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28 07:35최종 업데이트 20.01.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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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서 3일째 진행되는 트럼프 탄핵심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 탄핵심판 사흘째인 23일(현지시간) 하원 소추위원 중 한 명인 민주당의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이 발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연합뉴스/AP


ABC, CBS, NBC 등 미국 주요 공중파와 뉴스 채널에선 하루 종일 상원 의사당이 생중계되고 있다. 지난 15일 하원에서 넘어온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심리중인 현장이다.

긴 겨울 휴가를 마치고 새해 의사 일정이 시작된 지 일주일째지만 긴급 소집된 이란 사태에 관련 외교위 브리핑도 이 심리 때문에 연기된 상태. 탄핵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민주당의 탄핵 소추 위원들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들의 공개 변론이 전 미국에 생중계 되고 있다. 양측 각각 3일로 정해진 공방 중 증인 신청과 청문 등의 과정을 거친다면 한 달을 넘길 수 있다. 그런 공방 끝에 전체 상원의원 2/3가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게 되면, 미국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게 된다.

백악관, 미 의회를 비롯해 미국의 중요 부처가 있는 이곳 워싱턴 D.C는 전 세계 대사관과 언론사, 국제 기구와 크고 작은 로비 사무실이 혼재해 있는 세계의 수도이다. 이 한 켠에서 코리안-아메리칸(한국계 미국인)을 위해 일하고 있는 젊은 실무자들을 만났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송원석 사무국장과 장성관 디렉터. 이들은 각각 2012년과 2014년 뉴욕에서 일을 시작했고, 워싱턴에 사무실을 오픈 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의회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미 의회를 대상으로 코리안-아메리칸을 위한 법률 제정과 미주 한인들의 권익에 관련된 주요 현안 교육이 주 업무다. 젊은 그들이 보는 워싱턴의 대선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했다.

코리안 아메리칸이 보는 D.C
 

워싱턴DC 사무실에서 만난 장성관 디렉터(좌)와 송원석 사무국장(우). ⓒ 최현정

 
- 지금 하고 있는 상원 탄핵 청문회는 어떻게 진행될 것 같나?
송원석(아래 송)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현재 상원 다수당이 공화당이고 이 안에서 큰 이변이 생길 것 같지 않다. 상원 투표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이 탄핵 정국은 마무리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이 청문회가 11월 대선에 영향을 미칠까?
장성관(아래 장)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 하원에서 탄핵 관련 청문회와 표결을 거치면서 이미 트럼프 지지자들의 결속력은 높아졌다. 당연히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도 더욱 견고해졌다. 이번 탄핵정국을 통해 지지하는 당을 바꾼 유권자는 굉장히 드물 것이다."

- 지금 민주당 경선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
 "민주당은 지금 혁신과 전통이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앞장서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을 대표로 하는 혁신 그룹이 세를 키우고 있다. 이에 정통 민주당 그룹인 조 바이든 상원의원과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 같은 이들은 기존 민주당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치열히 싸우고 있는 중이다."

- 공화당은 트럼프로 대선 후보가 확정된 건가?
 "공화당은 트럼프 당선 이후 트럼프와 더 보수적인 의원들 위주로 당이 재편됐고 결속되어 있다. 지금은 트럼프 당이라 불릴 수 있을 만하다. 공화당 하원의 캐빈 메카시와 상원 미치 매코넬의 목소리가 대통령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티파티가 공화당을 휩쓸 때 당선된 이들이 공화당 내 보수적인 그룹 프리덤 코커스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약 30~40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 공화당의 대표 주자였던 존 베이너 나 폴 라이언 하원의장들이 사임하게 된 것도 결국 이들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재선이 한반도 평화무드에 도움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한국측 통역, 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미국측 통역,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월버 로스 상무부 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2019.9.24 ⓒ 연합뉴스

 
-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올해 대선을 보는 심정이 복잡하다. 트럼프 재선이 한반도 평화 무드에 도움이 될까?
 "우선, 대통령이 미국 국가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틀렸다. 미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확실한 3권 분립국가다. 대법원이 브레이크를 걸고 의회에서 거부하면 관철될 수 없는 구조임을 이해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 당시 민주당은 상하 양원 모두 다수당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바마 정권 8년간 주요 정책인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DACA)나 환경 보호 관련 정책 등은 '대통령 행정 명령' 형태로 추진됐다. 합법적으로 의회를 거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힘있게 추진되기엔 한계가 있다. 트럼프의 경우 지금까지 대법관 2명, 연방 항소법원 50명, 연방 법원 133명을 임명했다. 연방 판사 1/4을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했거나 공화당이 다수인 현재 상원의 인준을 거쳤다. 유일하게 지난 선거 때 민주당이 다수가 된 하원이 트럼프의 독주를 막고 있다. 그 파워가 지금 진행되는 탄핵안 통과까지 이어진 것이다. 오바마 때에 비하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겠지만 구조적 견제가 만만치 않다."

- 그렇다면 이런 구조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전격적인 합의를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톱다운 방식으로 실제 두 사람이 전격적으로 비핵화에 합의한다 해도 미국은 의회 비준이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FTA) 비준 당시에 봤듯이, 법안통과까진 빨라도 2~3년이 걸린다. 3권 분립이 확고한 미국 정치 시스템을 이해하고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미국 국민 대다수의 여론, 그들의 표로 선출된 의회 의원 등 밑에서부터의 합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권한이 절대적인 북한과 4년 임기 행정부 수반인 미국 대통령의 역할은 분명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격적인 교류를 합의한다 해도 미 의회에 존재하는 북한 제재도 동시에 풀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학자 하워드 진은 '성숙한 민주주의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라고 했다. 특히 미국의 연방 단계에서는, 의회가 대통령과 사법부와 동등한 권한을 가진다. 그래서 의회 상임위 의장들의 권한이 상당하다. 특히 예산을 집행, 승인하는 상임위가 강력하다. 케빈 브레이디 하원의원 등 세입세출위(Ways and Means Committee)의 의장과 간사는 사실상 각 당에서 손에 꼽히는 원로급으로, 영향력이 크다. 40대 초반에 하원의장까지 했던 폴 라이언 의원도 세입세출 위원회에서 일찍이 입지를 굳혔기에 젊은 나이에 의장이 될 수 있었다. 대통령만큼이나 이들의 역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그 의회 의원들을 움직이는 건 결국 지역 유권자겠다. 문제는 미국 일반인들에게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결코 좋지 않다 싶은데?
 "그게 가장 어려운 문제다.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북한이 민간 차원의 해법을 힘들게 한다. 우선 물꼬부터 트자는 차원에서 우리는 코리안 아메리칸의 북한 가족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로서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는 것은 인도주의적인 일이다. 이 일에 미 의원들을 협력하게 하는 것이다. 더불어 소아 백신 전달 같은 휴머니티를 앞세운 원조도 추진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사는 한인들이 자신 지역구 의원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꾸준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부풀려지고 왜곡된 정보가 아니라 정확하고 합리적인 한반도 관련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그것이 대선 결과만을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미 의원들에게 단일한 목소리 전달해야"
 

의회건물 앞에서 촬영중인 의원들 ⓒ 최현정

 
- 지난해 버니 샌더스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여성 그룹과 면담하는 영상을 보았다. 민주당의 진보 후보들의 한반도 인식은 어떠한가?
 "솔직히 외교와 무역 문제에 대해선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별로 없다고 본다. 자국민의 표를 얻어야 하는 입장이니 외교와 무역 문제에선 모든 후보들이 국수주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 실제로 미 의회에서 의원들을 상대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
 "코리안 아메리칸에 대해 그리고 한국에 대해 너무 상이하고 때때로 부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다."

 "상이한 이슈를 들고 같은 의원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런 경우 힘들게 후원금을 모아 주어도 아무런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상대편은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안다. 1회성 행사나 연락이 아닌 의원 각자에 대한 지속적인 교류와 신뢰,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이나 대만의 경우, 국내적으로 이견이 있다손 치더라도 대외에 표현되는 입장은 단일화되어 있다. 중동국가에 둘러 쌓여 있고 중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는 위기감이 단일화된 대외정책으로 나온다 싶다. 솔직히 한반도 상황도 이스라엘과 대만에 비해 나은 게 없는데 표출되는 의견이 극과 극이라 매우 힘들다."

'워싱턴 문법'으로 한반도 평화 견인하는 한인들
 
그들의 사무실을 방문한 날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에겐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1903년, 사탕수수 농장의 일꾼으로 일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넌 100여 명의 코리안들이 미국 땅에 첫 발을 디딘 날. 이를 기념하며 제정된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미주 한인의 날)'를 축하하는 칼럼이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넷 판에 실렸다. 민주당의 지미 고메즈, 공화당의 랍 우달 의원이 공동 기고한 매우 특별한 글이었다.

칼럼에도 언급되었듯 의원들이 고마움을 표시한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가 지금 주력하는 이슈는 두 가지. ▲ 미주 한인들의 북한 가족 상봉 추진, 그리고 ▲ 해외 입양인에 대한 미국 시민권 부여에 관한 법률 제정. 이런 주제는 워싱턴의 문법으로 한반도 평화를 견인하려는 이들의 작은 발걸음으로 보인다.

117년 전 사탕수수 노동자의 후손들은 이젠 미국이란 나라의 당당한 일원으로 워싱턴을 누비고 있다. 각자의 이해와 욕망이 난무하는 워싱턴DC, 이 전쟁터 같은 도시에서 부모님이 계신 곳, 친척과 친구들이 살고 있는 한반도 땅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국에 있는 또래의 젊은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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