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1 07:32최종 업데이트 20.07.2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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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같이 내린 지난 일요일, 배달을 마치고 아파트 입구를 나오는데 부동산이 눈에 띄었다. 부동산 유리창에 붙어 있는 A4용지에는 방금 다녀온 아파트 가격이 12억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하나만 있고, 낡고 오래된 아파트의 가격이 어떻게 이렇게 높을 수 있을까?

그 옆에는 14억 7천, 11억, 9억 5천 등 수억 원의 마포지역 아파트들이 A4용지에 출력되어 붙어 있었다. 월세는 없나 찾아봤는데, 오피스텔 하나가 보증금 1000에 월세 80이었다. 월세가 주말 배달 알바를 하고 받는 내 월급보다 많았다. 가게이름이 마침 '믿음'부동산이었다. 땀이 아니라 땅을 믿어야 하는 씁쓸한 현실에 온몸의 힘이 빠졌다.
 
땀이 아닌 땅을 믿어야 하는 현실
 

1주택자 종부세율도 오른다 최고세율 3.0% 6·17 부동산 대책 발표 3주 만에 다시 나온 '7·10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크게 올려 투기수요를 원천 차단하려는 고강도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 연합뉴스


130원. 내년에 오를 최저임금 인상분이다. 하루 8시간으로 치면 1040원 올랐다. 2017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1060원 올린 것을 감안하면 가히 충격적인 변화다. 2021년 최저임금 8720원에서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을 빼면, 2250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최저임금은 평균 562.5원 오른 셈이다. 조삼모사가 따로 없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다는 사람들은 산수를 못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적게 올린 것만이 아니다. 식대와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시키게 해주면서 오히려 임금이 삭감되는 노동자가 속출하고 있다.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동결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정말로 올린 게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보수세력들은 현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올린다고 난리지만, 오른 건 집값이다. 경실련에서는 2017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6억 600만 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9억 2000만 원을 기록해 3억 1400만 원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14.2% 올랐다고 반박했는데, 국토부 주장을 수용한다 해도 8600만 원 정도가 올랐다. 최저임금과는 비교할 수 없다. 사람들은 국토부보다는 경실련 주장을 더 현실적으로 느낄 것 같다.

정부가 부동산을 잡겠다고 여러 대책을 발표했는데, 일각에서는 세금폭탄이라며 저항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정부가 세금폭탄을 때릴 생각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지지하는 분들은 대부분 소수만 내는 세금이라고 방어한다. 실제 종부세 계산을 해보자. 과표 3억 이하부터 종부세가 부과된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종부세를 낸다고 착각하는데 종부세는 아무나 낼 수 있는 세금이 아니다.
 
세금폭탄 공방은 시선끌기일 뿐

위에서 본 것처럼 부동산에서 12억에 거래되는 아파트 주인의 종부세를 계산해보자. 종부세는 시세에 과세하지 않는다. 공시지가라고 해서 국토부장관과 기초단체장이 매긴 가격에 과세한다. 실거래가의 60% 정도이지만, 최근 공시지가 현실화 움직임이 있으니, 국토부 주장대로 80%라고 쳐보자. 그러면 9억 6000만 원 정도다. 여기에 세금을 매기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9억을 빼준다. 소득공제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6000만 원이 남는다. 여기에 세금을 매길까? 아니다. 여기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걸 곱하는데 이게 90%다. 그러면 5400만 원이다. 마지막에 남는 이 가격이, 과표 3억 원 이하이므로 여기에 0.5%를 종부세로 과세하는데, 연간 27만 원이다. 12억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월 2만 원 정도 내는 게 세금 폭탄인가?

게다가 진짜 부자들이 사는 으리으리한 저택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40%, 재벌들이 가진 본사 건물과 토지의 공시가는 30% 정도에 불과해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분야이니 논쟁거리도 안 된다. 이정도 세금으로는 집값이 떨어질 리 없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솔직하게 말한 것처럼,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겁니다, 부동산이 뭐 이게 어제 오늘 일입니까". 부자들은 안심해도 된다.

결국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가격을 잡겠다는 시늉만 하고, 실제 잡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재산공개대상인 고위공직자 750명 중 248명인 33%가 다주택자다. 노영민 비서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강경화 장관은 물론, 집값을 잡아야 할 국토교통부 고위공직자 6명 중 3명도 다주택자다. 법을 만드는 국회도 마찬가지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집을 팔라는 압박에 못 이겨 아들에게 증여하는 신박한 가족테크를 보여줬다. 부동산 관련 상임위인 국토위와 기재위 소속 여야의원 30%도 다주택자다. 경실련에 따르면, 21대 초선 151명 중 42명이 다주택자라고 한다. 상위 10%인 15명의 부동산 가격을 합치면 873억이다. 이것도 공시가격기준이다. 청와대 국회, 관료들이 부동산을 잡아야 하는데, 이들이 부동산 인상의 이해당사자인 현실에서 어떻게 부동산을 잡겠는가.

종부세를 둘러싼 다툼이 허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표 3억 원 미만으로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은 27만 명 정도인데, 이들의 평균종부세는 3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5억 초과 6억 미만도 1만 3700명 정도에 불과한데 연 160만 원이다. 최고세율인 6%를 적용받는 94억 원 초과 대상자는 20명에 불과하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여당과 야당이 땅값을 잡겠다는 시늉만 하니 국민들은 당연히 부동산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이 대안이다
 

실거래 기획조사 확대 대상된 송파구 신천동 아파트 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 정비창 정비 사업과 강남 잠실 MICE 개발 사업 인근 지역에 대한 부동산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의심거래 66건을 추출해 정밀 조사에 착수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 ⓒ 연합뉴스


진짜 부동산을 잡고 싶다면 진짜 세금폭탄을 날려야 한다. 토지+자유연구소 '주요국의 부동산 세제연구'에 따르면 2018년 대한민국의 토지자산은 8223조, 건설자산을 합친 부동산자산은 1경 3216조원이다. 대한민국 GDP가 2000조 정도인데, 부동산 자산이 생산의 6배다. 주목해야 할 게 있다. 부동산 자산의 3분의 2 정도가 토지 가격이다.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자본과 노동력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토지는 소유하기만 해도 가격이 오른다. 이것은 명백한 불로소득이다. 여기에 답이 있다.

정책 설계자들은 실거주와 투기수요를 구분하려고 하는데 항상 실패한다. 이런 생각 때문에 실거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늘어난 집은 어차피 풍부한 유동자금을 가진 투기꾼들이 가져간다. 그린벨트를 풀어서 아파트를 공급하려는 계획을 검토하자, 그린벨트 주변지역 부동산이 들썩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현실을 모르고 정책을 짜는 거면 무능한 거고, 알고도 이러는 거면 공범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발생한 불로소득을 환수할 정책을 짜면 실거주자와 불로소득자는 알아서 나뉘게 된다. 투기수요를 사전에 잡을 수 없다면, 발생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된다. 이 답이 바로 토지자산에 대한 세금, 토지보유세다. 오랫동안 국토보유세를 주장했던 강남훈 교수는 종부세 같은 거 하지 말고, 누진적 과세도 필요 없이 단 0.8%의 정율적인 토지보유세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이것만으로 연 30조 정도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 30조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고, 토지소유자들이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 시키는 것을 보조하기 위해 기본소득으로 모든 국민에게 분배하면 된다.

긴급재난지원금에서 보았듯이 국민들은 보편적 복지경험을 하면 사회와 국가에 대한 인식을 달리한다. 부동산 급등에 따른 불로소득을 국민들에게 나누어준다면, 부동산을 잡기 위한 세금에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왕 국민들의 삶을 위해 1% 부동산 투기세력들과 싸움을 할 거면 이렇게 판을 짜야 한다. 나머지 정책들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가격상승이 금융-건설-정치와 연결된 문제라고 볼 때 이 카르텔을 깰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경제위기라는데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부동산은 잡지 못한다. 반면, 서민들이 먹고 사는 데 필수적인 최저임금은 사실상 동결한다. 누가 이 정부를 서민들의 정부라고 할까. 올해 최저임금이 월로 치면 2만 7170원 올랐고, 연봉으로 따지면 32만 6040원 올랐다. 그런데 서울에 비싼 아파트를 사면 1년에 1억 원, 빌라는 1000만 원씩 오른다고 믿는다. 이런 나라에서 정직하게 일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래서 30대들이 영혼까지 끌어서 집을 사고 있다. 지금도 비싸지만 더 오를 것이 분명하므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는 것이다. 불로소득에 대한 승자독식의 욕망을 불로소득 환수의 공동체적 욕망으로 전환시키는 정치가 없는 한 부동산은 영원히 잡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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