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4 13:20최종 업데이트 20.07.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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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0.6.1 ⓒ 남소연

 
5월 27일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확정한 지 60여 일이 다 되어 간다. 변화의 약속은 요란했다. 6월 1일 비대위 첫 회의에서는 '변화, 그 이상의 변화'라는 배경막을 내걸었다. 앞의 '변화'는 민주당의 상징색인 푸른색, 뒤의 '변화'는 미래통합당의 상징색인 붉은색을 써 민주당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공개회의 자리에서 뒤 벽면에 내거는 글귀는 목표와 의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이다. 자유한국당 내내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웠던 글귀를 걷어내고 변화를 예고한 문구를 내건 미래통합당에 대해 언론은 김 비대위원장이 낡은 이미지의 보수정당을 바꿀 것이라는 기사를 연이어 내놓았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집중된 정당의 공개 회의에서 배경막만큼이나 시선을 끄는 건 초청받은 외부 참석자의 면면과 발언 내용이다. 정당들이 미투 운동으로 여론이 들끓을 때 피해자에게 자리를 내어 준다든가, 선거를 앞두고 시장 상인을 회의 자리에 앉히는 행위는 외부 참석자를 내세워 인권 정당, 서민 정당임을 어필하려는 일환이다.

냉전 장사꾼 박상학

지난 7월 1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미래통합당 공개회의에 자리했다. 대북전단 살포로 남북 관계에 긴장을 조성하고 민통선 접경지역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인물, SBS 기자에게 보도블록을 던져 위협을 가한 박상학 대표를 원내대표의 옆자리에 앉혀 문재인 정부에게 탄압받는 인권운동가로 치켜세운 것이다.

북한 인권운동가가 아니라 남북 갈등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냉전 장사꾼에 불과한 사람에게 공개된 자리에서 마이크를 내어준 건 미래통합당의 속내가 박상학 대표의 생각과 다를 바 없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대통령을 헌법 파괴자로 UN에 고소", "김정은·김여정의 하명 건을 위해서 행정부나 경찰들이 난리", "북의 김여정이라는 노동당 1부부장인지 뭔지 하는 그 시건방진 여자", "SBS는 북 살인테러에 공모한 야만집단" 등 막말과 검증되지도 않는 인신공격을 묵묵히 듣고 있었던 주호영 원내대표와 참석자들. 박 대표의 거침없는 발언에 속 시원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 소식을 접한 국민은 대부분 자유한국당과 별반 없는 색깔론에 실망했을 것이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을 앞두고 방남하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저지하려고 통일대교를 막아섰던 자유한국당, 남북의 극단 갈등 중에 원인 제공자로 지목받는 인물을 불러 인권운동가로 치켜세운 미래통합당. 달라진 게 없다. '변화, 그 이상의 변화'가, 아니라 '구린, 예전보다 더 구린' 미래통합당의 냉전적 사고다. 
 

통일대교 봉쇄한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김무성, 나경원 의원등이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방남할 예정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임) 방남 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8.2.25 ⓒ 남소연

 
"적과 내통하는 사람" "김일성 충성맹세"

지난 19일에는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를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논란을 키웠다. 박 국정원장 후보자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유감을 표시했지만, 다음날에도 '북한과 뒷거래한 게 전문성이냐'고 비난을 이어나갔다. 북과 친분이 있고, 심지어 내통하고 있는 사람이 정보기관 수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주 원내대표의 이런 주장은 후보자의 결격 사유를 알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낡은 색깔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통합당의 수준만 가감 없이 보여줄 뿐이다. 적과 내통하는 사람. 어휘만으로 본다면 과거가 아니라 현재 적과 내통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한마디도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국정원장 후보자가 아니더라도 북과 내통을 하고 있다면 엄연히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고, 검증도 없이 이런 후보를 지명했다면 대통령조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정원장 후보자를 적과 내통하는 사람, 간첩이라고 주장한다면 뒷받침할 증거를 반드시 내놔야 한다. 아무런 증거 없이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이용한 정치공세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대통령의 유감 표명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북과 친한 사람이라서 국정원장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궤변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이 후보자의 전향 여부를 집중해서 캐물었다. 전대협 의장이었던 이 후보자가 주체사상을 신봉했고, 전향이라는 뚜렷한 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태 의원은 "국민 앞에 솔직히 이제 주체사상 버렸다라고 말하라"며 "이게 그렇게 힘든 말입니까?"라고 청문회에서 전향 의식을 요구했다. 또 이 후보자에게 뜬금없이 "제가 김일성 주체사상 원조 맞나"라고 묻기도 했다.

태영호 의원이 남한의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장관 후보자에게 전향 선서를 요구하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면서 태영호·지성호 두 탈북 인사를 국회의원 후보로 내세운 게 고작 색깔론을 높이려는 의도였는지 한심하기만 하다. 과거 인신 공격을 하던 청문회 구태가 사라지기는커녕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충성맹세 했냐"고 따져드는 한층 더 퇴행한 자리였다.
 

태영호 "전대협 이인영, 주체사상 전향했나"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경력을 언급하며 '사상 전향' 여부를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이인영 장관 후보자의 지적처럼 민주주의의 이해도가 떨어진 인사는 태영호 의원만이 아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를 근거도 없이 적과 내통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지목한 주호영 원내대표나, 국정원 조직을 이용해 편법적으로 대북지원을 모색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박지원 후보자는 적임자라 아니라고 강변한 조해진 의원도 민주주의의 이해도가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그들이 생각하는 통일부와 국정원의 모습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민주주의의 이해는 고사하고 정부 조직의 기능과 역할이라도 제대로 고민해 보기를 권한다.
 
공직 후보자를 올바로 검증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기능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할 적임자인가 검증할 수도 있고, 부적격 사유가 있다면 후보자 추천을 취소하라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직자로서의 적합성을 제대로 재보려면 잣대가 옳아야 한다. 구부러진 자를 대고 직선을 그릴 수 없듯, 낡은 색깔론의 잣대로 통일과 평화를 위해 헌신할 공직자의 자격을 따질 수 없다. 전향 의식을 요구하고 근거도 없이 적과 내통한다고 후보자를 흠집 내는 것은 구태다. 미래통합당이 이런 걸 바꾸겠다고 '변화, 그 이상의 변화'를 내걸지 않았나 말이다. 

말만 하지 말고
 

'미래통합' 출범시킨 황교안...주먹 '불끈'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에서 당원들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2020.2.17 ⓒ 남소연

 
미래통합당이 새로운 당명 공모에 들어갔다. 2월 17일 미래통합당이 출범한 지 5개월 만에 또 다시 당명을 바꾸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당명 개정은 쇄신의 의지 표명이라기보다는 부끄러운 흔적 지우기에 가까웠다. 또 당명만 개정한다고 당의 정치 수준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변화, 그 이상의 변화'를 약속해 놓고, '구린, 자유한국당보다 더 구린' 구태를 재연하면 당명을 아무리 바꿔도 국민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이다.

요즘 여당인 민주당에 구리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박원순 시장 성추문 의혹 사건에 보인 민주당의 태도가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그러나 미래통합당도 민주당을 넘어서는 민심의 지지와 환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 많은 국민은 여전히 '구린 민주당보다, 더 구린' 미래통합당을 보고 있다.

당명 개정보다 급한 건 구린 것, 낡은 것, 보수꼴통, 냉전수구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다. '변화, 그 이상의 변화'만 내걸 게 아니라 실천하는 것, 미래통합당이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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