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1 08:05최종 업데이트 20.02.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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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는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기상천외한 사건사고를 보면 이 사회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자주 비관하게 됩니다. 그러나 역사는 오늘의 비관을 발판 삼아 조금씩 진보해왔습니다. 때때로 퇴행을 반복했을지라도요. <오마이뉴스>가 '2000년 사건, 그후'를 기획한 이유입니다. 오늘은 비관하되, 내일을 낙관하려는 의지는 포기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편집자말]

<경향신문> 2000년 7월 22일 보도 ⓒ 경향신문

 
우선 위에 첨부된 기사를 보자. '시간당 최저임금 1865원, 16.5% 인상...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사용자 측 반발 퇴장'. 20년 전, 2000년 7월 22일자 <경향신문> 기사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그해 최저임금이 1600원에서 1865원으로 16.5% 인상됐다는 것이다. 2000년 당시에는 최저임금이 1600원밖에 안된다는 점이 우선 놀랍고, 그나마 1865원으로 올리는 것에도 재계에서는 퇴장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는 점이 놀라우며, 그나마 그 전까지는 최저임금이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다가 2000년에야 4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됐다는 점이 놀랍다.

또 하나 기사를 더 보자. '내년 최저임금 7530원… 올해 대비 16.4% 올라'.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7월 15일자 같은 신문 기사다. 주요 내용은 역시 최저임금이 6470원(2017년)에서 16.4% 오른 7530원(2018년)으로 인상됐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2017년 7월 15일자 기사 ⓒ 경향신문

  
2000년과 2017년 차이라면 사용자위원들이 퇴장하지 않고 표결에 참여했고, 사용자 측이 7530원에 근접하는 7300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일 게다. 약 17년 시차를 두고 최저임금이 1600원에서 7530원으로 오른만큼 사회 전체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평가가 좀 더 성숙해진 것일까?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2018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 바로 그 날부터 재계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지와 보수언론은 '기승전 최저임금'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최저임금에 대해 집중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2018년 최저임금이 적용되기 시작한 1월 한 달 <서울경제>는 551건, <아시아경제>는 468건의 최저임금 기사를 쏟아냈고, 8월에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되자 '최저임금 고용참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018년엔 취업자가 10만 명 증가했고, 2019년엔 30만 명 증가했다. 고용률은 2018년 60.7%, 2019년 60.9%로 사상 최대치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참사'라니? 고생이 많다, 최저임금. 온갖 누명 다 뒤집어쓰고.

누명
  
최저임금제는 노동시장 내 임금결정기구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저임금을 일소하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할 것을 목적으로,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해서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에서 최저임금제가 실시된 것은 19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이 있은 다음 해인 1988년부터다. 하지만 1990년대에는 최저임금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제한적이고 그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저임금계층 일소, 임금격차 해소, 분배구조 개선'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었을 뿐이다. 실제로 2000년 당시 김유배 청와대 노동복지수석은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유명무실해진 최저임금 제도를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전 사업장으로 확대적용하고, 비현실적으로 낮은 최저임금 수준을 현실화하여 저소득 근로자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외환위기 이후 임금불평등이 확대되고 저임금계층이 양산되자, 저임금 노동자 보호와 사회보장정책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2000년을 바닥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한국노총만 참여하던 최저임금위원회에 2000년부터 민주노총이 함께 참여하면서 노동운동의 대응이 강화된 것도 한몫 했다.

그 결과 2000년에는 1865원이던 시간당 최저임금이 2020년에는 8590원으로 네 배 반 올랐다. 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통상임금(정액급여+특별급여) 평균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1989년 23.9%에서 2000년에는 19.3%로 떨어졌다가 2018년에는 31.6%로 개선되었다. 비교대상을 5인 이상 사업체로 확대하면 2000년 20.0%에서 2018년 32.9%로 개선되었고, 1인 이상 사업체로 확대하면 2011년 27.9%에서 2018년 35.8%로 개선되었다. 2000년부터 시행령이 개정되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도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최저임금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단순히 우리나라에만 한정되는 얘기가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영국에서 1999년부터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했고, 아일랜드는 2000년, 독일은 2015년부터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했다. OECD 회원국의 풀타임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00년 35.4%에서 2018년 42.0%로 상승했고,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44.2%에서 53.7%로 상승했다. 즉, 소득분배구조 악화와 임금불평등 심화는 어느정도 세계적인 상황이며, 그 속에서 최저임금제가 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 고생이 많다, 최저임금.

꼼수
  

지난 2018년 7월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얼마 전 OECD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황당한 수치를 발견했다. 한국의 2018년 풀타임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46.1%로 OECD 6위고,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58.6%로 8위라는 것이다. 한데 이들 수치는 OECD가 계산한 게 아니라 한국 정부가 보고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 자료 어느 기준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통계 수치와 순위가 크게 달라지지만, 노동부가 선호하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1인 이상 풀타임 정액급여' 기준을 사용해도 41.9%와 52.8%로 OECD에 보고한 수치와 차이가 크다. 즉, OECD 보고 수치가 과장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짐작컨대 '시간당최저임금÷시간당임금평균'으로 계산하면 될 일을, '최저임금월환산액÷월임금평균'으로 계산하는 과정에서 최저임금월환산액에 주휴수당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주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100만 명이 넘는데, 이들은 근로기준법 18조3항에 따라 주휴수당을 적용받지 못한다. 그런데도 굳이 노동부가 주휴수당을 포함해서 계산한 최저임금 비율을 OECD에 보고하는 이유는 뭘까?

참 정말 이래저래 고생이 많다, 최저임금.

참고로 한국 정부는 1인 이상 사업체 조사결과를 보고하는 데 비해, 일본은 5인 이상, 유럽연합은 10인 이상 사업체 조사결과를 보고한다는 사실만 덧붙이도록 한다.
 

ⓒ 박종현

 
덧붙이는 글 필자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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