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 16:29최종 업데이트 20.10.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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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통령 전용기 내부 모습 중 일부. ⓒ Gobierno de Mexico

 
'비행기를 6백만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갑시다'.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는, 시쳇말로 말인지 막걸리인지 도무지 구분이 쉽지 않다. 이쯤 되면, '아무말 대잔치'의 범주에 충분히 들 만하다. 다만, 멕시코에서는 이 한마디가 실재하고 또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대통령 전용기를 두고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이하 AMLO)가 한 말이다. 오랜 시간 팔리지 않던 비행기는 6백만 개의 '까치또'(cachito, 스페인어로 아주 작은 조각 혹은 분량을 뜻하는 말)로 나뉘었고 멕시코 독립 210주년을 하루 앞 둔 지난 9월 15일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보잉 787-8 드림라이너(Dreamliner) 기종이며 국제 민간항공기 등록번호는 N787ZA이다. 주인으로부터 부여받은 고유 이름은 멕시코 독립 영웅 중 한 명인 호세 마리아 모렐로스 이 파본(José María Morelos y Pavón)이다. 2012년 멕시코 정부가 구입한 대통령 전용기 고유 정보다. 2012년 63대 대통령 펠리페 칼데론 이노호사(Felipe Calderón Hinojosa)가 임기 말년에 구입했고 64대 대통령 엔리케 페냐 니에토(Enrique Peña Nieto)가 사용했다.

멕시코 정부 소속 '공공서비스 공사 은행'이 보증을 서 15년에 걸쳐 갚아 나간다는 조건으로 2억 1800만 달러에 사들였다. 2020년 현재 여전히 1억 8천만 달러의 빚이 남아 있다. 구입 후 다시 비행기 가격만큼의 돈을 더해 내부를 초호화 공간으로 꾸몄다. 벽면은 대리석으로 덮었고 침실과 욕조도 가히 초호화 수준이라 할 만하게 치장했다. 그런 비행기를 다시 팔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6백만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팔겠다니, 그 말 자체만으로도 세간에 회자될 만했다.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 내부 화장실 일부. ⓒ 멕시코 국세청


대통령의 검소화 정책

사건의 발단은 2018년 65대 대통령 선거 때였다. 당시 야당 후보였던 AMLO는 기본 공약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내걸었다. 그중 1순위가 뿌리 깊은 기득권 위에 군림하며 당연하다는 듯 누려오던 정치인들의 호사였다. 전∙현직 대통령도 대상에 포함되었음은 물론이다. 같은 맥락에서 세부 공약으로 초호화의 극치를 달리는 대통령 전세기 매각을 약속했고 그 돈은 국가 공공사업, 특히 빈민구제와 취약한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해 말, AMLO는 세 번의 대권 도전 끝에 65대 대통령에 취임하였고, 즉각적으로 '검소화 정책'을 발표했다. 그간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 그리고 국가기관들이 흥청망청 써오던 돈을 동결해버렸다. 대학교에서도 모든 교수의 해외 출장이 제한되었다. 사회적 반발이 거셌지만, 대통령 역시 단호했다.

검소화 정책 적용 가장 첫머리에는 그 자신이 먼저 섰다. 당선인 신분 시절 국가에서 제공하는 고급 승용차를 마다하고 십수 년 타고 다니던 소형차를 계속하여 사용하였고 대통령 관저를 시민들에게 개방하여 공원화 해버렸다. 나랏돈으로 지어진 것이니 그 누구보다도 시민들이 그곳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검소화 정책이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쏟아내지만, 일관되게 지켜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대통령의 비행기 탑승이다. 국내에서 장거리 이동할 때 헬기나 전용기 대신 민항기를 이용하는데 그 중에도 늘 저가 항공을 우선시한다. 게다가 탑승 절차도 일반인과 전혀 다를 바 없이 진행된다. 보안 심사를 받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일반인과 함께 줄을 서서 허리띠를 풀고 경우에 따라 신발을 벗기도 한다. 수행원들도 예외가 없다. 많게는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지방 순회를 하지만, 변함이 없다. 아직까지는.

대선 과정에서 매각하겠다고 약속한 전용기 역시 즉각적으로 매각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었다. 대국민 성명을 통해 매각을 공표하고 수월한 판매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비행장 격납고로 이동시켰다. 전용기 매각 이유는 분명했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 즉 6천만 명 이상이 빈곤선 아래 살고 있는데 어찌 그 나라의 수장이 이토록 호화로운 전용기를 탈 수 있는가에 대한 공개적 문제 제기였다. 미국 대통령도 이와 같은 호화스러운 전용기는 타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간 멕시코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얼마나 많은 호사를 누려왔는지, 또한 부패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라고 일갈했다.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 내부 모습 중 일부. ⓒ Gobierno de Mexico


그러나 대통령 전용기는 쉽게 팔리지 않았다. 2012년 구매 당시 2억 2천만 달러에 달했고 이후 실내 디자인 변경에 또 엄청난 정부 예산을 퍼부었지만, 은행에 남겨진 빚과 함께 1억 3천만 달러로 하향 조정된 가격에도 섣불리 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비행기 내부가 너무 호화로워 그 어떤 목적에도 적합하지 못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전용기의 호화로운 내부를 다시 일반 여객기로 바꾸자면 1500만 달러가 더 소요되어야 할 판이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판매를 기다리며 미국 비행장의 격납고에 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2018년 12월부터 미국 측에 지급된 관리 유지비가 150만 달러였다. 결국 지난 7월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는 다시 멕시코로 돌아왔고 멕시코시티 인근 공군기지에 계류되었다.

막연하게 판매를 기다리는 동안 정부와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구매 의사를 타진했고 일각에서는 판매는 어려울 테니 시간별 대여가 어떻겠냐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물론, 둘 다 실현되진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2020년 1월 대통령 AMLO가 비행기를 6백만 조각으로 나누어 우리가 사버리자는 의견을 개진했다. 일단 대통령으로서 전용기 매각을 약속했으나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팔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그 비행기를 사버리자는 것이었다. 물론 국민들의 이름으로 말이다.

이를 위해 내놓은 방법은 '복권'이었다. 비행기를 뽑는 복권이었다. 국가는 복권을 발행하고, 국민들은 복권을 사 비행기를 살 수 있는 기금을 만들고, 비행기 값만큼 모아진 기금은 다시 추첨을 통해 국민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비행기는 여전히 공군기지에 머문 채 매수자를 기다리겠지만, 적어도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는 셈이었다. 물론 기꺼이 복권을 구매하는 국민들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멕시코 대통령 AMLO가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전용기 복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Gobierno de Mexico


'초호화 대통령 전용기 복권' 이벤트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2020년 2월 복권 시행령이 발표되었다. 발행은 국가가 하고 제반 절차는 국가복권청에서 하기로 했다. 스페셜 회차 235호로 발행되는 금번 복권 이름은 '대통령 전용기 복권'이었다.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에서 조롱하고 비난한 것처럼, 일면 충분히 기이하고 희한한 복권이었다. 비행기를 추첨한다니, 그것도 엄청나게 호화로워 이 세상 어디로도 팔리지 않은 비행기라니, 복권 시행령이 발표되자마자 사회 전반에 즉각적인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멕시코인들의 유쾌함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질문들이 다소 황당하고 익살스러운 밈의 형태로 소셜미디어에 회자되었다. 혹시라도 당첨된다면 비행기는 어디에 주차를 해야 하는지, 주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종 면허가 없다면 조종사는 어디에서 구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 내용이었다.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를 추첨하기 위한 복권 발행 소식이 발표되자 소셜미디어 상에 익살스러운 밈들이 올라왔다. 그 중 하나로, 다세대 주택 주차장에 멕시코 국기의 상징인 삼색(적색, 녹색, 흰색)으로 꼬리가 장식된 비행기가 주차된 모습으로 풍자했다. ⓒ 트위터


다시 대통령이 나서서 대국민 담화 형태로 대통령 전용기 복권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총 추첨 금액은 전용기를 팔아 취할 수 있는 금액과 엇비슷한 1억 달러 규모지만, 당첨자에게 비행기를 직접 주진 않는다는 사실과 함께 한 명의 당첨자가 아닌 100명의 당첨자에게 각각 1백만 달러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현재 환율 기준으로 94만5000달러, 한화 약 11억). 총 6백만 장 복권이 발행될 것이며 1장당 500페소(미화 26달러)에 판매된다고 했다. 추첨 승률은 0.0016%였다.

사람들이 들뜨기 시작했다. 그간 멕시코에서 발행된 어느 복권보다도 당첨금액이 많았다. 게다가 너무 호화로워 도무지 팔릴 것 같지 않은 대통령의 전용기를 국민들이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사고, 그 돈을 다시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대역사에 동참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대통령이 500페소를 내고 복권을 샀다. 상징적으로 6백만 장의 일련번호 중 가장 앞에 있는 0000000번을 구입하였다. 이어 6백만 장의 복권 중 1백만 장은 정부에서 직접 구입하여 전국 951개 공공병원에 각각 1051장씩 무료로 배포하였다. 예산 집행은 국가 기관인 '압수 및 몰수물자 대국민 환급 위원회(Instituto para Devolver al pueblo lo Robado)'를 통해 조달되었다.

멕시코 국민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이 국가 기관은 AMLO의 대선 공약이었고, 취임 이후 창설되어 역사가 짧은 편이다. 마약 카르텔이나 범죄 조직 그리고 부정부패에 연루된 공직자들로부터 몰수하거나 압류한 범죄 구성 물자들을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이로 인해 조성된 기금을 공공사업에 지원하는 국가 직속 기관이다. 그간 마약 카르텔이나 조직범죄단 그리고 부정부패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들로부터 범죄 관련 물품들을 몰수하여 대국민 경매에 부친 적이 이미 여러 번 있었기에 복권 1백만 장을 구입할 예산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

전국 공공병원에 무상으로 분배된 복권 중 당첨이 되면 그 돈으로 앰뷸런스나 방사선 촬영 기계 같은 기초 의료장비를 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이렇게 구입된 의료장비에는 반드시 그 한편에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기여'에 대한 내용을 새겨 넣기로 했다.

그렇게 그 이름도 희한한 '대통령 전용기 복권'이 나오게 되었고 3월부터 '아주 작은 한 조각(Un cachito)'이라는 애칭으로 전국 판매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같은 3월부터 극렬하게 창궐하기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 때문일까, 복권 판매는 저조했다. 무엇보다도 한 장당 500페소(24달러)에 달하는 가격이 부담이었다. 현재 멕시코 법정 1일 최저임금이 겨우 100페소를 넘어서고 있으니, 충분히 부담스러울 가격이다.

복권 추첨일은 멕시코 독립 210주년을 기념하는 9월 16일에 하루 앞선 9월 15일로 정해졌다. 그러나 지난 8월 중순까지도 판매율이 40%를 넘기지 못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전염병의 창궐로 이렇다 할 흥행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일각에서 다시 조롱과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지난 8월 말 대통령 스스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군기지 격납고에 계류되어 있던 전용기의 트랩을 밟고 올라섰다.   
 

지난 8월 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통령 전용기에 오른 멕시코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용기 내부의 호화스러운 치장들을 지적하면서, 멕시코 부정부패의 전형적인 예라고 일갈했다. 더불어 '6백만 개로 나뉜 비행기 조각, 즉 복권을 사서 역사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하며 국민들의 복권 구매를 독려했다. ⓒ Gobierno de Mexico


대통령의 결단, 이어진 역풍

대통령이 된 이후 처음으로 전용기 안으로 들어선 AMLO는 초호화판 기내 곳곳을 카메라 앞에서 짚어가며, 전 정부들의 부정부패 수준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빈곤 상황에 처한 국가에서, 게다가 1일 법정 최저임금이 5달러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렇게 호화로운 전용기를 갖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기만이자 모독이라고 일갈했다.

짧은 시간 비행기에 머물다 내리기 직전, 국민들이 구입하는 비행기 한 조각, 즉 복권 한 장이 이 나라에서 그간 만연했던 이런 모욕적이고 치욕적인 상황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말로 국민들의 복권 구매를 독려했다. '너무 호화로워' 2년 가까이 팔리지 못하고 있는 멕시코의 대통령 전용기를 국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사버리자고 했고, 그 돈을 다시 멕시코 국민들에게 돌려주자고 강조했다.

그중 일부는 작금의 코로나 시절 그 치부를 드러내 버린, 그간의 부정부패로 속이 텅 빈 채 무너져 내리기 일보 직전인 이 나라의 의료 시스템을 구하는데 쓰자고 했다. 결국 그 말이 멕시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추첨을 며칠 앞둔 시점에 다시 복권 판매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드디어 9월 15일 오후 네 시, 복권 추첨이 시작되었다. 국가복권청장의 개회사에서 1938년 멕시코 석유공사 국유화 과정이 언급되었다. 당시 외국 자본이 투자된 석유공사의 국유화 과정이 매끄러울 리 없었다. 그 와중에 빚을 빌미로 국유화를 진행하던 멕시코 정부에 외세 압력이 가해지자 전 국민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빚을 갚아버린 지난 세기의 역사가 소환되었다. 당시 수많은 멕시코 국민들이 소지하고 있던 귀금속을 내놓고 비싼 바이올린을 내놓는가 하면 집에서 키우던 닭까지 가져와 기부 물자를 접수하던 멕시코시티 예술 궁전 앞에 길게 줄을 섰던 역사적 사건을 언급했다. 그리고 작금 대통령 전용기 복권을 산 시민들을 지난 세기 그들과 같은 맥락으로 간주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2020년 9월 15일 멕시코 복권청에 의해 특별 발행된 '제 235호 대통령 전용기 복권' 추첨 장면. 통상적으로 대규모 방청객의 입장이 허용되나,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방청객 없이 진행되었다. 대신 공중파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 Milenio 방송 화면 캡처

 
0000000부터 5999999까지 일련번호를 갖는 총 6백만 장의 복권 중 420만 장의 복권이 판매되었다. 판매되지 않은 복권이 당첨될 경우 '국가 건강 복지 위원회(Instituto de Salud para bienestar)'로 귀속시켜 빈민 의료 서비스 개선에 사용키로 했다.

지난 9월 15일 이후, 전용기를 둘러싼 대통령의 부담은 한결 가벼워졌을 것이다. 공군기지에 세워진 비행기도 좀 더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다소 유리한 조건으로 매수자를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백만 조각으로 나뉘어 비행기가 팔린 그다음 날부터 연일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극렬해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시절인지라, 시위대들이 택한 방법은 도로를 점령하고 수백 개의 개인 텐트를 친 채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에 대한 주목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1938년 멕시코 석유공사 국유화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가산을 싸 짊어지고 나와 줄을 섰던 바로 그 국립 예술 궁전 앞에서 2020년 텐트 시위가 시작되었다. MORENA라 쓰고 '모레나'로 읽히는 현 여당, 아니 정확히 대통령 AMLO에 반대하며 FRENAAA(AMLO 반대 국민전선의 약자)라 쓰고 '프레나'로 읽히는 조직이 돌연 등장하였다. 유사 발음으로 대통령 AMLO가 창당한 '모레나'를 조롱하기 위함도 있겠거니와, '제동하다'라는 의미의 동사 '프레나(frena)'와 동일하게 발음되는 것도 충분히 염두에 뒀을 것이다.
 

멕시코시티 주요도로를 점거하고 텐트를 친 채 Anti-AMLO 시위를 벌이고 있는 FRENAAA 시위대. ⓒ Televisa 방송화면 캡처

 
그들은 예술궁전 앞 도로를 점거하고 텐트를 치다가 9월 24일 경찰력과 심한 마찰을 빚으며 대통령궁 앞 헌법광장까지 점거하였다. 시위대는 스스로를 울트라 우익이고 슈퍼 부자들이라고 규정하며 적어도 이 나라가 베네수엘라나 쿠바같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그들은 11월 30일까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다만 도로를 점령한 대부분 텐트 안에는 일당과 먹을 것에 대한 지원을 받고 나온 이들이 상당하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큰 빚 지고 산 대통령 전용기를 상징적으로나마 해체해버린 바로 다음 날 금번 2020년 텐트 시위가 촉발되었으니, 1938년의 멕시코와 2020년의 멕시코에는 분명 뭔가 다른 시대정신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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