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 16:51최종 업데이트 20.10.0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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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7일 청년들이 서울 성동구청 취업게시판 앞에서 게시물을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87년생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86세대에게 던진 말이 화제가 됐다.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싸우겠다던 심장이 어째서 식어버린 것이냐"며 "젊은 시절 뜨거움을 과거의 무용담이 아닌 노련한 힘으로 되살려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어느새 기득권이 되어 버린 86세대에 대한 비판으로 언론에 다뤄졌지만, 나는 장혜영 의원의 말대로 한국 사회의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세대에 대한 간곡한 호소로 읽었다.
 
생각해보면 어느 세대에게나 과제가 있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 세대로 보면 그들이 젊었을 때 중요하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평생을 그 틀 안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80쯤 되신 부모님은 찢어지게 가난한 시대를 살았다. 당연히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 시대의 과제였고, 지금도 그 영향이 가장 크다. 부모님은 자식들이 공부 열심히 해서 편하게 돈 버는 직업을 갖기를 바랐는데, 자식들은 부모의 바람을 저버리고 독재타도 운동권이 됐다.
 
86세대는 독재 타도가 가장 큰 과제였다. 인생을 걸고 목숨을 걸고 싸웠다. 지금의 자유와 민주주의, 노동과 시민사회의 성장은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만든 성과다. 한국 사회의 많은 기득권이 독재로 상징되는 적폐 덩어리였고, 평가야 다양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지금도 그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나는 1990년대에 20대를 보냈기 때문에 자유로움, 대안사회, 민주주의가 중요한 과제였다. 선배들은 '날라리' '리버럴하다'고 비판했지만 민주화 이후 자유로움을 추구하던 이들에게 듣기 싫은 말은 아니었다.
 
지금 세대는?
  
지금 세대의 과제는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보면 기후위기, 극단적 불평등, 높은 실업률이 큰 화두다. 한국 사회는 특별히 불공정 문제가 추가된다. 모두가 취업하기 힘들고 살기 팍팍한데 부모 인맥으로 편하게 통과하는 것은 용납이 안된다. 특히 민주화 세대인 86세대가 부모가 되어 자식들에게 공정하지 않은 기회를 주는 것은 더 용납이 안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공정의 문제는 최근의 문제는 아니다. 그 전엔 더 심했을 것이다. 사회가 갈수록 투명해지고 살기 팍팍해지면서 더 크게 조명 받는 것 같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처럼 한국도 청년들은 갈수록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부를 대물림 받은 소수와 빈손으로 시작한 다수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년수당, 청년 기본자산, 청년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이다. 한 마디로 청년들은 가난하고 기회가 너무 적다. 고도성장기, 가난하지만 기회가 많았던 기성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라 부를 만큼 자기 개발에 시간과 에너지를 갈아 넣으며 경쟁하고 있지만 갈 수 있는 자리가 너무 적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와 기후재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고쳐 쓴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0년, 우리는 기후위기 경고 단계를 넘어 기후재난을 현실로 맞이하고 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감염병과 기후재난은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고 한다. 2020년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기 상황이면서, 청년들에겐 이중삼중 재난상황이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한다면 단기적으로 일자리는 좀 늘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감염병과 기후재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경제는 지금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그린뉴딜, 그린딜 논의가 활발해진 배경이다. 국가와 민간의 대규모 재정투자를 통해 석탄 석유 에너지를 태양과 바람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산업과 도시를 탈탄소 산업과 도시로 전환하고, 기후재난에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안전망을 구축하며, 이 모든 전환의 과정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아이디어가 그린뉴딜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정책을 만들고 현실에서 구현하는 일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지난 세대의 문제들에 비하면 너무나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다. 그런데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열정과 투지가 남달랐던 기성세대는 에너지가 많이 고갈돼 있다. 새로운 과제를 탐구하고 해법을 찾아 행동에 나서기에는 이미 힘을 많이 써버렸다. 더군다나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사회 전체를 전환해야 하는데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지금 인류도, 기후운동도 벼랑 끝에 서 있다. 옛 질서는 무너지고 있는데 새로운 질서는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코로나 19로 온실가스 배출이 7~8% 줄었다면서 지금처럼 또는 지금보다 더 경제활동을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지금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자칫 민주주의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 단순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트럼프와 미국사회를 보면 생각이 더 복잡해진다.
 
이미 기후위기 단계를 넘어 기후재난이 시작됐고, 과학자들의 분석대로라면 인류는 어떤 노력을 해도 상당 기간 재난과 함께 살아야 한다. 최선의 목표는 회복 불가능한 시점 전에 멈추는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의 방식이 필요한 때다. 기후변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됐던 1990년대에 제대로 대응을 시작했다면 전환에 고통이 훨씬 적었을 거라고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거꾸로 지금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틈도 없을 것이다.

청년, 무거운 짐을 질 수밖에 없다
 

매주 목요일 오전 7시 30분, 기후활동가, 시의원, 공무원, 연구자, 기업인 등이 모여 그린뉴딜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 이민철 제공

 
지금 사회를 이끄는 세대가 미약한 만큼, 이제 청년세대가 무거운 짐을 질 수밖에 없다. 지금 세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굳이 30대까지냐 45세까지냐 나이를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젊은 감수성과 새로운 감각, 열정 넘치는 에너지가 해법을 뚫어갈 거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의 10대 청소년인 그레타 툰베리의 말과 행동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청년 기후행동 단체인 '선라이즈 무브먼트'(Sunrise movement)가 정부와 의회의 그린뉴딜을 압박하고 있다. 영국에서 시작한 멸종저항운동은 유럽과 전 세계로 퍼지고 있고, 한국에서도 청년·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뜻있는 시민들이 함께 나서고 있고, 그 파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서유럽과 북유럽의 나라들이 정의로운 전환기금을 만들어 동유럽의 전환을 지원한다고 한다. 그 나라들은 이미 오랜 시간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부를 쌓은 만큼 후발 국가들보다 더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온실가스를 마음껏 배출하면서 경제적으로 성장한 세대가 정의로운 전환기금을 만들어 다음 세대의 멸종저항을 지원해야 합당하다. 사회적 책임이면서 인류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청년 세대가 나서주지 않고서 한국 사회가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인가?
 
그린뉴딜은 기후위기, 불평등, 일자리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돼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하면 다른 목표도 이루기 어렵다. 서로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창의적인 접근과 도전, 실험이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기꺼이 나선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가능성을 키워가는 것이 현명하다. 그 중심에 청년들이 설 수밖에 없다.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은 청소년, 청년, 시민들이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에 한 시간동안 시청, 교육청, 5개 구청 앞에서 금요행동을 진행한다.(사진은 시청 앞 금요행동) ⓒ 이민철 제공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광주를 자전거도시로 만드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 이민철 제공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민철님은 (재)와글 이사, 광주사회혁신플랫폼 집행위원장이면서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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