. 이런 기사는 '이렇게 오르는데 집을 사야하나?'하는 불안 심리를 자극해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결국 집값 상승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억제를 위해 가계와 기업을 법과 제도로 규율할 수 있는 권능을 국민에게 위임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이 많지만 국제사회의 규범은 '정부가 주거권 보호 의무를 가진다'는 것이다.

대통령 신년사를 통해 '투기와의 전쟁'이 선포되었다. 그 첫걸음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인상률상한제'의 도입이어야 한다. 임대인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전월세가가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상태에서는 집값 안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 이유는 보유세 부담이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임대소득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불법으로 쪼개기 된 기업형 임대주택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시가격을 현실화시키고,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실시하고,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해야 한다.

개발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한 재건축 연한도 다시 늘려야 하다. 부동산이 아니고, 집을 집이라 부를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용산참사 유가족과 생존자의 오랜 바람인 개발 사업의 세입자 대책 강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올해에는 꼭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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