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 20:08최종 업데이트 20.02.09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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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그' 의원이 지난 2015년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 도중 울먹이고 있다. ⓒ 남소연


'그' 의원이 생각난 이유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할 때도, 건설업체 특혜 종합선물세트였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뉴스테이법)'을 2015년 제정할 때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연합 소속이었다.

그는 위원장일 때 건설업체로부터 수 억원대의 현금과 명품시계를 수수한 혐의로 2015년 구속 기소되었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국민에게 부여받은 입법권을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에게 뇌물을 주는 건설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익을 챙기는데 사용했다.

'뉴스테이법' 공청회 때 딱 한번 만났던 그 의원이 생각난 건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일부 여당 의원들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는 기사를 보면서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하지 않고, 지역구의 민원인을 대표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참 나쁜' 사례이다.

선거가 목전에 닥치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인 9억 원 초과 주택 비율이 높은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1세대 1주택자는 호가 20억 원짜리 아파트의 '종합부동산세'가 100만 원 미만이다. 더구나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는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 공제로 최대 70%까지 세액공제가 된다.

정부는 2019년 12월 16일 최대 80%까지로 공제 비율을 상향하겠다는 계획도 이미 발표했다. 세액공제는 세금 자체를 깎아주기 때문에 소득공제보다 세금혜택이 더 크다. 도대체 초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얼마나 더 세금을 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세보증금을 올려주지 못해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세입자,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내야 하는 반전세 세입자, 월세 내고 나면 생활비로 쓸 돈이 거의 없는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는 고민하지 않으면서 국회의원들이 자산가들이 내는 세금 걱정만 하고 있다.

세입자의 주거권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인상률상한제 도입은 20대 국회에서 단 한 걸음도 진전이 없었다. 수 십 개의 법안이 쌓여 있고, 20대 국회와 함께 곧 폐기될 것이다.

참담한 수준의 총선 공약들

2020년 2월 4일 10여개 주거·시민단체로 구성된 주거권네트워크는 21대 총선의 주거 공약을 평가하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 원고 작성을 위해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21대 총선 주거공약을 보면서 실망을 넘어 참담했다. 이렇게 부실한 양당의 공약을 진지하게 분석한다는 것이 '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에서 공약은 현재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과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다. 집으로 인해 너무 많은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지만 양당의 공약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도 계획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양당 모두 새로울 것 없는 과거 정부 정책을 재활용하는 '표절'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양당이 자신들의 20대 총선 주거 공약을 그대로 베꼈다면 현재의 공약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이렇게 쉽게 공약을 만들면 민주정책연구원, 여의도연구원은 왜 필요하고, 정책위, 공약개발단 등의 조직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신혼부부 맞춤형 도시를 조성하고, 주택 1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청년팔이'로 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계산만 보일 뿐, '이번 생은 망했다'며 지옥고에서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청년·신혼부부를 주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다. 청년과 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은 아동, 중장년,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각지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광범위한 정책 사각지대를 만든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 모습들. ⓒ 이희훈

 
현재 공약에는 대부분 민간임대주택에서 월세를 내며 세를 살고 있는 청년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최우선적인 공약이 되어야 하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빠져 있다. 주거복지 정책,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주택 및 주거품질 규제, 임대소득 과세 강화, 투기 수요 억제를 통한 집값 안정 대책, 부담가능한 주택 공급 대책이 모두 빠져 있다.

자유한국당은 '좌우 이념대결'이라는 진영 논리로 주거정책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무력화'와 '뉴타운'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와 '분양가상한제 폐지' 정책을 재탕, 삼탕하고 있다. 9억 원 초과 고가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특정 계층과 '서울과 1기 신도시'라는 특정 지역 주택 보유자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가계부채를 천문학적으로 증가시켜 온 국민을 빚더미에 올려놓은 박근혜 정부 때의 전국적인 투기 광풍이 반복될 것이다. 주택 가격은 폭등하고,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꿈'이 될 것이고, 일하는 사람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들에게 표를 주지 말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공약은 공약 집행이 주업무인 국토교통부의 정책에 비해 현실 문제에 대한 고민의 깊이도 못 미치고, 문제 해결 능력도 떨어진다. 특히 주거복지 분야에서 이러한 상황이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는 청년·신혼부부, 노인·취약계층에 대한 주거복지로드맵에 이어 2019년 10월 24일 아동의 주거권 보장과 고시원·쪽방 등 비주택 거주 가구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1월 20일에는 영등포 쪽방촌에 '공공주택특별법'을 적용, 토지를 '수용'해 공공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수 십 년간 방치됐던 쪽방촌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수용이라는 '큰 칼'을 과감히 휘둘러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을 만들어내고 있다. 명절이나 선거철에 정치인들이 쪽방을 찾아 사진찍는데 그쳤다면, 공무원들은 쪽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공약을 만드는 게 주업무인 정당들보다 훨씬 미래 계획을 정교하게 보여주는 작금의 상황은 정상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이런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빈틈없이 '무능'을 보여주고 있는 20대 국회를 제대로 청산하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곧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온다. 집 때문에 살기 힘든 국민의 주거권 보호는 안중에도 없고, 건설업계와 가진 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종부세 폭탄론'을 주장하고 '분양가상한제'에 반대하는 후보는 국민보다 건설업계와 가진 자들의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다행히 20대 국회가 끝나간다. 곧 추운 겨울이 끝나고 꽃피는 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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