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8 07:31최종 업데이트 20.09.2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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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케이팝의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오마이뉴스 해외 시민기자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경험한 케이팝 현상을 소개합니다. 또한, 2020 케이팝 열풍의 명암을 조명합니다.[편집자말]
   

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교외의 대형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 앞에서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를 기다리는 스페인 청소년 팬이 자국 국기를 등에 두르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6.9. ⓒ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이렇게 문화 권력이 되었다.(Así se ha convertido Corea del Sur en una potencia cultural)"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의 4월 8일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경제규모 세계 11위, 수출 규모 세계 6위의 한국이 반도체나 TV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이고 다채로우며 강력한 문화 산업도 수출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비비시>(BBC) 서울 특파원 로라 비커 기자의 말을 인용하며, 올해 초 전 세계를 강타했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외에도 <괴물>이나 <부산행>, 그 이전으로 가면 <쉬리>나 <엽기적인 그녀>, <올드보이> 등의 많은 한국 영화들이 지난 20년간 인기를 얻어 왔다고도 쓰고 있다. 기사는 이어 '그러나 대한민국의 주요 문화적 수출 상품은 영화도 드라마도 미술작품도 아닌, 바로 케이팝(K-pop)이다'라고 말한다. 상업적이고 아방가르드하면서 스타일리시한, 서양인들의 귀에는 이국적인 케이팝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0.3%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이 그 선두에 있다고 소개한다.

스페인에서 자주 언급되는 나라 Corea

2020년 상반기는 스페인에서 '대한민국'이 어느 때보다 자주 언급된 시간이었다. 1~2월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의 주요 상들을 석권하면서 스페인에서도 봉 감독의 영화와 한국 영화들이 회자됐다. 3~4월, 코로나19로 스페인의 상황이 한창 악화되어 있었을 때는 대한민국의 방역이 훌륭하다는 보도들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한국의 IT기술이나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한국인들에 관해 관심이 쏠렸다. 이어서 한국과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기사들도 종종 나왔다. 한국 방역은 지나치게 개인정보 노출이 많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 평가가 대부분이었던 만큼 스페인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계속 좋아져 왔다.

그중 케이팝의 인기는 특히 눈에 띄는 데가 있다. 2019년 판 에스놀로그(Ethnologue, 각종 언어 관련 공식 통계로 활용되는 언어정보 제공 사이트)에 의하면, 모국어로 사용되는 세계 언어 중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인 스페인어는 문화적으로도 스페인과 아메리카에 걸쳐 자기만의 영향권을 형성한다. 물론 영어권 팝음악의 유명세는 스페인어권에서도 유효하지만, 그 외에는 라틴 음악이나 레게톤(1980년대에 파나마와 푸에르토리코를 중심으로 발생한 대중음악 장르) 음악이 언제나 주류를 형성한다. 이런 상황에서 언어도 스타일도 다른 케이팝이 조금씩 시장을 넓혀온 것이다.
 

<엘파이스>의 케이팝 페이지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의 케이팝 페이지는 가수들의 동정 외에도 관련 정치 사회적 이슈들을 비교적 자세히 다루고 있다. ⓒ 엘파이스(El Pais)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에는 케이팝 페이지와 BTS 페이지가 따로 있다. 'BTS가 장기간 휴가를 간다'라거나 '코로나19로 예정되어 있던 콘서트를 취소했다'와 같은 소식 외에도 케이팝이 연루된 사회적 이슈들을 다룬다.

예를 들어, 케이팝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어두운 면으로 연예인들에게 압박, 따돌림, 괴롭힘이 가해지고, 성폭력 문제도 자주 불거져 나온다는 등의 내용이 실린다. 가수 설리와 구하라의 죽음과 그 배경, 그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쟁을 비교적 자세히 다루기도 했다.

지난 6월 오클라호마주의 털사(Tulsa)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현장이 텅텅 빈 것과 관련해서는 틱톡 사용자들과 케이팝 팬들이 함께 만들어낸 정치 행동이었다고 보도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이후 세계적인 운동으로 번졌던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움직임에도 케이팝 팬들의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참여했다는 내용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케이팝 인기의 선봉에 있는 BTS 뉴스는 특히 자주 업데이트 된다. 8월과 9월 사이, 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공개 후 20분 만에 천만 뷰를 달성했다거나, 미국의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했다거나 하는 기사들은 스페인 언론에서도 지속적으로 보도된다. <엘파이스>는 9월 9일 BTS가 소속되어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 가치의 성장 규모에 대한 기사를 따로 내기도 했다.

"BTS의 모든 것이 좋아요"
 

야이자 베르나올라 실베라. 바르셀로나에 사는 16세 여성이고 방탄소년단의 팬인 '아미'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 Yaiza


케이팝의 인기는 언론뿐 아니라 스페인 일상에서도 쉽게 실감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바르셀로나에 살면서 알게 된 10대, 20대 청년들은 종종 자신을 아미(ARMY: BTS 팬덤)라고 소개하거나, 지인들에게 전해 들은 BTS와 블랙핑크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다.

그렇게 알게 된 아미 중 한 명인 야이자(Yaiza)를 인터뷰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의역을 했음을 밝힌다.

-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야이자 베르나올라 실베라라고 합니다. 열여섯 살이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어요."

- BTS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2015년에 제 가장 친한 친구가 '페이크 러브(Fake Love)' 뮤직비디오를 보여줘서 알게 되었어요. 보자마자 너무 좋아서 더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죠. BTS의 두 번째 콘서트 영화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을 보러 영화관에 갔는데 BTS가 새겨진 옷을 입은 십대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을 여럿 봤어요. 다들 엄청 흥분하고 기뻐하면서, 그들의 로고가 박힌 폴로 셔츠를 입고 작은 배너를 들고 있었던 기억이 나요."
 

바르셀로나의 상점 'CHUNICHI'에서 판매 중인 케이팝 팬시용품들. 부채, 키홀더, 포스터 등 많은 제품들이 가득하다. ⓒ 한소정

  

바르셀로나의 상점 'CHUNICHI'에서 판매 중인 케이팝 앨범들. 블랙핑크의 앨범과 BTS 7집이 눈에 띈다. ⓒ 한소정

 
- BTS에 관한 뉴스나 공연은 어떻게 접하고 있나요? 찾아보는 데에 대개 얼마나 시간을 보내나요?
"저는 여러가지 앱으로 BTS 소식을 접하고 있어요. '브이라이브(Vlive)'라는 라이브 공연이나 콘서트 영상을 볼 수 있는 앱이 있고요, 유튜브랑 트위터도 이용하고요. 그 외에도 많죠. 거의 매일 같이 찾아봐요. 오래된 영상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새 앨범 홍보를 위해 나온 TV쇼를 보기도 해요."

- BTS 콘서트에 가 본 적이 있나요? 
"아직은 BTS 콘서트에 가본 적이 없어요. 머지않은 미래에 가보고 싶은데, 가게 되면 소리 지르고, 좋아서 뛰고, 계속해서 응원하면서 웃어주고, 슬픈 노래를 하거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눈물도 흘리고 할 것 같아요."
 
- 당신처럼 아미인 친구들이 있나요? 
"아미인 친구들이 꽤 있어요. 다른 나라에도 있고, 물론 스페인에도 있고요. 주기적으로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할 때면 BTS의 음악과 그들의 삶, 취향, 꿈에 관해 이야기 해요."

- BTS의 어떤 면이 좋아요? 그들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다른 뮤지션들과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모든 것이 좋아요. 그들이 말하는 방식,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노래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 장난치는 방식, 자신들의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도요. 아미들을 웃게 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하는 모든 노력도요. 제게 그들은 굉장한 의미가 있어요. 정말 슬픈 순간에 그들의 노래를 듣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그들의 친절함과 지금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걸어간 길을 생각하면, 제 안에 있던 어두움에 빛이 비치는 것 같아요. 제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답고 순수하고 진실한 무엇이죠. 제 삶을 새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줬어요.

저는 BTS가 다른 뮤지션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그들의 가사는 전혀 불쾌하거나 성차별적이지 않아요. 마약이나 섹스, 여성(에 대한 비하)을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BTS는 우리 삶과 세상, 사람들, 기쁨 같은 것들을 이야기 해요. 그들의 비디오를 보더라도 불쾌한 장면이 없죠. 산이나 시골이나 도시의 집들처럼 풍경이나 재미 있고 멋진 사람들의 모습만 있어요."

- 다른 한국 뮤지션들도 알고 있나요?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엑소나 블랙핑크 같은 뮤지션들은 알고 있어요."

- 최근 스페인에서 케이팝의 인기를 느끼고 있나요?
"지난 몇 달간 케이팝이 스페인에서 인기가 높다는 소식들을 들었어요. 히스패닉 지역(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북남미 쪽)에서는 더 그렇고요. 정말 기쁜 소식이죠."
 

<라반가르디아>에 실린 BTS 기사 스페인 일간지 <라반가르디아>에 실린 기사. BTS가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흥행을 하면서 역사를 쓰고 있다는 내용이다. ⓒ 라반가르디아(La Vanguardia)

 
- 아미가 된 후로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나요? 
"저는 2015년에 공식적으로 아미가 되었어요. 지금까지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어요.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배우고 싶어요. 예를 들어 저는 김치와 비빔밥, 김밥, 불고기 같은 것도 알고요. 다른 멋진 것들도 많지만, 한복이 참 멋지고 세련되어 보인다고 생각해요. 한국말도 여러 가지 배웠는데, 예를 들면, '안녕', '환영해', '감사합니다' 같은 말들을 알아요."

- 신곡 '다이너마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이유가 뭘까요?
"정말 인기가 많죠. 이번 노래의 가사와 안무, 무대마다 입고 나오는 다양한 옷들, 제스처와 움직임 모두가 저를 매료시켜요. 그 모든 것이 기쁨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을 전달해요."

- BTS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곱 명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예상도 못했던 방식으로 제 마음과 삶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에요. 행복함과 재미가 가득한, 즐거운 기분들을 일으켜요. 언젠가 제 안에 있는 이 모든 말들을 그들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들이 제가 울고, 웃고 하는 모습도 모두 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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