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 13:20최종 업데이트 20.08.20 13:20
  • 본문듣기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한 오마이뉴스는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4대강재자연화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녹색 바이러스의 경고 '4대강은 안녕한가'>를 공동기획했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http://omn.kr/1hsfh)으로 가입해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우선 위 동영상을 먼저 보아주기 바란다.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긴 장마 기간 동안 홍수가 할퀴고 간 자리에 마술처럼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백사장. 그 어떤 예술가가 이런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맨발로 걸었다. 부드러운 감촉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10여 년 전 4대강 불도저가 강을 파헤치기 전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고마나루] 강이 마술을 부렸다... 잡초밭, 고운 모래톱으로 변신
 

4대강 준설로 펄과 잡풀만 가득하던 강변이 이번 홍수로 공주보 상류에 커다란 모래톱을 만들었다. ⓒ 김종술

 
지난 15일 새벽녘에 찾아간 금강. 전날 강물이 완전히 빠지기 전의 모습과는 극적으로 대비됐다. 전날에는 강물의 흐름을 막았던 모든 구조물들이 물에 잠기고, 부러지고 무너지고 휘어졌던 것만 보였지만, 이날은 새로운 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온갖 쓰레기가 뒤섞여 흙탕물 범벅이던 거친 강물도 맑고 온순해졌다.

첫 취재 코스로 잡은 곳은 공주 고마나루 솔밭의 강변이었다. 이곳은 보름 동안 강물이 불어나서 접근하지 못했던 곳이었다. 게다가 수풀이 뒤덮여 있어서 물가로 다가가기도 힘들었다. 외래식물인 단풍잎돼지풀과 가시박, 환상덩굴이 오솔길 길목을 자리 잡고 드러누워 자꾸만 발목에 엉겨 붙었다.
 
나는 장마가 오기 전까지 매일 고마나루 강변에 가서 잡초와의 전쟁을 벌였다. 모래톱을 뒤덮은 잡초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 것이고, 고마나루가 이렇게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금강을 4대강사업 이전으로 되돌리는 게 요원해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변에 도착한 뒤 내 눈을 의심했다. 그동안 나홀로 해왔던 잡초 제거작업을 강물이 한꺼번에 처리해버렸다. 잡풀이 무성하게 뒤덮었던 강변이 하얀 백사장으로 변했다. 고라니 한 마리가 강변을 걷다가 인기척에 놀라 화들짝 튀어 올랐다.
 
신발을 벗고 모래톱을 걸었다. 푹신했다. 내 키를 훌쩍 넘게 자라던 갈대와 망초, 단풍잎돼지풀, 환상덩굴, 이름 모를 잡풀까지 모든 풀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모래가 들어와 있다.
 
공주보부터 모래톱이 끝나는 상류까지 드론을 날려 확인한 뒤 인터넷 지도를 통해 가늠해보았다. 모래톱의 길이가 2.4km정도 됐다. 모래가 많이 쌓인 곳의 폭은 30~50m였다. 작은 웅덩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말조개, 뻘조개는 물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하나둘 잡아서 물속에 넣어줬다. 물웅덩이에 갇혀 말라죽은 물고기는 모래로 덮어 무덤도 만들어줬다.
 
[세종보와 공주보 사이] 모래의 대이동... 고마나루 모래톱의 정체는?
 

4대강 준설로 펄과 잡풀만 가득하던 세종보가 모래가 쌓이면서 말끔한 상태로 변했다. ⓒ 김종술

 
대청댐과 미호천에서 흘러드는 금강은 상류에 수많은 보가 있어서 좀처럼 모래가 유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이 많은 모래는 어디서 굴러온 것일까? 고마나루에서 빠져나와 세종보에 도착했다.
 
수문이 눕혀진 3개의 전도식 가동보에 골고루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건너편 수문 위로 흐르는 곳은 발목 깊이였다. 좌안 보 상류에 쌓여있던 모래와 자갈이 강물에 씻겨나간 듯 낮아졌다. 보 아래쪽에 크고 작은 모래톱도 줄어들었다. 버드나무까지 장악한 무성한 수풀을 이루던 곳도 넓어졌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모래톱 높이가 50cm 정도 낮아진 것 같았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모래와 자갈은 콘크리트 고정보 위쪽에 쌓여있다. 
 

세종보 아래쪽 학나래교 밑 모래톱이 이번 홍수로 씻겨나가 작아진 모습이다. ⓒ 김종술

 
세종보 아래쪽 학나래교 밑의 하중도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곳은 강 중앙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새들의 낙원이자 야생동물의 보금자리였다. 드론을 날려 확인해보니, 보름 전과는 확연하게 그 규모가 줄었다. 물가까지 자라던 수풀은 사라져버렸고, 쇠백로, 왜가리, 고라니가 뛰어놀던 거대한 모래사장도 장마 이전보다 빈약해졌다.
 
이곳에서 빠져나와서 하류쪽에 있는 대교천과의 합수부 지점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대교천에서 유입되는 모래가 쌓여 작은 삼각주를 이루던 곳이었다. 지난 봄 이곳 모래톱에서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가 알을 낳고 새끼가 기르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모래톱도 줄어들었다. 건너편의 크고 작은 모래톱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앞의 모래톱. ⓒ 김종술

 
이런 현상은 하류로 가면서 계속 반복됐다. 금강수목원으로 향하는 불티교 아래쪽에 모래톱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시민들과 청벽 건너편 널따란 모래톱에서 잠도 자고 물놀이도 했던 곳이다. 올봄에도 이곳 모래톱에서 꼬마물떼새가 알을 낳고 아이를 키우던 곳이다. 이곳 모래톱과 경관 때문에 주변에 건물이 들어서고 관광객들이 줄지어 찾던 곳이다.
 
결국 고마나루에 새롭게 드러난 환상적인 모래톱은 상류에서 흘러온 것이 분명했다. 미호천의 많은 보와 대청댐으로 막혀 모래가 유입되지 않지만, 세종보와 그 아래쪽에 쌓인 모래가 이번 홍수로 강물이 요동치면서 더 낮은 곰나루로 옮겨 놓은 것이다.
 
[공주보와 백제보 사이] 금강 최대 모래톱도 현저하게 줄어들어
 

금강과 유구천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모래톱. ⓒ 김종술

 
공주보 상류인 고마나루에는 거대한 모래사장이 형성됐지만, 공주보와 백제보 사이에도 모래톱이 사라지는 등 세종보와 공주보 구간처럼 변해있었다. 차를 몰고 계속 하류로 향하면서 모래톱을 관찰했다.
 
우선 공주보 하류에 있는 웅진대교 아래 유구천 합수부의 모래톱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곳 모래톱은 3km 정도 이어진 금강에서 가장 큰 모래사장이었다. 지난번 <PD수첩> 팀이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물속을 뛰어다니면 놀았던 곳이다. 강 우안 쪽과 맞닿아 연결됐던 모래톱은 강 중앙으로 이동했다. 낚시꾼들이 몰려들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더 곱고 깨끗한 모래톱이다. 유리알처럼 맑은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노닐고 구불구불한 발자국을 남긴 말조개도 보였다. 투명하게 맑은 강물을 휘저으면 갓 태어난 새끼로 보이는 재첩들이 하나둘 올라왔다. 노란 재첩, 푸른색 재첩 등 크기에 따라 색깔도 다양했다.
 
구기자 첫 재배지로 청양군 목면 앞 모래톱으로 이동했다. 이곳 모래톱도 다이어트를 한 것처럼 홀쭉했다. 우안 강변까지 연결됐던 모래톱은 거의 사라지고 자갈밭으로 변해있었다. 손톱 크기부터 주먹만한 잔돌들이 모래에 섞여있었다.
 
백제보 수문개방으로 왕진교 상·하류에는 커다란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곳이 있다. 이곳의 강바닥도 모래와 자갈이 빠져나가면서 많이 낮아졌다. 작은 웅덩이는 깊은 웅덩이로 만들어졌다. 두툼하게 살이 올랐던 하중도도 볼품없이 낮아진 모습이다. 백제보까지 연결된 좌안 쪽 자갈층은 급경사로 인해 자갈이 흘러내리고 있다.
 
[4대강사업] 배고픈 강... 쓸데없는 보들을 철거하자
 

백제보 상류 왕진나루터 모래톱의 하상이 낮아지고 거칠어진 모습이다. ⓒ 김종술

 
장마 때 내린 폭우로 인해 금강은 깨끗해졌다.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3개 보의 수문을 개방한 뒤에는 녹조가 사라졌다. 수문을 닫아두었을 때 쌓였던 시궁창 펄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이번 폭우는 모래 속에 파묻혀있던 펄층도 어느 정도 씻어냈다.
 
하지만 문제는 낮아진 강의 하상이다. 강력한 물살로 인해 바닥을 뒤덮고 있던 펄층이 소용돌이치면서 빠져나가자 강바닥이 더 낮아진 것이다.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심 6m를 맞추기 위해 모래와 자갈을 퍼내서 '배고픈 강'을 만든 4대강사업의 후과이기도 했다. 수문을 연 뒤 강의 생태계는 복원되고 있지만, 4대강사업 때 강바닥에서 긁어낸 막대한 양의 모래를 재충전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백제보 상류 왕진나루터 모래톱의 하상이 낮아지고 거칠어진 모습이다. ⓒ 김종술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 지난 2017년 4월에 미국의 댐 해체 현장을 취재하면서 만났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 UC 버클리 대학 마티어스 콘돌프(G. Mathias Kondolf) 교수의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올랐다.
 
"4대강 준설에 의해서 강의 퇴적토가 너무 낮아진 상황이다. 퇴적토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제대로 된 강이고, 복원된 강이라고 할 수 있다. 4대강 보 수문을 완전 개방하거나 철거를 하더라도 4대강사업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하려면 50년 정도는 지나야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독일 라인강에서는 준설토를 일부 구간에 재투입하고 있다. 이 역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수문 개방 이후 빠르게 수생태계가 좋아지고 있는 금강의 복원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강을 가로막는 구조물을 없애는 것이다.
 
4대강 사업 구간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지방하천과 소하천이 3896개나 있다. 여기에는 농업용수 공급이라는 목적으로 수많은 보들이 존재한다. 1~2km당 1~2개, 1km에 2개의 보가 있을 정도로 빼곡하다. 사용하지도 않고 방치된 보만이라도 철거한다면 조금이나마 강의 숨통을 터줄 수 있다.
 
이런 보들은 대부분 홍수예방에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홍수를 유발하는 구조물들이다. 이번 홍수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최장 장마의 기록을 앞으로도 계속 경신할 수도 있다. 홍수 유발 효과가 있고, 쓸데없는 보를 유지보수하면서 쏟아붓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결국, 강을 살리고, 홍수를 예방하면서, 예산 낭비도 막을 '일거삼득'(一擧三得)의 효과, 장마가 끝난 뒤 모래의 대이동을 따라 이틀 동안 금강을 탐사취재하면서 든 생각이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7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