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 11:56최종 업데이트 20.10.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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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케이팝의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오마이뉴스 해외 시민기자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경험한 케이팝 현상을 소개합니다. 또한, 2020 케이팝 열풍의 명암을 조명합니다.[편집자말]
     

호주 아이탑차트(iTOP Chart)에서 24일 현재 블랙핑크가 부른 'Ice cream'이 79위에 올라있다. ⓒ iTOP Chart

 
블랙핑크에서 메인 보컬을 맡은 로제는 1997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어나 7살 때부터 호주 빅토리아 주 멜버른에서 자랐다. 호주 출신의 로제가 있는 그룹이어서일까? 호주 아이튠즈차트(iTunes Charts Australia)를 기준으로 순위를 발표하는 아이탑차트(iTOP Chart)에서 24일 현재 방탄소년단이 20위를 차지한 가운데 블랙핑크가 부른 아이스크림(Ice cream)이 79위에 이름을 올렸다. 
  
호주에서 케이팝이 주목을 끈 지는 오래됐다. 지난 2012년 12월 6일 줄리아 길라드 당시 호주 총리는 마야 달력상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당시 호주 내 종말론자를 풍자하는 영상에서 케이팝을 언급했다. 길라드 총리는 대국민 담화 형식을 빌린 이 영상에서 "케이팝이 세상을 지배하는 등 결정적인 충격이 닥쳐도 언제나 (국민) 여러분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케이팝의 위력을 직접 체험한 건 2019년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한인의 날 행사에서였다. 댄스 공연을 하려고 나온 사람들이 한국인이 아니었다. 지켜보는 청중 중에도 호주인들이 많았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찾아보니 브리즈번에서 케이팝을 즐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케이팝 댄스를 배울 수 있는 댄스 아카데미의 소셜미디어에는 1481명이 등록돼 있었고 온라인을 통해 케이팝 댄스를 배울 수 있는 행사도 열리고 있었다. 

지난해 케이팝 기획사인 '더 아카데미'가 주최하고 케이팝 안무가 최영준과 캐스퍼(김태우)가 진행한 댄스 워크숍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호주인 50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3월에는 시드니 한국문화원이 무료로 케이팝 댄스 수업 수강생을 모집하기도 했다. 시드니 한국문화원의 박소정 원장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인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한 인터뷰에서 "케이팝의 인기가 지난 몇 년 사이에 급상승하고 있다"라며 "호주 전역에 20개 이상의 케이팝 팬클럽이 있는데 가장 큰 팬클럽은 회원 수가 3만 명"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어 "케이팝 팬들의 절반이 아시안계인 것으로 추정하지만 다른 문화권의 관심도 커졌다"라며 "한국문화원은 지난해부터 '온라인 케이팝 댄스 대회'를 열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온라인 케이팝 댄스 대회는 한국문화원이 최신 케이팝 한 곡을 선정하면 참가자는 이 곡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촬영해 제출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지난 대회에서는 걸그룹 ITZY의 'Wannabe'가 선정곡이었으며 멜버른에서 참가한 재스민 챈더리가 우승했다. 

"한국 그룹에는 엄청난 매력이 있다" 
 

지난해 열린 제1회 온라인 케이팝 댄스 대회에서 우승한 자스민 챈더리(Jasmine Chanthery)가 걸그룹 ITZY의 ‘Wannabe’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 유튜브 영상 캡처

 
케이팝은 호주 사회에 여러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모내시 대학 학생으로 부모가 인도네시아인인 수잔 알합시(29)는 호주 SBS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케이팝이 나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라면서 "서양 음악과는 다르다. 나는 그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됐다고 느끼고 있고, 또 그들 음악의 비트도 즐긴다"고 말했다.

케이팝의 인기는 한국어 배우기 열풍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매쿼리 대학의 아시아학 교수 토마스 바우디네트 박사는 케이팝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정말 매혹적인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한국 그룹에는 엄청난 매력이 있다. 젊은 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연령대들도 한국에 점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 음악, 드라마, 음식 그리고 한국에 대한 강한 애착은 한국어에 대한 강한 관심으로 번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 대학에서 한국어 프로그램의 등록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케이팝의 인기를 끌어올린 건 방탄소년단(BTS)이다. 브리즈번에 거주하는 버네사 매든(29)은 "BTS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압박감에 대해 노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며 "BTS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와 메시지의 영향력에 매료됐다"라고 말했다. 매든은 이어 "(BTS의 인기는) 우리가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에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BTS 팬인 재키 불(16)은 2019년 호주 전역을 덮친 산불 사태 때의 경험을 말했다. 그는 호주 공영방송 ABC와 한 인터뷰에서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들)들이 산불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을 해 사흘 만에 2만 1000달러가 모였다"라고 말했다. 재키는 이 때의 경험을 들어 "케이팝 남성 그룹 팬들이 히스테리적인 10대 소녀라는 오명과 생각을 타파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라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됐다"라고 밝혔다.

"한류가 일본 붐보다 더 효과적인 소프트파워"

호주에서 왜 케이팝이 인기를 끌고 있을까? 작년 11월 ABC 방송은 케이팝의 인기 원인을 분석했다. 이 방송은 케이팝의 가장 두드러진 측면 중 하나로 팬덤을 꼽았다.

방송은 "케이팝 그룹들은 연예기획사들이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만들어 내며 이 과정에서 노래, 춤, 그리고 외국어 코칭이 수반되는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며 "따라서 그룹 멤버들은 근면한 노력을 통해 일종의 자기 성취와 성공을 구현했기 때문에 팬들에게 '아이돌'(영웅)이 된다"라고 분석했다.
 
서호주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조 엘프빈 황 박사는 이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BTS는 자신들의 노래 가사에 아미라 불리는 팬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라며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 우상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며 친밀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 엘프빈 황 박사는 이어 "전 세계의 지역 지부를 통해 조직된 팬 네트워크가 온라인상의 팬들의 헌신을 오프라인으로 전환해 매우 개인적이고 의미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공생관계는 팬 구호에서 볼 수 있다. 라이브 쇼에서 팬들은 BTS가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BTS 멤버들의 이름을 나열해 만든 구호를 외친다. 이들이 일제히 외치는 팬 구호는 공연자와 관객 사이에 일종의 대화로 기능한다. 유튜브 댓글에서는 한국어를 배워야 구호에 동참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2019년 11월 호주 공영방송 ABC는 케이팝에 대한 호주인들의 다양한 반응을 소개했다. ⓒ ABC

 
호주의 디지털 라디오 방송국인 SBS 팝아시아의 진행자 앤디 트라이우는 지난 6월 25일 방송에서 "케이팝 팬들은 알고리즘, 특히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있다. 대개 그들의 케이팝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홍보하는 데 그 힘을 사용하지만 지금은 사회 활동과 자선 활동에도 쓰고 있다"라며 "케이팝 팬들의 이런 활동은 역사가 오래됐다"라고 말했다.
 
호주 뮤지션 팀 탄은 A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노래마다 장르 제한이 없다. 너무 행복할 수도, 너무 슬퍼할 수도, 너무 공격적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R&B, 힙합, 컨트리, 록 등 다양한 장르가 있고 가수들은 자기 장르에 집중하는 게 보통인데  케이팝은 한 트랙에서 동시에 이들을 병합할 수 있다고 팀 탄은 말한다. "케이팝은 경계가 없기 때문에 음악용어로 장르를 묘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데미 로바토, 자인 말릭, 니키 미나즈의 노래를 작곡한 호주 시드니 출신 투샤르 아파트도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한 인터뷰에서 "케이팝은 한 트랙에 네다섯 가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이 있다. 그것은 매우 밝으며, 혼합물은 매우 깨끗하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생산품"이라고 말했다.
 

케이팝 콘서트 '케이콘 오스트레일리아 2017' 현장 ⓒ CJ ENM

 
오타고 대학의 로즈마리 오베렐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한류가 일본 붐보다 더 효과적인 소프트파워 장치였다"라며 "1980년대와 1990년대 J팝 그룹들이 아시아 시장을 지배했지만 결코 서양을 지배한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조 엘프비 황 박사 역시 "케이팝은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중요한 문화 외교 도구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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