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7 18:53최종 업데이트 20.03.1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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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를 많이 먹으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며, 큰길가 마트에서 참나물과 부추를 추천합니다. 처음 들어본 말이지만, 그래도 한산해진 마트의 점원 말을 들어봅니다. 참나물과 우엉을 사다가, 핸드폰으로 요리 정보를 찾아 우엉 조림을 하고, 참나물을 데쳐 된장에 무쳐 참기름을 두르고 깨소금을 뿌렸습니다. 

핸드폰으로 안전 안내 문자가 옵니다. 우리 동네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답니다. 확진자가 큰길가 마트에 다녀갔고, 꽈배기 가게도 들렀다고 합니다. 아들이 꽈배기를 사러간 주말 시간대와 확진자가 다녀간 시간대를 비교해 봅니다. 시간대는 겹치지 않았다지만 어쩌나요. 어떻게든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막연하지만 씩씩하게 견딜 수밖에요. 오후 4시에 마스크를 파는 약국엘 갔다가, 줄이 길어 그냥 돌아왔습니다. 면마스크를 빨아 쓰기로 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자가격리 중이라는 지인으로부터 카톡이 날아왔습니다. 집에 항아리가 있다며 누룩을 어디서 사는 게 좋겠냐고 묻네요. 누룩은 온라인에서도 살 수 있고, 해외 배송도 가능합니다. 지인에게 인터넷 사이트 예스와인과 와인2080 사이트를 알려줬습니다. 

양조 소품의 구매 빈도가 높은 소규모 과실주 양조인들을 대상으로 생겨난 초창기 인터넷 쇼핑몰이라서 '와인'자가 붙었는데요. 집에서 요리하듯이 술을 빚고 이를 지켜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먹먹한 시간을 채우는 방법이라, 손쉬운 술 빚기 법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술은 곡물, 과일, 꿀, 이 셋 중의 하나로 만듭니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당분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곡물에 들어 있는 전분은 다당류인데, 당화효소에 의해서 단당이나 이당류로 바뀌게 됩니다. 당화효소가 들어 있는 게 누룩이지요. 과일이나 꿀에는 당이 들어 있어서, 누룩없이 효모만 넣어도 술이 됩니다.

간단하게는 설탕에 효모를 넣어도 알코올 발효가 일어납니다.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의 즙을 발효시켜 증류한 술이 럼이지요. 꿀이나 발효청은 당도가 높아 효모가 살 수 없으니, 꿀과 물을 1대 2로, 발효청과 물을 1대 1로 섞어 24브릭스 당도로 떨어뜨린 다음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키면 됩니다. 자, 그럼 술을 빚어볼까요.

우리술 막걸리의 매력은 주식으로 사용하는 쌀로 빚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곡물이 부족할 때는 술을 빚지 않고 금주하는 게 맞을 테구요. 풍년이 들어 쌀이 풍성해지면 술을 빚어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 술들은 주식이 아닌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것이 집안의 요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밥 지어먹는 쌀 2㎏을 계랑합니다. 1㎏은 너무 적어서 발효의 효율성이 떨어지니 2㎏을 준비합니다. 2㎏이 넘으면 살림을 축낸다고 비난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시구요. 사실 강의실에서 실습할 때는 1인당 1kg의 쌀을 사용합니다만, 이는 물과 누룩을 넣고 빚으면 전체 분량이 3㎏이 되어 들고 갈 만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는 조금 무거워도 되니 쌀 2㎏으로 도전해 봅니다.

누룩은 시장에서 쌀가게에 가면 살 수 있습니다. 동네 마트에서는 아직 팔지 않으니, 인터넷에서 구매하면 집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누룩값이 너무 싸다는 것입니다. 5천 원에서 1만 원 사이를 하는데 택배비가 비중이 높아 신경이 쓰입니다.

그렇다고 술의 다른 장비를 사기도 조심스럽고, 전문 사이트는 다른 식품을 묶음으로 팔지 않으니 주문하는 김에 택배비 생각하여 누룩을 좀 더 주문하는 게 좋겠습니다. 집에서 술 빚기 편하게 누룩을 1㎏ 단위씩 포장하여 파는 회사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광주광역시의 송학곡자와 부산광역시의 금정산성 누룩을 꼽을 수 있습니다.

재료
멥쌀 2㎏, 누룩 400g, 생수 2.4ℓ

장비
앞치마, 스테인리스 볼, 위생 장갑, 찜솥, 면보, 주걱, 10ℓ 용기

 

쌀을 씻는데, 물이 맑아져서 물 속으로 쌀 알이 보일 때까지 씻는다. ⓒ 막걸리학교

 
첫째, 멥쌀 2㎏을 깨끗이 씻어 4시간 정도 물에 불려 둡니다. 쌀알 속으로 물이 충분히 침투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지요. 4시간쯤 지나면 채반에 불린 쌀을 담아 물 빼기를 30분 정도 합니다. 물에 불린 쌀의 무게는 대략 2.5㎏ 정도로 늘어납니다. 집에 시루는 없더라도 찜솥이 있을 것입니다. 곰탕을 끓이는 찜솥도 괜찮습니다. 그곳에 물 빠짐 채반이 있을 테고, 채반 위에 면보를 깔고 불린 쌀을 부어 증기로 찌면 됩니다. 1시간 정도 센 불의 증기로 찝니다.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섞고 손으로 치대다. 요즘 같은 날에는 위생장갑을 끼고 치댄다. ⓒ 막걸리학교

 
둘째, 잘 쪄진 고두밥을 공기가 통하는 곳에 두어 식힙니다. 손을 만져보아 온기가 없을 정도로 식히는데, 그때의 술밥의 온도가 25℃면 됩니다. 잘게 부서진 누룩 400g을 고두밥과 섞고서, 정수한 물 2.4ℓ를 붓습니다. 잘 섞이고 잘 삭도록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10분 정도 정성껏 치댑니다. 그러면 차지고 끈끈한 기운이 돌고, 뽀글뽀글 작은 기포도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잘 치댄 술덧을 항아리에 담고, 온도계를 꽂아 술덧의 온도 변화를 살피고 관리한다. 온도는 20~25℃ 정도 유지하면 된다. ⓒ 막걸리학교

 
셋째, 술 항아리에 반죽한 술덧을 넣습니다. 10ℓ의 항아리를 쓰면 술덧으로 절반 정도 채워집니다. 너무 큰 항아리를 써서 술덧이 바닥에 있고, 공기층이 많으면 좋지 않습니다. 항아리 대신에 과실주 담는 유리병이나 발효용 플라스틱 통을 사용해도 됩니다.

이 정도는 큰 마트에서 팔고 있고, 항아리는 택배로도 주문이 됩니다. 물론 이때 발효통을 잘 소독해서 써야 합니다.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통은 약국에서 파는 알코올로 소독해야 하고, 항아리는 뜨거운 물을 부어 소독해주면 됩니다.

넷째, 술 항아리는 20~25℃가 유지되는 공간에 놓아둡니다. 아파트 실내면 보통 20도가 넘으니 거실의 한쪽, 햇볕이 들지 않은 쪽에 둡니다. 이때 맨바닥에 두지 말고 나무판이나 과월호 잡지라도 받쳐둡니다. 밑에서 올라오는 냉기나 온기를 그대로 받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발효가 진행되면서, 기포 소리가 나고, 술 향기가 돌고, 발효통에 온기도 돌 것입니다.

하루에 한 번씩 뜨거운 물로 살균한 주걱으로 저어주고, 면보를 덮거나, 발효 뚜껑을 덮어둡니다. 이때 한 수저 분량씩 맛을 보십시오. 처음에 쌀뜨물 맛과 누룩 맛이 섞여 있는데, 이삼일 지나면 달콤한 식혜 맛이 돌고, 사오일이 지나면 재료의 맛에서 벗어나 발효향이 올라오고 쌉싸래한 술맛이 신기하게 돕니다.

다섯째, 14일 정도 지나면 충분히 발효되어, 거름망에 술덧을 넣고 짤 만합니다. 발효가 끝날 무렵이면 위로 맑은 술이 뜨고, 기포도 적게 올라와 술덧이 잠잠해집니다. 이 술을 떠내거나 걸러내면 알코올도수가 15~18%로 제법 독합니다.

양조장 막걸리는 여기에 물을 섞어 알코올 도수를 6%로 맞춥니다. 집에서 그렇게 하면 너무 싱거울 테니, 원주와 물을 2대 1로 맞추어 알코올 도수 10~12%로 맞추면 좀 가뿐하면서 원주의 진한 느낌도 남아 있어서 기분 좋게 마실만 합니다. 거름망이나 체로 거른 술은 일주일 정도만 냉장 보관해 두어도 숙성되어 맛이 더 깊어집니다.

이렇게 술을 빚고 마시면 2~3주가 후다닥 지나가고 맙니다. 술을 빚고 기다리는 시간엔 굳이 술에 집중하지 않아도 온도라는 환경만 맞춰주면 저절로 술이 되어갑니다. 빵과 음식 요리는 매 순간 지켜보아야 하지만, 술은 시간이 좀 길게 걸리긴 하지만, 한 번 빚어두면 그 뒤는 효모가 알아서 일합니다.

바이러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녀석의 도움을 받아서 먹음직스러운 액체가, 내가 바라보는 대상에 취하게 만드는 액체가 만들어집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시간이 길다 싶으면, 집에서 술빚기에 도전해 보십시오. 저도 정리된 이 글을 오스트리아 지인에게 다시 보내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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