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7 17:58최종 업데이트 20.08.27 17:58
  • 본문듣기
 

26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앞 바람마당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거리두기 3단계 검토'를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한계점에 임박한 만큼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지정한 거리두기 3단계 전환 기준은 일일 확진자수 100~200명 이상이며, 그들 가운데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사례의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미 현재의 상황은 거리두기 3단계의 기준을 넘어선 셈이다. 다만 경제에 미칠 영향이 변수가 되면서 정부로서는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만약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① 실내외 구분 없이 10인 이상의 모임과 집회는 전격 금지되며 ② 고위험시설 운영과 각종 스포츠 행사 역시 전면 중단된다. ③ 학교와 유치원은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거나 휴교에 들어가고 ④ 모든 기관, 기업은 필수인원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민간기관과 기업에게는 이것이 권고사항이지만 공기관은 의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고심하는 정부가 만약 전격적으로 거리두기 3단계 시행에 들어간다면 위 네 가지 범주 가운데 재택근무 시행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기업 인근 상권과 운송업 등 서비스업 전반에 걸친 영향은 물론이고 등교를 하지 않는 어린 자녀와 씨름하며 근무해야 하는 젊은 직장인들도 상당수일 것이다. 문제는 재택근무로 대표되는 '원거리 비대면 노동'이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일반화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 방역은 한국이 빨랐지만

흔히 유럽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19에 앞서 사스, 메르스 등 사회적 차원의 대규모 전염병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보다 효과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메르스 창궐 당시만 해도 사태가 한참 진행된 뒤에야 뒤늦게 컨트롤 타워가 꾸려지는 등 대규모 전염병에 대한 체계적 대응 매뉴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호평을 받고 있는 지금의 방역 시스템은 그 이후 재건됐다.

반면 세기적 전염병에 대한 철저한 시스템을 갖출 기회가 없었던 많은 서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제대로 손 한번 써 볼 틈도 없이 무너졌고, 내몰리듯 유례없는 전격적 집단봉쇄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은 공공, 민간 할 것 없이 모든 기관과 기업들에 재택근무를 수용하도록 했다. 국가마다 지방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오는 9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기구도 예외 없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도 프랑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수개월째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력의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국제기구이다 보니 직원들은 전 세계로 흩어져 재택근무 중이다. 그야말로 최초의 글로벌 재택근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묘하게 교차하고 있는 한국과 유럽 국가들의 방역 상황이다. 메르스를 혹독하게 경험한 한국의 경우 축적된 경험이 이번 코로나19 초기 대응의 밑거름이 됐고, 상대적으로 메르스 피해가 적었던 유럽국가들의 경우 이번 코로나19에 맞서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한국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인명 피해를 겪은 것. 하지만 역사는 승리의 도취를 허락하지 않는다. 분명 유사한 방식의 역전은 돌아오게 된다. 예상을 하고 대처를 하느냐가 관건일 뿐.

재택근무 매뉴얼은 유럽이 빨랐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근무도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있다. ⓒ pixabay

 
방역에 실패한 서유럽 국가들은 집단 재택근무라는 사상초유의 경제위기를 수개월째 겪으면서 이를 위한 매뉴얼 구성은 물론, 더욱 구속력 있는 법제화의 필요성까지 검토하는 단계에 와 있다. 정부 담당부처는 물론이고 연구기관, 관련 분야 학자들도 재택근무로 빚어지는 다양한 경제 현상들, 장점들, 부작용들에 관한 연구에 몰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있게 될 더 일반화되고 장기화될 재택근무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은 팬데믹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 선방 덕분에 대규모 재택근무를 경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 체계의 한계점이 우려된다. 언제 거리두기 3단계, 즉 대규모 재택근무가 실시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 우리에게 방역의 실패와 재건의 경험이 있었다면, 전 직장인의 재택근무라는 초유의 상황은 새로운 도전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학계, 관련 단체들이 예상 사태를 미리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경제적 쇼크를 예방할 수 있다.

재택근무와 관련한 경제 여파는 두 가지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기관과 기업 인근의 서비스업, 대중교통을 포함한 운송업 등에 미치는 타격에 대한 준비, 두 번째는 재택근무를 실시할 경우 해당 기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대면근무를 할 때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준비다.

프랑스의 경우 집단 격리와 재택근무, 모든 상점의 폐점 명령이 전격 시행될 시점에 마크롱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상점 폐점으로 피해를 겪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시 상황에 준하는 새로운 재정원칙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이너스 성장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최근 오이시디(OECD) 국가 가운데 올해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가장 덜했던 한국의 경제실적이 발표돼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여타 선진국과 같은 하락폭을 각오해야 한다. 당분간은 국가 성장률보다 하루 영업 이익에 생사가 걸린 소상공인 보호가 더 시급한 상황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생계지원을 위한 재난지원금 논의가 본격화 돼야 한다.

두 번째는 재택근무를 실시하게 될 기관과 기업들의 실적과 관련된 논의다. 물론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본격적으로 비교할 때 고려될 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소통의 문제, 물리적 접촉이 필요한 특수 상황, 복지와 관련한 문제... 심지어 여름철 더위와 싸워가며 일해야 하는 근무자의 경우 다른 무엇보다 쾌적한 온도를 보장받기 위해 사무실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사무실 근무와 달리 재택근무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감시'의 기능을 아쉬워할 수도 있다.

재택근무의 명암
 

지난 24일 프랑스 <르몽드>가 밝힌 재택근무와 관련한 유럽 국가들의 상황은 우리가 주목해볼 만하다. ⓒ 르몽드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함께 고려했을 때도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재택근무의 비효율성'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유럽의 경우에서 증명되고 있다. 심지어 재택근무를 한 이후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난 24일 프랑스 <르몽드>가 밝힌 재택근무와 관련한 유럽 국가들의 상황은 우리가 주목해볼 만하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국의 보험회사 아비바는 8월 중순 사무실로 복귀를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복귀를 허용했지만 1만7천 명의 직원 가운데 500명만 복귀했다. 독일의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한술 더 떠 8월 초 15만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홈 오피스'(Home Office 재택근무)를 일반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위의 두 경우에서 보듯, 재택근무가 노동자 입장에서도 경영자 입장에서도 결국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비상체제를 위한 구조가 아닌 상시체제로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팬데믹으로 인한 강요된 재택근무를 경험한 유럽의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가 영업실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르몽드>는 스페인 카스티야 라만체 대학교의 노동법 전공 루스 로드리게스 교수의 말을 인용해 "여전히 대면과 감시가 일반화돼 있는 기업문화에서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뒤집어 놓고 있다"고 전한다.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된다면 우리도 당장 겪게 될 전면적 재택근무다. 감시가 없어지지만 실적은 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그 이면에 숨겨진 그림자도 있다. 재택근무가 상시체제로 전환될 경우 사무실 등 비용절감에도 불구하고 영업실적은 높아지는 결과가 계속되면 경영자에게는 인력감축의 유혹이 찾아올 것이다. 덜 '빡세게' 일해도 실적이 유지된다면 인력을 감축해 노동의 강도는 유지하면서 실적은 올리고 싶은 생각을 경영자라면 하지 않을까?

이처럼 결국 재택근무와 관련한 우려는 일반 생각과 달리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기업 바깥의 서비스업 종사자에 대한 장기적 보호대책, 그리고 스멀스멀 기어오를 구조조정의 그림자. 어쨌든 감시는 시민사회와 언론, 피고용인들의 몫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