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 12:24최종 업데이트 20.09.0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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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앞 바람마당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가 등장한 지 9개월째, 전 세계적으로 누적 확진자 수는 2700만 명대에 달한다. 코로나19는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인 사스나 메르스보다 전파력은 크고, 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등장 초기부터 그 특징에 관심이 모아졌다. 감염 증상은 통계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략 3분의 1은 무증상, 3분의 1은 가벼운 감기 같은 증상, 나머지 3분의 1은 그보다 심각한 증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인데 무증상일 수도 있고,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데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코로나19를 앓은 환자들 중 일부는 수개월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다양성과 심각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보고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들려오고 있다.

코로나19 후유증

후유증을 경험하는 개인들의 이야기는 전 세계 소셜미디어나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공유되어 왔다. 5월 10일자 <뉴욕타임스> "코로나19에서 살아남고도 회복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기사엔 이탈리아 밀라노 근처에 살고, 화장품 회사의 색조 개발 관련 일을 하는 59세 모레나 콜롬비의 이야기가 실렸다. 그는 코로나19를 앓은 뒤 지속적인 기침과 피로감으로 고통 받았고 수주가 지난 뒤에도 호흡곤란과 근육통 등으로 잠깐의 산책조차 나갈 수 없을 정도의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젊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7월 31일 <사이언스>지는 "브레인 포그에서 심장 손상에 이르기까지, 계속 남아있는 코로나19 문제가 과학자들에게 알람을 울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신경과학 실험실을 이끌고 있는 38세 아테나 아크라미 박사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지난 3월 17일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처음 느낀 이후로 일주일에 체육관을 세 번씩 다닐 만큼 건강하던 그녀는 기껏 침대에서 소파로 이동하거나 소파에서 부엌으로 이동하는 것만 가능할 정도로 몸이 쇠퇴해버렸다.
 

7월 31일 <사이언스>지 "브레인 포그에서 심장 손상에 이르기까지, 계속 남아있는 코로나19 문제가 과학자들에게 알람을 울린다"는 제목의 기사 중 일부분. 그림은 주요 후유증을 신체 부위별로 보여주는 것으로 ① 브레인 포그 ② 밭은 숨 ③ 심장부정맥 ④ 고혈압, 그 외에 피곤함, 불면증, 가슴 통증, 관절통, 피부 발진 등이다. ⓒ 사이언스 기사 캡처

 
그녀가 코로나19 진단 당시 경험한 증상은 우리가 흔히 아는 교과서 적인 것들이었다. 열이 나고, 기침을 하고, 밭은 숨, 가슴에 오는 통증, 극심한 피로감. 몇 주 동안이나 이 같은 증상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아크라미 박사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대개 우리는 코로나19에 걸리면 둘 중 하나라고 인식한다. 가볍게 앓고 금방 낫거나, 아니면 아주 심하게 앓아서 중환자실까지 실려 가거나 하는 것이다. 그녀의 경우는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이렇게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앓은 사람들의 후유증에 대한 기사는 7월 6일자 <가디언>지에서도 다뤘다. "코로나19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하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는, '코로나19 증상이 가벼워서 중환자실에 가거나 호흡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앓지 않은 사람들은 심각한 건강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흔히 퍼져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당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던 미국에서, 새로 확진되는 사람들 대다수가 젊은 층이었던 것을 가리키며 '좋은 일'이라고 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어 여러 보고에 따르면 증상이 가볍거나 젊은이들이 앓는 것이 반드시 운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욕의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교수 크리스토퍼 켈너에 따르면 30세의 입원도 하지 않았던 환자에게서 혈전과 뇌졸중이 생기기도 하고, 심각한 후유증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마운트 시나이 병원에서는 무증상 혹은 가벼운 증상을 앓는 젊은 환자들에게 뇌졸중 방지를 목적으로 항응혈제를 처방하기 시작했다고도 했다.

이를 통해 보듯이, 코로나19 후유증은 종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은 후유증에 대해 이해해가는 단계이고 관찰이 더 필요한 만큼, 정확한 통계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이제까지 발표된 통계들 몇 가지를 살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7월 6일자 <가디언> "코로나19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하세요". 코로나19 증상이 가벼워서 중환자실에 가거나 호흡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앓지 않은 사람들은 심각한 건강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흔히 퍼져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 가디언 기사 캡처

 
각종 실험들, 전문가들의 우려

지난 6월,네덜란드의 '폐 재단(Longfonds)'에서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있었던 1622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3세. 이들 중 91퍼센트는 코로나19 때문에 입원한 일이 없었고, 43퍼센트는 의사로부터 코로나19 진단을 받지 않고 자가 진단을 바탕으로 답했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가 한창 번지던 3~4월에 진단 능력과 진료 인력이 모두 포화 상태였기 때문에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통증만 있던 사람들은 병원에 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이 설문은 코로나19 진단을 받았거나 자가 진단으로 그 증상을 겪은 사람들 중 입원할 만큼의 심각한 병증은 없었던 사람들을 상대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설문결과를 보면, 이들이 처음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느낀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경험하고 있던 증상들은 피로감(87.8%의 응답자), 밭은 호흡(74.2%의 응답자), 가슴 통증(45.4%의 응답자), 두통(39.8%의 응답자), 근육통(36.2%의 응답자) 순이었다. 이 외에도 어지럼증(28.6%의 응답자)과 기침(28.3%의 응답자)이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이들 응답자들의 95퍼센트가 일상생활상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6명 정도가 '걷기'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증상들을 모두 후유증으로 볼 것인지, 회복이 '매우' 더딘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 학계에서는 아직도 논쟁중이다. 속단하기 어렵지만, 운이 좋아 코로나19를 심하게 앓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후 오랫동안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설문결과로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의학협회>지에 실린 7월 9일자 논문은, 4월 21일에서 5월 29일 사이 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받은 이탈리아의 성인 환자 179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입원 치료 당시에 겪었던 증상과, 그들 중 143명이 퇴원 이후에 겪었던 증상들을 분석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6.5세였고, 37퍼센트가 여성이었다.

입원 당시 72.7퍼센트의 환자가 폐렴에 준하는 증상을 경험했으며, 평균 입원 기간은 13.5일이었다. 이들이 처음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겪은 지 대략 60일이 지난 시점에서, 12.6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만이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모두 사라졌다고 응답했다. 32퍼센트의 사람들은 1~2가지 정도의 증상, 55퍼센트의 사람들은 3가지 이상의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87퍼센트의 사람들이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지 두 달이 지난 뒤에 1가지 이상의 증상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이 겪고 있는 증상은 피로감(53.1%), 호흡 곤란(43.4%), 관절통(27.3%), 가슴 통증(21.7%) 순이었다. 44퍼센트의 응답자가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 연합뉴스

 
이 같은 후유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아직 후유증에 대한 윤곽도 채 드러나지 않은 만큼, 그 배경에 대해 정확한 이야기를 하긴 어렵다.

4월 8일자 <사이언스>지는 "코로나19의 심각한 증상을 이겨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긴 것은 시작일 뿐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는 폐가 표적이 되지만, 극심한 산소 결핍과 광범위한 감염증상은 신장과 간, 심장, 뇌와 같은 다른 신체기관들에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아직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이르긴 하지만, 폐렴을 겪은 환자들이 나중에 겪게 되는 후유증이나, 통상 어떤 질병에 의해서든 입원치료, 특히 중환자실의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겪는 후유증들을 코로나19를 겪은 환자들도 경험하게 될 것이고, 이를 준비해야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최근에는, 임상에서 관찰되는 증상들을 바탕으로 여러 가설도 제시가 되고 있다. 이를 테면, 뇌나 신경계통에 손상을 일으키면서 후유증이 유발된다는 주장이 있는데, 앞으로 연구를 통해 밝혀질 내용들이다.

등장부터 모두를 혼란스럽게 했던 코로나19. 가닥을 잡아가기 어려운 것은 후유증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 보고될 연구들에 주의를 기울여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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